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해설뿐 아니라 각종 야구 관련 프로그램 출연…추신수 최저 연봉에 ‘1년 더’ 선언
#새싹부터 남달랐던 황금세대
김태균, 이대호, 정근우 등 숱한 스타들을 배출한 이 황금세대는 프로 데뷔 이전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교생 신분으로 참가한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당시 고3 학생이던 U-18 대표팀 멤버들은 예선 라운드에서 캐나다에 덜미를 잡혔으나 결승에 진출, 미국과 연장 접전 끝에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덕분에 이들 우승 멤버는 대회 개최지를 붙여 '애드먼턴 키즈'로 불리기도 했다.
2번 정근우, 3번 추신수, 4번 이대호, 5번 김태균의 라인업이었다. 이대호와 김태균은 대회 기간 각각 3홈런을 기록했다. 훗날 국가대표에서도 이 같은 라인업은 재현됐다. 추신수는 투수로도 맹활약, 21이닝동안 삼진 33개를 기록하며 대회 MVP에 올랐다. 이들 외에 훗날 KBO리그 스타플레이어로 함께 성장한 이동현, 정상호 등도 우승에 힘을 보탰다.
당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화려한 족적을 남긴 황금세대 일원들도 있다. 대표 주자는 오승환이다. 청소년대표를 경험하지 못했고 고교 졸업 이후에도 드래프트에서 구단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으나 대학 진학 이후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마무리 투수로서 KBO리그를 평정, 일본과 미국 무대까지 경험했다.
이외에도 손승락, 김강민, 채태인, 최준석 등 동갑내기들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약했다. 1982년생 황금세대가 배출한 영구결번 선수만 2명이며 이들이 따낸 우승컵, 골든글러브 등 트로피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이 선수로서 한창 활약하던 시기, KBO리그가 '르네상스'를 맞이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팀도 전성기를 보냈다. 김태균, 이대호, 추신수, 정근우 등 애드먼턴 키즈 외에도 오승환, 김강민 등은 국가대표로서도 영광의 시기를 보냈다. 이들이 국가대표로서 활약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을 전후로 대표팀은 올림픽 금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리미어12 우승, WBC 준우승 등 눈부신 성과를 냈다.
#황금세대의 엇갈린 길
영원할 줄 알았던 황금세대도 베테랑 반열에 들어선 201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운명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2018시즌 이후부터 최준석, 이동현, 손승락, 정근우, 김태균 등이 차례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2022시즌 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던 이대호도 은퇴 투어와 함께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던 이들은 야구장을 떠나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워낙 밝게 빛났던 이들이기에 방송계의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활동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최준석, 이동현, 김태균, 이대호는 각각 중계 마이크를 잡았다. 국내 리그 중계에 나섰던 동기들과 달리 이대호는 국가대표 경기 해설에 나섰다. 경기 해설뿐 아니라 채널을 가리지 않고 각종 야구 관련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친다.
특히 이대호와 정근우는 인기 예능 '최강야구'에서 함께하며 여전한 야구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정근우만이 '최강 몬스터즈'에 몸을 담고 있었으나 이대호가 은퇴 직후 합류하며 호흡을 맞추게 됐다.
황금세대 스타들은 야구 외 콘텐츠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가며 여전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리그와 대표팀 등지에서 많은 경험을 한 이들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지도자 구인난'에 아우성을 치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리고 있다. 팬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는 다수의 황금세대 멤버들과 달리 손승락 정도만이 KIA에서 지도자(2군 감독)로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다.
#'현역 3인방' 추신수·김강민·오승환의 선택
1982년생 중 추신수, 김강민, 오승환만이 여전히 유니폼을 입고 선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2024시즌에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땀방울을 흘릴 전망이다.
숱한 동기생 중 단 3명만이 남았으나 이들이 걸어갈 길도 각기 다를 것으로 보인다. 김강민은 직전 시즌을 마치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차 드래프트 과정 중 보호명단에서 풀려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게 된 것이다. 프로 입단 이후 인천(SK-SSG)에서만 줄곧 활약하던 김강민은 커리어 최초로 다른 팀에서 뛰게 됐다. '원클럽맨'으로 커리어를 마칠 수도 있었으나 선수로서 더 뛰는 길을 택했다.
추신수도 현역 연장 의지를 보였으나 은퇴 시점을 예고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최저 연봉(3000만 원)에 합의했고 이를 전액 기부할 뜻을 밝혔다.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은퇴 이후 활동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 제작진은 추신수의 2024년 1월 예능 프로그램 합류를 예고한 바 있다. 추신수뿐 아니라 아내 하원미 씨 포함 자녀들까지 얼굴을 비출 예정이기에 이목이 집중된다. 다수의 동기생들이 은퇴 이후 방송활동에 집중하고 있기에 추신수의 향후 행보 또한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해석된다.
오승환은 FA 자격을 얻어 협상에 한창이다. 다수의 FA가 계약 소식을 발표하는 동안에도 오승환과 삼성의 협상은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김강민, 추신수의 은퇴 시점이 정해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승환만큼은 이후로도 홀로 남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오승환은 FA 협상에서 다년 계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끝판왕' 오승환은 2023시즌 초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테스트 성격이 강했으나 커리어 최초로 선발 투수로 나서기도 했던 그다. 하지만 이내 제자리를 찾았고 시즌 30세이브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랐다. FA 자격을 얻었으나 이적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계약기간에서 이견을 보이는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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