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800억∼3250억 원으로 추산된다. 매년 10∼1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생수시장은 정확한 판매량을 집계하는 곳이 없어 업체마다 주장하는 판매량이나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다르다. 2000년 7월부터 납세 병마개 제도 실시 이후 무자료 거래가 줄어들고 제품 유통이 투명해졌다고 한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생수시장은 급성장하는 시장은 아니지만 고정 수요가 있고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제품 포트폴리오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생수 시장은 1969년 다이아몬드 정수 회사가 주한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전개한 것이 효시로 알려진다. 이후 1970년대 풀무원, 1980년대 진로가 참여하면서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1997년 이후 농심, 동원 등의 가세로 현재 수준의 시장 규모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지방 중소 생수 업체가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과열 경쟁 양상이 벌어져 한때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업체가 난립한 적도 있다고 한다.
현재는 대기업 계열의 음료회사 7개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안정적인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업체별로 자사 제품의 특징을 홍보하기는 하지만 생수는 제품마다 차별화 요소가 극히 적어 브랜드 관리와 유통망 파워에 의해 점유율이 결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판매량을 기준으로 진로, 농심, 동원, 롯데, 풀무원이 시장점유율 10% 초반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점유율이 비슷하다 보니 업체마다 자사가 업계 1위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올해 6월 ‘석수’를 판매하던 진로와 ‘퓨리스’를 판매하던 하이트가 생수 사업부를 분리·통합해 (주)석수와 퓨리스가 되면서 확고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석수와 퓨리스 측은 “주류 사업에 묻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던 생수 사업에 전념하고, 전문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석수와 퓨리스 측에 따르면 시장점유율은 합병 전 진로 석수 10%대, 하이트 퓨리스 7%대로 합병 이후 17%라고 한다.
‘제주 삼다수’를 판매하고 있는 농심은 “석수와 퓨리스의 합병으로 1위 자리는 내놓았지만 페트병 판매량은 제주 삼다수가 부동의 1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생수 제품은 흔히 말통으로 불리는 대용량(18.9리터) 시장과 소매점용 페트(pet)병 시장으로 구분된다. 2005년 말 기준으로 대용량 시장은 전체의 66%, 페트 시장은 34% 정도다. 전체 시장 점유율 10%대인 제주 삼다수는 대용량을 생산하지 않는 대신 페트 시장에서 3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대용량 제품은 포장 용기를 회수하는 별도 유통망이 필요한데 제주 삼다수의 경우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입지적 약점 때문에 페트 제품을 집중적으로 노린 것이다. 농심 측은 1998년 출시된 제주 삼다수는 강력한 라면 유통망을 토대로 6개월 만에 페트병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선두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진로와 하이트의 생수 사업 부문이 합병 독립한 (주)석수와 퓨리스의 제품들. | ||
지금은 대용량 제품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 해태와 처음부터 생산하지 않은 코카콜라는 “주5일제 시행, 야외 레저활동 증가 등의 요인으로 생수 소비 패턴이 점차 페트병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일찍 생수사업을 시작한 풀무원과 진로의 경우 대용량 제품의 판매량 비중이 5배가량 많다. 진로는 하이트와 합쳐지며 페트 제품 비중이 커진 반면 풀무원은 최근 소용량 제품을 리뉴얼하는 등 트렌드에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풀무원은 생수 사업에서 2003년부터 네슬레와 합작해 연구 및 제품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제품인 ‘풀무원 샘물’에 이어 지난해 ‘워터라인’을 출시해 젊은 여성층을 공략하고 있다. 산호색 페트병과 분홍색 라벨 등 고급스러운 용기는 수입 제품인 ‘에비앙’을 연상케 할 만큼 포장에 공을 들였다.
국내 최대 음료회사인 롯데는 생수시장에서는 5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5위까지 대부분 10%대에서 오락가락하면서 변동이 심해 사실 1∼5위 구분이 의미가 없다. 어떨 때는 롯데가 2위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 롯데의 설명이다.
이 때문인지 롯데는 생수 제품들 간에 품질 차이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생수 시장에서 선두를 하지 못하는 것은 품질 때문이 아니라 타 업체에 비해 판촉을 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생수업체가 직접 공장을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고 대부분 OEM 방식이다. 어떤 곳은 한 공장에서 여러 브랜드로 생산하기도 한다. 생수는 브랜드 충실도가 낮고 유통력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롯데 측은 설명하고 있다.
한편 (주)석수와 퓨리스 출범 이전까지 대용량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동원은 현재 시장 2위를 달리고 있다. 석수와 퓨리스의 합병 후 대용량 판매량은 28만 톤(2005년 기준)이고 동원은 20만 톤으로 그에 못지 않았다. 동원은 타 업체에는 없는 해양자원을 이용, 해양심층수를 실용화한 제품을 올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동원은 “마시는 물은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는 제품 차별화에 초점을 맞춰 고급제품으로 승부할 예정이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업계 6위인 해태음료는 대용량 제품 유통망을 포기하고 페트병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새로이 ‘빼어날水’를 출시해 지리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기존 평창샘물은 ‘빼어날水(수) 평창’으로 리뉴얼했다. 이름을 바꾼 뒤 소비자들의 반응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한국코카콜라는 2000년 8월 ‘순수100’을 출시한 이후 페트병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코카콜라는 “최근 소비자 구매 패턴을 봤을 때 생수는 제품 포트폴리오 상 반드시 갖춰야 하는 상품이다. AC닐슨의 데이터에 따르면 순수100이 한때 페트병 시장 2위를 하기도 했지만 최근 3위로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한편 올해 2월 정부는 생수를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키로 정했다. ‘수질개선부과금’을 2007년 대폭 인하하고 국제적 수준의 품질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에비앙과 같은 세계적 브랜드 파워를 가진 생수 기업을 키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업체들도 앞으로 국내외에서 시장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