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박지성은 결국 존 테리와의 경기 전 악수를 거부했다.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의 주장 박지성이 첼시의 주장 존 테리와의 악수 여부는 국내 뿐 아니라 현지 언론에서도 엄청난 관심사였다.
국내에선 SBS ESPN의 생중계 화면이 화제의 주인공인 안톤 퍼디낸드에 집중돼 박지성과 테리가 악수를 나눴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현지에 잉글랜드 언론들이 연이어 박지성의 테리 악수 거부를 보도하고 나섰다. 심지어 로이터 통신은 “박지성이 테리와 악수를 두 번이나 거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QPR와 첼시의 경기는 경기 전부터 ‘악수 논란’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악수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첼시와 QPR의 경기에서 비롯됐다. 당시 테리가 퍼디낸드에게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언사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 이로 인해 여론의 뭇매가 테리에게 집중됐고 테리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장 자리까지 빼앗겼다. 그렇지만 지난 7월 웨스트 런던 치안재판소는 ‘증거 불충분’으로 테리에게 무죄를 선사했다. 이로 인해 테리와 퍼디낸드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결국 퍼디낸드는 경기 전 악수 행사에서 테리의 악수를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법정에 테리 측 증인으로 나선 애슐리 콜과도 악수를 거부했다.
박지성까지 악수 거부에 동참한 것은 예상 밖의 행보다. 박지성의 악수 거부는 단순히 한 선수의 악수 거부가 아닌 ‘주장의 악수 거부’다. 주장끼리 악수를 주고받는 것은 경기 전 악수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서인데 박지성은 두 차례나 테리가 내민 손을 거부했다.
주장까지 악수를 거부할 경우 자칫 양팀의 분위기가 과도하게 냉각될 수 있는 데다 지난 해 논란이 불거진 QPR과 첼시 경기 당시엔 QPR 소속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악수를 거부한 것은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한 주장다운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초코파이’ 우정으로 유명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리오 퍼디낸드와의 오랜 우정 때문이기도 하다. 리오 퍼디낸드와 안톤 퍼디낸드는 친형제 사이다.
한편 경기는 0대 0 무승부로 끝났다. 전반적으로 QPR이 경기 내내 첼시를 몰아세우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골 결정력 부족으로 인해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력에서도 QPR 주장 박지성이 첼시 주장 테리를 압도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