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기 지지옥션배 시니어 대 여류 대항전 제20국에서 조혜연 9단(왼쪽)과 유창혁 9단이 대국하고 있다. |
9월 12일에는 최철한 9단이 제주도 그랜드호텔에서 중국 천야오예 9단과 바둑을 두어 패했다. 제16기 한-중 천원전 3번기에서 두 번을 거푸 져 ‘통합 타이틀’을 놓친 것. 최 9단이 머쓱해진 다음 날, 9월 13일에는 중국 후난(湖南)성 창더(常德)시에서 박영훈 9단이 한-중-일 통합 명인전 결승에서 중국 장웨이지에 9단에게 졌다.
박영훈과 최철한, 중추 두 사람이 중국 선수들에게 일격을 당해 또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우울해지려고 하는 장면에서 2010년에 입단한 이지현 3단(20), 나현 2단(17), 최정 2단(16), 그리고 올해부터 실시된 영재입단대회 제1기생으로 신고한 신민준(13), 신진서(12) 초단, 이들보다 며칠 늦게 입단한 오유진 초단(14) 등 막내 소년 소녀들이 9월 11~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회 국제신예대항전에서 우승컵을 안고 돌아와 형들을 위로했다.
한-중-일-대만, 네 나라의 청소년 기사들이 기량을 겨룬 대회에서 우리가 3전 전승, 중국이 2승1패로 준우승, 대만이 1승2패로 3위, 일본은 3패, 마침내 대만에게도 추월당하는 수모와 함께 꼴찌가 되어 버렸다.
나현은 제2의 이창호, 신민준-신진서는 공포의 신씨 형제(친형제는 아니다^^), 최정은 여자 이창호(열 살 안팎의 어린 시절부터 돌부처처럼 과묵하고 포커페이스였던 이창호처럼 최정도 그렇게 말이 없고, 표정이 없다), 오유진은 제2의 박지은으로 불린다.
한-중-일 세 나라에서 국제대결이 숨가쁘게 벌어지는 와중에 국내에서는 조혜연 9단이 제6기 지지옥션배 시니어 대 여류 대항전 제20국에서 시니어 팀의 최종 수비수 유창혁 9단을 제압한 사건이 있었다. 시니어 팀에서는 이제 골키퍼 조훈현 9단만 남았고, 여자 팀은 조혜연 뒤로 방금 위에서 소개한 무서운 소녀 최정과 조훈현 9단에게 곧잘 이기곤 했던 박지은 9단이 버티고 있다.
바둑은 바둑TV 해설자 한철균 7단의 말마따나 조혜연의 명국이었다. 왕년에 세계 최고의 전천후 공격수, 날렵한 무예의 미소년 일지매로 불렸던 유창혁 9단이 공격다운 공격 한번 못해보고 거꾸로 걸려들어 내내 휘둘리다가 불계패를 당했다.
<1도>는 유창혁-조혜연 대국의 중반 상황. 흑1, 3을 가볍게 선수하고 5로 응수타진한 장면. 이게 일방적 수읽기의 소산이었다. <2도> 백1을 기대한 것. 그렇게 백 석 점이 살아가면 흑2가 이어지는 기분 좋은 선수. 백3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다음 흑A 같은 곳이 또 선수로 듣게 된다. 백이 응수를 소홀히 하면 흑B, 백C에서 흑D로 끼워 크게 차단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실전진행 <3도>, 백3, 5로 나가 우지끈 끊은 것이 조혜연의 통렬한 반격이었다. 그런가? <4도> 흑1로 호구쳐 연결하면? 백 넉 점은 잡힌다. 그러나 백2가 선수 흑3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 거기서 백4면 좌상변 흑돌들이 전부 포로가 되는 것.
실전진행 <5도>, 흑1은 후회막급의 후퇴. 백2가 놓이면서 흑▲가 거꾸로 잡혔고 <2도>와 같은 흑의 노림은 저절로 사라졌다. 흑3, 5도 검토실의 지적을 받은 수. “사소한 곳에 한눈 팔 때가 아니었다. 백6, 여기가 요소였다. 흑이 이 자리로 가야 했다”는 것. “흑7도 A가 맞는 자리. 흑A면 백B로 잇는 것이 선수. 실전 흑7이면 백B는 선수가 아니지만, 그래서 흑7로 간 것이겠지만, 백B는 지금은 사소한 자리였다”는 것. 왜냐하면….
“<6도> 백1에서 7까지가 선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흑8을 생략할 수는 없다. 백A로 끊기면 안 되니까. 그런데 백7 덕분에 9라는 강타가 성립했다.” 흑6의 단수를 백9의 되단수로 맞받아쳤는데, 따내지도 않고, 잇지도 않고, 흑10쪽을 둔 이유는? <7도>는 이후의 실전진행. 백1부터의 패를 빌미로 백은 3~13에서 15, 21, 25로 우변을 탈취, 깃발을 꽂았다. 흑14, 20, 22는 어쩔 수 없다. 중앙을 가로지른 흑 대마가 미생이기 때문에. 백A로 찝어, 선수로, 옥집으로 만들 수가 있으니까.(흑4, 10, 백7은 패따냄) <6도> 백9 때 흑은 <8도>처럼 1로 따내거나 할 수가 없다. 백2로 끊기면 잡힌다. 이게 <6도> 백7의 효과인 것.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