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최 프로님이 한국에 재단을 만들어서 도서관도 짓고 골프 자선대회나 유소년을 위한 골프클리닉을 여는 이유들에 대한 속내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어요. 한마디로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방법이 훨씬 더 중요하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자신의 야구가 골프가 또는 축구가 가치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큰 공감을 갖게 되더라고요.
최 프로님과 대화를 나누며 유독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바로 지난 2월 애리조나에서 만났던 이영표 선배님입니다. 두 분 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어서 그런지 신앙으로 무장된 생활 태도와 자신이 믿고 있는 부분에 대한 강한 신념, 그리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말씀 등이 비슷한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 같아요. 알고 보니 두 분이 한국에서 같은 교회를 다니셨더라고요. 저는 두 분과 다른 종교를 갖고 있지만 종교를 떠나 운동 선배이자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셨던 분들의 경험담과 조언은 듣고만 있어도 절로 힘과 용기를 갖게 하는 바탕이 되는 것 같아요.
1년에 162경기를 치르다보면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사연들이 게임 속에 포함돼 있습니다. 성적이 좋을 때는 그 사연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가득 채워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슬픔, 분노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야구장 전광판에서 이 글자들이 제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타석에 들어설 때 ‘신수 추’에 대한 짧은 프로필이 전광판에 뜨는데, 그날도 이전과 다름없이 제가 ‘사우스코리아 부산’ 출신이란 글자가 올라갔거든요. 하지만 그날따라 ‘사우스코리아 부산’이란 글자가 제 가슴을 두들기며 뜨거움을 갖게 하는 거였어요.
한국에서 온 작은 체구의 동양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중심 타자로 이 야구장의 타석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대단하고 감동적인지, 그리고 내가 지금 얼마나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던 거죠. 항상 더 큰 목표와 도전 정신을 갖고 투쟁하듯, 경쟁하듯 살고 있지만, 아주 가끔은 현재의 내 모습에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텍사스를 떠나 클리블랜드로 돌아가면서 전 큰 수확을 안고 가는 듯해요. 메이저리그 타자인 ‘추신수 선수’에 대한 감사를 갖게 된 부분이죠. 항상 부족하고 아쉽고 안타깝게만 느껴졌던 제 야구가 오늘은 무조건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루킹 삼진을 당한다고 해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