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기성전서 최정 제압하고 우승 ‘16세 6개월’ 최연소 9단 등극…최정 “새해엔 체력관리 전념”
이번 여자기성전 타이틀 획득으로 김은지는 9단으로 승단하는 기쁨도 누렸다. 2020년 1월 10일 프로에 입문한 김은지(2007년 5월생)는 3년 11개월 만에 9단에 올라 한우진 9단이 갖고 있던 종전 기록보다 6개월 빠른 ‘최단기간 입신(入神)’ 기록을 세웠다. 또한 17세 11개월에 9단에 오른 박정환 9단보다 17개월 빠른 16세 6개월에 9단에 올라 ‘최연소 9단’의 기록도 갖게 됐다.
#바둑사적으로도 기록될 만한 사건
결승 3국은 최종국답게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혼전이 끝까지 이어진 한 판이었다. 초반부터 고전하던 최정은 종반 우상변 백 대마와 우하변 대마를 동시에 위협하면서 역전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동안 최정의 완력에 휘둘려 쉽게 역전을 허용하던 김은지는 이번 최종국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때마침 나온 최정의 실수에 편승해 우상 백을 살린 김은지는 우하귀 대마의 수습도 차분하고 냉정한 수순으로 마무리했다. 바둑여제 최정을 상대로 전투력에서도 밀리지 않은 그야말로 완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은지가 최정을 넘어 타이틀을 쟁취한 것은 바둑사적 측면에서도 기록될 만하다. 김은지는 그동안 효림배 미래여제최강전(2022년 11월), 난설헌배 전국여자바둑대회(2022년 12월), 조아제약배 루키바둑영웅전(2023년 7월), 난설헌배(2023년 11월)를 우승했지만 모두 최정이 출전하지 않았거나 출전할 수 없는 대회였다.
김은지는 2022년 여자 기성전 결승과 지난 8월 열린 IBK기업은행배, 또 9월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결정전에서 결승에서 1인자 최정을 상대로 타이틀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여자기성전에서 김은지가 그동안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았던 최정을 꺾고 타이틀을 차지했다는 것은 다른 여자 기사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김은지의 12월 국내 랭킹은 71위, 여자 기사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최정에 이은 2위다. 김은지는 남자 기사와의 대국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프로 통산 422전 273승 149패(승률 64.69%) 중, 남자 기사와의 전적이 204전 103승 101패로 승률 50.49%에 달한다. 특히 2023년 남자 기사와 83차례 맞붙어 50승 33패(승률 60.24%), 여자 기사 상대로는 57승 16패(78.08%)를 기록했다.
우승이 확정된 후 김은지는 “이번엔 뭔가 기운이 좋았던 것 같다. 방금 끝난 3국에서도 위험한 순간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겨서 기쁘다”면서 “준비도 많이 했고, 아무 생각 없이 바둑만 집중해서 두었던 것이 전과 달라진 점이었다. 항상 매니저 역할을 해주시는 엄마가 가장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9단이 빨리 되고 싶었고, 이번이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데 우승하면서 9단으로 승단한 것도 정말 기쁘다”는 김은지는 “최정 사범님한테 이겨서 우승했다는 것도 정말 기쁘지만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는 각오도 전했다.
#김은지에 패한 최정 곧바로 하림배 우승
한편 최정은 김은지에게 패한 후 바로 이어진 제28기 하림배 여자국수전 결승3번기 제3국에서 김채영 8단을 꺾고 대회 2연패이자 통산 3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최정은 “직전 열린 여자기성전에서 지는 바람에 멘탈 관리를 더 해야 됐다. 괴롭긴 했는데 승부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기고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새해엔 기술적인 측면보다 운동 등 체력관리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2024시즌을 다짐했다.
바둑TV 해설의 이현욱 9단은 “여자기성전 결과 하나만으로 김은지가 최정을 넘어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차이가 좁혀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 기사의 대결이 2024년엔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 여자기성전의 결과는 다른 신예 기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여자바둑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국내 여자 개인전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해성 여자기성전은 해성그룹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다. 각자 1시간,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는 제7회 해성 여자기성전의 우승상금은 5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200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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