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 |
그는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조어도(釣魚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사자며 올 4월 말부터 일본 내에서 대대적으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에게서 기부를 받은 돈으로 도쿄도가 조어도를 아예 구입한다는 것인데, 8월 6일 현재 모금액이 무려 14억 엔(약 201억 원)을 넘어섰다.
모금이 성공하면서 도쿄도의 수장이자 극우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익명의 인터넷 공간 ‘니찬네루(2ch)’에서는 네토우요(인터넷 우익)들이 독도를 사들이자는 황당한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일본에 부는 이시하라 열풍과 우경화 현상을 살펴봤다.
대표적 우익 인사로 자그마치 14년째 4선으로 도쿄도 지사직을 역임하는 이시하라는 올 4월 중순 방미 중 연설을 하다가 또 폭탄 발언을 터뜨렸다.
중국과 분쟁 중인 동중국해 남서부 조어도 일대 섬 중 일본에 국유화되지 않은 3개 섬 우오쓰리시마(魚釣島), 미나미코지마(南小島), 기타코지마(北小島)를 모두 도쿄도가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조어도 매입안이다. 이시하라 지사는 “일본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난하며 “일본인이 일본 국토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어도 매입안이 나오자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주권 영토를 일본이 일방적으로 매매하는 건 엉터리다, 국제법상 아무 효력도 없다”면서 “이시하라 지사는 극우분자”라고 비난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시하라는 과거 ‘난징대학살은 중국이 꾸며낸 것에 불과하다’라거나 중국을 ‘지나’라 낮춰 불러 중국인들의 반감을 사고 있었다.
▲ 도쿄도 센카쿠 열도 영유권 주장 홍보 포스터. |
기고만장한 이시하라는 올 6월 말에 중국에서 우호의 상징으로 일본에 선물한 판다가 임신하자 새끼를 낳으면 ‘센센’이나 ‘카쿠카쿠’라고 이름을 짓자고 말했다. 조어도의 일본식 지명 센카쿠를 붙이자며 영유권을 주장한 것이다. 중국 측이 “도발하냐”고 발끈했음은 물론이다.
중국은 매우 경계하는 모습이다. <중국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청화대학 국제관계연구원은 “일본이 조어도를 구입하여 차후 관리에 들어간다면 군사거점화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이시하라 지사는 급기야 7월 초 기자회견에서 조어도에 자위대를 상주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어쨌거나 이런 행보로 일본 내에서 이시하라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으며 신당 창당에 대한 지지가 급상승했다. 이시하라는 2013년 총선거에 대비해 보수 신당을 만들겠다고 그간 누누이 강조해온 바 있다.
<산케이신문>과 <FNN>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금운동 이후 이시하라 신당 지지율은 51%로 과반을 넘겼다. 그중에서도 30~40대 남성층 및 40대 여성층에게서는 60%가 넘는 압도적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에도 ‘힘든 일본을 구해줄 이가 바로 이시하라 지사’란 지지 댓글이 많다.
이시하라는 “조어도 구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바빠서 신당 창당은 못 한다”고 밝혔지만 정계에서는 조만간 신당이 생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리한 이시하라가 지지율이 오른 타이밍을 놓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실상 몇 년 전만 해도 이시하라의 지지율은 40%로 지금처럼 높은 편이 아니었다.
2016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해 100억 엔(한화 약 13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로비금을 뿌리며 재정 적자를 내고도 결국 유치에 실패하여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것. 또 도지사로 그간 3번이나 재직하면서 여러 재개발 사업 비리에 연루된 의혹도 하나둘씩 제기되고 있었다.
3선을 끝으로 지사직을 은퇴하겠다던 이시하라 신타로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후로 도쿄에 직하형 거대지진이 올지도 모른다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2011년 4월 다시금 도쿄도 지사직에 출마했고 예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정치평론가들은 만일 재해가 있을 때는 그나마 현직 지사가 잘 대응할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조어도 모금운동으로 이시하라는 다시금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조어도 매입안에 대해 이시하라 지사로부터 사전에 한마디 언급조차 받지 못한 일본정부는 부랴부랴 매입가격 20억 엔(약 300억 원)에 직접 조어도를 사들이겠단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업가 구리하라는 이시하라 지사가 이끄는 도쿄도에 섬을 팔기로 했다면서 일본정부의 매입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일본의 조어도 국유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독도에 대한 관심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8월 초 일본 국회에서는 독도의 지가가 형편없이 낮다는 점이 거론되어 화제가 됐다.
민주당 가와카미 요시히로 의원은 한국이 독도의 자산 가치를 12억 5247만 원으로 하여 공시지가를 내놓았는데, 일본 재무성 국유재산대장에는 독도가 겨우 437만 엔(약 6282만 원)으로 책정되어 그 가치가 충분히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와카미 의원은 “독도가 그렇게 싼 값이면 나도 살 수 있겠다”며 “독도에 관심이 없는 것인가”라고 일본정부를 질타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요새 유도는 짐승들이 하는 것”
이시하라 지사의 망언은 대체 어디까지 갈까. 런던올림픽에서 일본 남자 유도가 금메달이 없어 유도 종주국으로서의 체면을 구기자 이사하라는 “솔직히 요새 서양인이 하는 유도를 보면 짐승들이 하는 것 같다”고 올림픽 유도를 폄하했다. 이에 일본의 유도팬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올림픽 유치가 될 리가 없다”며 질타했다.
과거의 각종 망언들은 정도가 훨씬 심하다. 대표적인 게 2000년 ‘삼국인’ 망언. 일본이 침략했던 조선, 대만, 중국을 삼국이라 비하하며 삼국인이 범죄를 일으킨다는 발언으로 문제가 됐다.
일본 국내에서조차 비판을 받은 망언도 끊이지 않고 있다. 1999년에는 중증 장애인 시설을 시찰하고서는 “저런 사람들도 인격이란 게 있나”고 말했고, 2001년에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폐경기 여성은 살아있는 게 쓸데없는 짓”이란 여성차별 발언으로 재판에 제소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2006년에는 이지메로 괴로워하던 학생이 일본 문부성에 편지를 보내 자살하겠다고 하자 이시하라는 “정말 죽을 거면 빨리 죽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2011년 8월에는 간 나오토 전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않자 “저런 건 인간이 아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