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등 소유분산기업 대표 선임에만 목소리 높여 비판론…임원 여론전이 수책위 독립성에 영향 지적도
#적극적 경영 참여는 좋지만…
지난 12월 28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홀딩스 대표 선임은 KT 사례 때 밝힌 바와 같이 주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며 “인선 단계부터 후보 추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포스코그룹 지주사 격인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형 신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고 ‘CEO(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신임 회장 후보를 발굴토록 했다. 포스코의 새로운 개선안은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했다. 또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도록 규칙을 바꿨다.
포스코 CEO 후추위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6명은 최정우 현 회장 재임 기간에 선임됐다. 최 회장은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자동으로 1차 CEO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다만 후추위는 1월 3일 내부 추천 명단에서 최 회장을 제외했다.
국민연금은 2022년 말 KT 대표 선임 과정도 비판한 바 있다. 2022년 말 국민연금은 연임을 노리던 구현모 당시 KT 대표와 윤경림 전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에 대해 차례로 비토를 놓았다. 당시 KT 대표 선임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포스코와 KT 모두 과거 정부 투자 기업이나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 이후 특정한 오너가 없어진 소유분산기업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 참여) 강화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 국민 노후자금을 잘 굴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유독 소유분산기업에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민연금의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의 CEO 선임에 대해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물론 CEO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CEO가 사고를 쳤거나 주가 하락을 막지 못하는 등 경영을 잘못한 경우다. 하지만 실적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 회장 임기 때 주가도 많이 올랐다”며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이든 아니든 기업 가치나 주주 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 국민연금이 문제가 된 기업에 제대로 주주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보유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 △중점관리사안에 대한 비공개 대화 △비공개 및 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공개서한 발송 △소송 제기 등 수탁자 책임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된 곳은 없다. 앞서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가 배당 성향이 문제돼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됐지만 해제됐다. 국민연금 주도로 진행된 주주대표소송은 0건이다. 2023년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이 중대재해 등 산업재해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이나 DL이앤씨에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현대산업개발과 DL이앤씨 지분 5.49%, 9.78%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기업을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으로 선정하고 중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주주권이나 의결권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매년 국민연금이 공개하는 수탁자책임활동 보고서에는 비공개 관여활동의 내용이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2023년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 KT 대상으로만 이례적으로 적극적이었다”며 “포스코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더 필요한 회사가 즐비하다. (최대주주의 횡령·배임 혐의가 있는) 한국앤컴퍼니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나 수탁자 책임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면 소유분산기업에의 각종 언급은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수책위 독립성 침해 관련된 우려
국민연금 임원이 특정 기업에 대해 직접 여론전을 계속해서 펼칠 경우 수책위의 독립성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산하 수책위는 국민연금의 민감한 의결 사항에 의견을 개진한다. 수책위 독립성이 침해되면 주주권 행사가 소극적이게 될 여지가 있다.
공식적인 통로를 거치지 않고 국민연금 임원들이 발언하는 행위는 KT 사태 때도 나왔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2022년 말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KT의 CEO 후보 선출 과정이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미 수책위 내부에서는 독립성 침해와 관련된 우려가 나온다. 2023년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내부에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를 설치했다. 자문위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점 등을 살펴본다. 자문위 위원은 국민연금 이사장이 위촉하는 10명 내외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다. 수책위 내부에서는 자문위가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 등을 검토하는 역할도 하는 만큼, ‘수탁자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본다. 가이드라인은 수책위의 의결권 가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30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연금행동은 지난 1월 2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이 공개서한 발송, 비공개·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주주권 행사 등 공식적 방법이 아닌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발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원칙과 지침을 벗어나 선택적으로 위법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혹여 주주 이익을 명목으로 정권 이익을 도모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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