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히어로즈의 지분 40%를 놓고 이장석 대표(왼쪽)와 홍성은 회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은 회장은 이미지 합성) |
얼마 지나지 않아 홍 회장도 구단 지분 투자계약서 등을 중재원에 제출하며 ‘선의로 거액을 히어로즈에 투자했지만, 이 대표가 계약을 불이행하고 되레 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냈다’며 ‘중재원이 진실을 밝혀 달라’고 주장했다. 중재원은 현재 양쪽 의견을 취합해 중재를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발단은 이랬다.
2008년 이 대표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투자전문사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그리고 그 해 1월 공중분해 위기에 놓인 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메인 스폰서로 나섰던 우리담배가 경영난으로 갑자기 지원금을 중단하자 이 대표는 이때부터 구단의 사활을 걸고 투자자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즈음 이 대표의 숨통을 열어준 이가 홍 회장이었다. 미국 국적의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진 홍 회장은 이 대표의 사정을 듣고 2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 대표는 홍 회장으로부터 지원받은 20억 원으로 급한 불을 껐고, 홍 회장은 이후 자신을 ‘히어로즈의 구단주’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이 대표도 홍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그즈음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홍 회장을 “정신적 멘토”라고 칭했다.
양측의 관계가 틀어진 건 지난 5월부터다. 당시 야구계엔 “홍 회장이 히어로즈의 진정한 대표”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술 더 떠 “홍 회장이 히어로즈를 매각하려 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히어로즈는 이 같은 소식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라고 대응했다. 그러다 양측이 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며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쟁점 사안은 홍 회장이 히어로즈에 지급한 20억 원의 성격이다. 히어로즈는 20억 원을 “단순 대여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홍 회장은 “투자금”이라고 맞선다. 대여금과 투자금은 엄청난 차이다.
히어로즈의 주장대로 20억 원이 단순 대여금이라면 이 돈을 홍 회장에게 갚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투자금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홍 회장은 “20억 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구단 지분 40%를 넘겨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회장이 자금을 지원할 당시 히어로즈의 운영 주체는 센테니얼이었다. 당시 센테니얼의 발행 주식은 1만 주로, 액면가는 5000원이었다. 홍 회장은 “이 대표가 2008년 현대를 인수해 히어로즈를 창단하기 전, 자신에게 보낸 ‘투자제안서’와 양측 간에 체결한 ‘투자계약서’가 있다”며 이를 중재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첨부했다.
이 대표가 보낸 투자제안서엔 ‘지분 20% 매각. 가격은 지분 10%를 기준으로 30억 원. 투자자에 대한 메리트로 공동 구단주 대표 자격을 부여’ 등의 구체적 내용이 명시돼 있다. 홍 회장의 지인은 “이 대표가 보낸 투자제안서를 읽은 홍 회장이 지분 매입가격을 10억 원에 20%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고, 이 같은 요청을 이 대표가 수용하며 투자계약서에 그대로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홍 회장과 이 대표가 체결한 투자계약서엔 ‘홍 회장이 10억 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지분 20%를 홍 회장에게 양도하며 주주명부에 2008년 10월 말까지 이를 등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홍 회장이 이 대표에 20억 원을 지급했으니 지분은 40%가 된 셈이었다. 이 계약서엔 두 사람의 서명과 무인까지 찍힌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투자’와 ‘지분 양도’라는 명확한 투자계약 의도를 적고, 서명과 무인이 조작된 게 아니라면 이 대표가 주장하는 단순 대여금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다 “단순 대여금이라면 이 대표가 어째서 지금까지 20억 원을 갚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중평이다. 홍 회장 측은 “이 대표도 이 돈을 투자금으로 인식했기에 20억 원을 상환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의 생각은 다르다. 이 대표 측은 “2008년 하반기 일시적인 자금난 해소를 위해 홍 회장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며 “구단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아직까지 갚지 못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투자계약서에 서명과 무인이 찍힌 것에 대해선 “홍 회장이 2장의 계약서를 전부 가져가 현재 이 대표에겐 계약서가 없다. 홍 회장이 원본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서의 진위 여부도 의심된다”며 계약서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 대표는 더하다. 당시 이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성은 회장은 센테니얼의 투자자가 아니다. 홍 회장은 내 정신적인 ‘멘토’라고 할 수 있다”며 “2008년 구단에 들어간 130억 원 가운데 우리담배 지원금 50억 원을 제외한 80억 원이 전부 내 사비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중재원은 9월이 넘기 전까지 최종 중재안을 내놓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중재원의 최종 중재안은 법원 판결에 준하는 결정이기에 히어로즈의 향후 운명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강민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