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I 이승엽
이승엽이 8년간의 일본생활을 마치고 삼성 복귀를 선언했을 때 일부 야구전문가는 그의 나이와 체력에 의문표를 달았다. 그도 그럴 게 당시 이승엽의 나이는 36세였고, 그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80경기 이하에 출전했다. 더욱이 일본에서의 이승엽은 한낮에도 쾌적한 환경에서 뛸 수 있는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써왔다. 그러나 대구구장은 국내 야구장 가운데 가장 뜨겁고, 시설 역시 열악하기로 소문난 구장이었다. 자칫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
그러나 그 모든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이승엽은 8월 31일까지 105경기에 출전해 460타석에 들어섰다. 팀이 치른 106경기에서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한 셈이다. 팀 내 출전 경기수 1위, 타석수 1위다. 성적도 좋아 타율 3할1푼2리, 20홈런, 74타점으로 타격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 롯데 셰인 유먼과 넥센 박병호. |
롯데 셰인 유먼은 선발 경험이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2007년 트리플A에서 15번의 선발등판을 기록했을 뿐 대부분은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투구 이닝수도 2006년 더블A에서 기록한 101이닝이 역대 개인 최다 이닝이었다.
그러나 유먼은 올 시즌 24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해 무려 160⅔이닝을 던지고 있다. 투구수도 2424개. 선발등판수는 공동 1위, 투구이닝과 투구수는 각각 브랜든 나이트(넥센)와 더스틴 니퍼트(두산)에 이어 2위다. 성적은 더 뛰어나다. 12승 5패 평균자책 2.30으로, 다승과 평균자책 부문에서 2위에 올라있다. 유먼은 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10승을 돌파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연봉 역시 50만 달러를 넘은 기억이 없다. 올 시즌이 끝나면 유먼은 10승 투수와 100만 달러 투수 대열에 동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박희수.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이만수 감독은 SK 사령탑을 맡으며 “앞으로 투수 혹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올 시즌 이 감독은 ‘투수 혹사 논란’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감독을 비판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사례가 바로 불펜투수 박희수다.
올 시즌 박희수는 51경기에 등판해 65⅔이닝을 소화하며 7승1패5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 1.37을 기록하고 있다. SK가 치른 107경기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경기에 등판한 셈이다. 특히나 박희수는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8월 경기에 집중 투입됐다.
8월 1일부터 31일까지 팀이 치른 22경기에서 박희수는 13번 등판했다. 8월 투구이닝 18회, 투구수는 243개다. 웬만한 선발투수보다 투구이닝이 많고, 비선발요원 가운데 투구수는 송창식(한화), 이동현(LG)에 이어 3위다.
문제는 박희수가 6월 말 팔꿈치 부상으로 한 달여 개점 휴업했던 ‘부상이 잠재된’ 투수라는 사실이다. SK 코칭스태프가 박희수를 고집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박희수가 등판한 51경기에서 SK는 31승이나 거뒀다. 박희수가 부상으로 개점 휴업한 6월 21일부터 7월 16일까지 SK는 5승12패로 매우 부진했다. 이 기간 불펜진 평균자책도 6.00이나 됐다. 그러나 박희수가 돌아온 7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SK는 18승1무13패로 선전했고, 불펜진 평균자책도 4.25로 안정을 되찾았다. 아마도 이 감독은 지금에서야 전임 감독의 심정을 이해할지 모른다.
▲ 김현수.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김현수의 별명은 ‘타격 기계’다. 2008년 이후 김현수는 4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다 같은 기간 4년 연속 140안타 이상에 성공했다. 올 시즌은 ‘찬스 기계’로 불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올 시즌 김현수의 득점권 타율은 4할4푼3리로 이 부문 1위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현수는 ‘출전 기계’로 불러야할 지 모른다. 김현수는 팀이 치른 107경기 가운데 100경기에 출전해 407타석에 들어섰다. 팀 내 출전경기수, 타석수 1위다. 물론 전체 리그로 따지면 출전경기수는 18위, 타석수는 17위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김현수는 720경기에 출전해 3016타석에 들어섰다. 독보적인 리그 1위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진 3년 연속 130경기 이상에 출전했는데 이 역시 리그에선 김현수가 유일하다. 그만큼 김현수의 내구성이 뛰어나고,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꾸준한 출전에도 김현수의 성적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타율 3할7리, 111안타, 7홈런, 58타점으로, 김동주의 부상과 최준석의 슬럼프로 와해된 중심타선을 홀로 지키고 있다.
KIA I 안치홍
2009년 KIA에 입단한 안치홍은 그 해 123경기에 출전했다. 타율은 2할3푼5리에 그쳤지만, 홈런을 14개나 쳤다. 2010년에도 안치홍은 133경기에 출전했고, 2011년엔 115경기에 나서며 2006년 이후 고졸 야수 가운데 최초로 데뷔 이후 3년 연속 115경기 이상 출전에 성공했다.
올 시즌도 안치홍은 팀이 치른 102경기 가운데 101경기에 출전하며 강철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금 흐름이라면 안치홍은 4년 연속 115경기 이상 출전이 확실해 보인다. 더 놀라운 건 안치홍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치홍은 고질적인 손바닥 부상을 비롯해 시쳇말로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라운드에서 만날 때마다 안치홍이 “힘들다. 쉬고 싶다”라고 고백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안치홍은 피로가 겹쳐 힘든 몸인데도 항상 팀을 위해 선발 출전을 자청하고 있다. ‘타이거즈 정신’을 실천하는 유일한 KIA 야수가 바로 안치홍인 것이다.
넥센 I 박병호
프로 8년 차 박병호는 올 시즌이 첫 풀타임 출전이자 100경기를 돌파했다. 그리고 105경기 모두를 4번 타자로 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은 눈부시다. 타격 전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타율 2할9푼2리는 리그 15위, 24홈런은 1위, 2루타도 28개로 1위, 82타점은 2위, 도루 12개는 23위에 해당한다. 특히 박병호는 올 시즌 처음으로 붙박이 1루수로 출전함에도 실책을 6개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좌타자가 많아지며 1루 강습타구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박병호의 1루 수비는 리그 평균 이상을 웃돌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소박하게 ‘풀타임 출전’을 목표로 삼았던 박병호는 이제 ‘전경기 4번 타자 출전’을 새로운 목표로 삼고 있다. 원체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출전 의지가 강해 지금 흐름만 보자면 목표를 쉽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2007년 이후 4번 타자로 전경기 출전에 성공한 타자는 2011년 롯데 이대호가 유일하다.
LG I 오지환
유격수는 포수와 함께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한 포지션이다. 그래서 이 포지션에서의 전경기 출전은 더는 미덕이 아니다. LG는 2010년 조인성(현 SK)이 포수로서 전경기 출전에 성공한 바 있다. 올 시즌엔 유격수 오지환이 조인성의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오지환은 팀이 소화한 107경기에서 모두 유격수로 출전했다. 팀뿐만 아니라 리그 유격수 가운데 유일한 전경기 출전자다. 성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오지환은 타율 2할5푼4리, 12홈런, 47타점, 17도루로 2009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1번 타자 변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즌 개막전부터 7월 23일까지 오지환은 주로 7, 9번 타자로 출전했다. 당시 그의 타율은 2할3푼7리, 출루율은 3할2푼5리였다. 그러나 7월 24일 후반기부터 1번 타자를 꿰차며 성적이 달라졌다. 1번 타자로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1리, 출루율 3할5푼9리를 기록 중이다. 도루는 6개, 도루실패는 2개뿐이다.
▲ 류현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류현진만큼 불운한 선수가 또 있을까. 다른 선수라면 진작 개인통산 100승을 기록했을 일이지만, 류현진은 94승에 묶여 있다. 올 시즌 21경기에 선발 등판해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 16회, 퀄리티스타트+(7이닝 3실점 이하) 13회를 기록하고도 단 5승에 그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빈약한 득점 지원 탓이다. 류현진이 등판했을 때 한화는 무득점 4경기, 1득점 6경기, 2득점 3경기로 21경기 가운데 13경기에서 2득점 이하에 그쳤다.
고졸 선수 가운데 프로 데뷔 이후 7년 연속 126이닝을 소화하며 탈삼진 128개 이상, 평균자책 3.36 이하를 기록한 선수는 류현진밖에 없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