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 연합뉴스 |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임팩트를 던져준 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터줏대감 박지성(31)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심지어 아프리카와 중동 언론들조차 ‘아시아 축구 아이콘’인 박지성의 행선지에 시선을 줬다.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통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박지성이 택한 곳은 퀸즈파크레인저스(이하 QPR)였다.
의외였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QPR은 박지성의 실력과 외부 가치에 주목했다. 소위 큰 물에서 놀아봤다는, 그리고 2002한일월드컵 2006독일월드컵 2010남아공월드컵 등 3차례 월드컵에 연속 출전했던 경험을 중시했다. 여기에 아시아 축구시장에서 ‘박지성’ 이름 석 자가 갖는 가치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인연’의 힘도 무시할 수 없었다. QPR 사령탑 마크 휴즈 감독은 맨유를 이끌고 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수제자였다. 박지성의 영향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퍼거슨 감독과 맨유는 박지성이 이적을 선택한다면 완전히 프리미어리그를 떠나주기를 바랐으나 휴즈 감독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퍼거슨 감독을 설득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기성용은 박지성을 영입한 QPR에도 적극적인 구애를 받았다. 사진출처=스완지 홈페이지 |
한국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였거나 러브 콜을 던졌던 클럽들은 QPR과 스완지시티가 전부는 아니었다. 프리미어리그만 해도 토트넘 홋스퍼, 웨스트브롬위치 앨비언(이하 WBA), 풀럼FC, 위건 애슬레틱 등이 꾸준히 접촉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생경하거나 생뚱맞은 관심은 아니었다. 역시 한국 선수들과 일종의 인연이 있었다.
▲ 박주영은 1년 임대로 셀타비고에 입단했다. 사진출처=셀타비고 페이스북 |
그러나 박주영은 1년 임대로 스페인 셀타비고 유니폼을 입었다.
토트넘과의 인연은 계속됐다. 토트넘이 K리그 전남 드래곤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수비수 윤석영(22)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올림픽이 결정적이었다. 왼쪽 풀백으로 공수를 깊숙이 오가며 폭넓은 플레이를 펼친 윤석영에게 크게 매료됐다. 구단 스카우터들이 최소 2~3경기 이상 현장 체크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윤석영 포지션이 ‘팀 선배’ 이영표와 같았다는 점이다. 포지션 경쟁 대상도 선후배가 같은 선수(베누아 아수 에코토)로 똑같았으니 성사됐다면 화제를 모을 뻔했다. 토트넘이 시선을 준 건 윤석영만은 아니었다. 뒤늦게 알려졌지만 박지성도 토트넘에 관심을 뒀다는 후문이다. 지난 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4월 무렵, 박지성이 맨유를 떠나기로 결심한 뒤 접촉을 한 클럽이 바로 토트넘이었다. 몇몇 조건이 맞지 않았고, QPR이 워낙 매력적인 제안을 던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으나 토트넘도 박지성이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었다.
윤석영은 웨스트브롬위치앨비언(WBA)의 오퍼도 받았다. 그런데 WBA도 한국 축구와 작고도 큰 인연이 있었다. 플레이메이커 김두현(경찰청)이 몸 담았던 곳이라 국내 팬들에게도 아주 익숙한 팀이었다.
이청용(24·볼턴 원더러스)도 위건 애슬레틱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는데, 위건도 중앙 미드필더 조원희(광저우 헝다)가 활약해 익숙한 팀이었다.
‘인연’으로 얽힌 이적 비하인드 스토리는 제3국에서도 이어졌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안지도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계속 보였고, 최근에도 있었다. 박지성 역시 안지의 영입 대상 중 하나였다.
K리그 FC서울을 완전히 탈바꿈해 명문 클럽으로의 도약을 진두지휘했던 터키 축구 영웅 세뇰 귀네슈 감독도 한국 선수들의 영입설에서 빠지지 않았다. 현재 터키 쉬페르리그 트라브존스포르를 이끌고 있는 귀네슈 감독은 기성용과 이청용에게 꾸준한 애착을 나타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이적료에 일찍 영입 작전을 포기하긴 했지만 기성용과 이청용은 귀네슈 감독이 FC서울 시절, 지금의 스타로 성장하는데 발판을 마련해줬기에 매력적이었다.
또 이번 여름에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김보경(23)을 영입한 카디프시티와 이청용의 볼턴 등으로 인해 외부에서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이렇듯 ‘인연’과 ‘커넥션’이 이적시장에서는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