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과 ‘자립’ 생각한 김동연, 약자에 용기와 기회라는 손 내밀어
김동연 지사는 페레 아라고네스 주지사를 마중 나갔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함께 도담소로 들어왔다. 페레 아라고네스 주지사를 환영하는 사전 행사에선 발달장애인 공연단 드림위드 앙상블이 클라리넷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도담소에 전시된 경기도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스페인은 예술에 대한 이해와 안목이 높기로 유명하다. 파블로 피카소, 안토니 가우디를 비롯해 전설적인 예술가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 스페인의 주지사 앞에 경기도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공연과 작품은 선보였다. 두 사람은 작품 앞에 잠시 멈춰서기도 했다. 크레파스, 사인펜, 마카로 그린 작품들이었지만 김동연에게 이들의 작품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만큼이나 각별했다.
발달장애인은 지능, 언어, 사회성 등의 발달이 늦거나 왜곡돼 나타나는 장애를 의미한다. 좁은 의미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지적장애가 발달장애에 해당한다. 보건복지부 장애인 현황(2022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발달 장애인은 26만 3000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9.9%에 해당한다. 그리고 매년 지속해서 7~8000명씩 증가하는 추세다.
발달장애인은 사회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직업 활동 등을 통해 사회화와 의사소통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얻은 발달장애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발달장애인들은 직업 활동의 기회를 얻기보다 집이나 시설에 머물며 그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적지 않다. 그들은 마치 사물처럼 존재한다. 자립이나 직업적 성취를 이룰 기회도 부족하다. 부모가 늙어갈수록 발달장애인 가정의 경제적 상황 역시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만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는 사건이 10여 건에 달했다. 올해도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만 8건에 이른다. 자신이 죽으면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가 홀로 고통받을 것이 두려워 함께 세상을 떠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김동연은 도지사 후보 시절 그리고 당선인 시절 발달장애인 가정의 분향소를 찾았다.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 세상을 등진 가정이었다. 김동연은 눈물을 보이며 약속했다.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경기도는 같은 해 가을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기도만의 해법을 찾았다.
장애인복지법상 여러 지원이 있지만 김동연은 장애인의 ‘활동’과 ‘자립’을 생각했다. 주거 지원, 활동 지원, 돌봄 지원 모두가 중요하지만 경기도는 장애인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했다. ‘장애인 기회소득’과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훈련 장애인 기회수당’이 그것이다.
경기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훈련 장애인 기회수당’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다. 훈련 장애인 기회수당은 장애인 직접 재활시설 훈련 장애인 중 훈련 기간이 1개월 이상, 훈련 시간이 월평균 1일 4시간 이상인 장애인에게 1인당 월 16만 원의 기회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1552명이 장애인 훈련 기회수당을 받고 있다. 국비 지원 없이 도비와 시비만으로 지급한다. 김동연 지사 취임 4개월 만에 시행된 사업이니 그가 얼마나 이 수당에 관심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장애인 김지현(24세) 씨는 2년째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쇼핑백 끈 묶는 방법도 배우고 제과‧제빵도 배웠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안경 천 접는 거에요”라는 그는 “기회수당을 받으면 옷이랑 화장품을 사고 싶어요. 예쁘게 차려입고 더 열심히 훈련할게요”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훈련 장애인 기회수당은 장애인에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준다. 그들이 오래도록 들어온 ‘안 돼, 하지 마, 기다려’가 아닌 ‘할 수 있어, 해보자’라고 말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어려워하던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경기도의 역할이라고 김동연은 생각했다.
김동연 지사는 최근 그림 한 점을 구매했다. 발달장애인 화가인 이창옥 작가의 ‘맛사지사’라는 그림이다. 작가는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의 발을 마사지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지사가 그림을 구매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발달장애인 황진호 작가의 ‘아빠와 함께’라는 그림이 김동연 지사가 평생 처음으로 산 그림이었다.
김 지사의 그림 구입은 단순히 발달장애인이 경제 활동을 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연습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장애인에서 작가, 연주가, 예술가가 된다. 장애인 스스로를 가두는 장애라는 관념에서 벗어나게 한다.
김동연의 정책에는 그런 일관성이 있다. 좌절, 절망의 시대에 약자들에게 손을 내민다. 기회가 되려 한다. 장애인에게 활동 기회를, 직업 훈련을 돕는 수당을, 저소득 청년에게 해외 연수의 기회를 주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용기와 기회의 사다리가 되는 것, 그것이 김동연의 도정을 관통하는 철학이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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