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30일 열린 2012하나은행 내셔널리그 포스트시즌 대국에서 충남 대표로 나선 시니어 박성균(오른쪽)과 충북 대표로 나선 여자 주니어 김현아가 대국하고 있다. |
8월 23-24일 서울 합정동 K-바둑(예전 스카이바둑)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충남 서해바둑단 대 인천 에몬스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충남이 인천을 3 대 0으로 물리쳤다. 내셔널리그는 1팀 4명(시니어 1명, 주니어 2명, 여자 주니어 1명)이 겨루는 단체전인데, 충남이 23일 대국에서 2승을 거두고 24일 1승을 추가, 4국을 둘 필요가 없었던 것. 포스트시즌 대국은 목·금요일에 두 판씩, 오후 5시, 7시에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8월30일에는 충남 대 충북, 충청도 형제 대결의 전반전 두 판이 K-바둑에서 두어졌다. 충북은 김정훈 김현아 최현재 김정우, 충남은 송홍석 박성균 유병용 김수영의 라인업. 주니어 김정훈 최현재와 송홍석 유병용이 정면대결하고, 시니어 박성균과 여자 주니어 김현아, 시니어 김정우와 여자 주니어 김수영이 ‘아저씨 대 아가씨’의 대결을 펼친다. 주니어들의 승부를 반반으로 본다면, 충북 최현재는 정규시즌 11번의 대국에서 무려 10승1패, 가공할 화력을 과시한 청년이어서 모두의 경계 대상 1호지만, 단판 승부는 언제나 모르는 것이므로, 열쇠는 아저씨와 아가씨가 쥐고 있는 셈.
오후 7시, 김현아와 박성균의 대결. 김현아는 발랄한 모습, 밝은 얼굴이었고 박성균은 어깨가 조금 무거웠다. 돌을 가리니 박성균이 흑. 출발은 흑이 좋았다. 흑은 실리에서 앞서나갔고, 백은 두텁긴 하지만 어딘지 조금은 중복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흑이 알기 쉽게 모양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백을 협공하면서부터 국면은 검토실의 예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엎치락뒤치락.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박성균이 자세를 고쳐 잡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공격개시였다. 그냥 공격하는 정도가 아니라 곧장 대마사냥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대마사냥의 전말을 따라가 본다.
<1도> 흑1, 고수들 바둑에서는 잘 보기 어려운 노골적인 파호다. <2도> 백1을 유도해 흑2로 포위망을 보강하고 흑4에서 6으로 헤집으며 갈라 나간다(백5는 흑▲에 이음). 그리고 백7에는 흑8, 또다시 노골적인 파호. 검토실에서는 “강력하긴 하지만, 백도 떨리기는 하겠지만, 흑도 조금 무리 같다. 흑의 외곽이 아직 허술하고 도처에 맛이 있어 백 대마가 잡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흑이 어디선가 공격의 대가를 구하면 성공”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성균은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잡지 않으면 질 것 같다는 예감에 대마사냥에 승부를 걸고 있었던 것. <3도> 백3에는 흑4로 끊고, 백15에는 흑16으로 끼웠다. 도중 우하귀 쪽 백13은 시간연장책이었는데, 자충. 종당에는 이 자충이 통한의 한 수가 된다. 그에 반해 <4도> 백13-15에 흑16으로 내려서 차단할 수 있다는 것, 박성균은 이걸 보고 있었다. 백은 흑을 끊을 수 없고, <5도> 백11로 이어야 한다. 그나저나 백13이면? 흑 대마도 끊기고, 미생인데? 검토실이 헷갈리고 있었다. 수상전인가? 누가 잡히는 건가? 백이 오히려 수가 많아 보이네.
그러나 여기에 이르러서는, 박성균은 수상전으로 백 대마를 잡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박성균은 지체 없이 흑14로 끊었다. <6도> 흑1~7 다음 백8-10으로 젖혀잇는 것은 절대다. 다른 곳부터 수를 줄이면 흑이 8 자리에 내려서는 수가 있다. 다음 흑A로 넘어가는 수와 B에 두어 한 집을 내며 완생하는 수가 맞보기. 계속해서 흑11로 이어 수를 늘였다. 백12, 이 자리도 일견 수를 늘이는 급소 같다. 그랬는데 흑은 이를 보더니 <7도> 1로 젖혀 놓고, 3으로 끼웠고, 여기가 끝이었다.
더 둔다면, 가령 <8도> 백1이면 흑2~6으로 패. 백은 팻감이 없고 흑은 물론 만패불청. 흑4로는 5 자리에서 몰아 놓고 4에 이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쪽은 빅. 여기가 빅이면 백 대마는 자동사.
<6도> 백12로 <9도> 백1로 <7도>를 방비하면? 흑2~6으로 이쪽에서부터 줄여간다. 백이 한 수 부족. <3도> 백13이 통한의 자충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공룡처럼 거대한 대마들의 싸움. 이런 대마 싸움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