한국과 일본 모두 4강전 패배로 인해 팀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브라질에 패한 대한민국보다는 멕시코에 패한 일본의 팀 분위기가 더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일본 언론은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꺾은 순간부터 일본을 우승 후보로 치켜세워왔다. 게다가 8강전 이후 대진 운도 좋아 무난히 결승전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렇지만 4강전에서 멕시코에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대한민국이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우세한 경기를 선보이며 무승부를 기록한 멕시코에게 패했다는 부분이 팀 분위기를 크게 저하시켰다.
축구에선 강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팀 분위기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잡은 것이 올림픽 기간 동안 팀 분위기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 그런 상승효과가 멕시코 전 패배로 인해 중단되고 말았다.
반면 대한민국은 홈팀이자 축구 종가 영국을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면서 팀 분위기가 크게 뛰어 올랐다. 기세를 몰아 브라질까지 꺾어보려 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0대 3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애초 목표가 메달 권 진입이었던 만큼 브라질전 패배는 팀 분위기를 크게 저하할 악재는 아니다.
다만 3점이나 주고 완패했다는 점, 단 한 골의 만회골도 만들지 못했다는 점 등은 팀 분위기에 악재가 됐다. 거듭되는 무득점 경기로 인해 결정력이 낮다는 매스컴의 질타가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공격 자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위험성도 크다.
변수 2. 경기장
한일전이 벌어지는 경기장은 영국 웨일즈의 카디프시티에 위치한 밀레니엄스타디움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8강전을 치른 장소로 두 팀 모두 4강행을 확정지은 축복의 땅이다. 두 팀 모두 승리의 기쁨을 안겨준 경기장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에게 더 의미가 있는 경기장이다. 홈팀이자 축구 종가인 영국을 승부차기 끝에 꺾은 기적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경기장에서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치르는 바람에 체력 손실이 컸지만 그만큼 경기장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 경기장과 잔디 적응도는 일본을 앞선다.
게다가 영국은 한국팀에 제2의 홈 같은 개념을 갖고 있다. 박지성(퀸즈파크 레인저스 FC)을 필두고 한국 선수들이 여럿 영국에서 뛰고 있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도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FC) 지동원(선덜랜드 AFC) 김보경(카디프 시티 FC) 등 네 명이 영국에서 뛰고 있다. 게다가 밀레니엄스타디움은 김보경의 소속팀 카디프 시티 FC의 홈구장이나 마찬가지다.
일본 역시 해외파가 대거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해 있지만 대부분 독일 분데스리가다. 일본 역시 프리미어리거가 갖고 있지만 미야이치 료(아스날)는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 승리를 통해 병역을 면제받은 경우 유럽 무대에서 더욱 맹활약을 펼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올림픽이 영국 런던에서 열리면서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 관계자들이 대거 올림픽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선수 발굴에 나섰다. 올림픽에서의 맹활약은 선수들의 이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벌써부터 기성용의 아스널 행 가능성이 영국 현지 매스컴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변수 3. 병역 혜택
정신력에서는 대한민국이 일본을 앞선다. 한일전에 대하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정신력은 늘 일본을 압도해왔다. 게다가 한일전 승리는 곧 선수들의 병역혜택을 의미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 다만 이런 부분이 압박감으로 다가올 경우 예상 외로 경기력을 약화시킬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병역 혜택은 또 다른 문제도 안고 있다. 동메달을 확보할 지라도 현재 상황대로라면 올림픽 대표팀 수비수 김기희는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 입장에선 당장 동메달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지만 김기희 선수에 대한 부분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우선 하나의 고민은 풀었다. 후반 들어 패배가 유력해지자 체력이 저하된 구자철을 빼고 미드필더 정우영을 출전시킨 것. 정우영은 김기희와 함께 8강전까지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렇지만 4강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동메달 획득 시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됐다.
김기희는 수비수인 터라 출장이 쉽지 않다. 네 명의 수비수의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강조하는 홍명보 감독이 김기희를 선발 출장시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교체 출장이 현실적인 대안인데 이 부분 역시 상황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후반 막판에 승리가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가 되면 김기희의 투입이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박빙의 승부가 이어질 경우 김기희 투입은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교체 카드 한 장을 김기희를 위해 무작정 아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전반 초반에 선수가 부상을 당하는 등 교체 카드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쓰일 경우에도 김기희의 출장은 힘겨워진다.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는 한일전 승리 외에도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