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
[일요신문]
국가기록 관리에 관한 사항을 지도·감독해야 할 국가기록원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것은 물론 힘 있는 중앙기관에는 약하고 힘 없는 지방기관에는 강한 이중적인 행태로 국가기록 관리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비례대표)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이후 기록물 무단폐기 사례 및 조치 결과’ 자료에 따르면 국민적 공분을 산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 무단폐기 사건은 누락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중앙행정기관의 자료 무단폐기 사건이 모두 누락되고 지방 교육청과 기초자치단체의 무단폐기 사례만이 보고됐다. 이는 국가기록원이 권력기관엔 약하고 지방기관엔 강한 전형적인 권력종속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철저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국가기록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임수경 의원이 국가기록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가기록원이 2008년 이후 기록물 무단폐기로 보고한 사례는 총 18건이었다. 2008년에는 한 건도 없었으며, 2009년 3건, 2010년 4건, 2011년 11건이었다. 2012년은 2008년과 같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기록물을 무단으로 폐기하거나 시도한 기관으로 적발된 곳은 2009년의 강원도, 경상북도, 제주도 교육청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방의 기초자치단체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아직 국가기록 관리체계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두 해나 기록물 무단폐기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고, 적발된 기관 또한 아무런 힘이 없는 지방 교육청과 기초자치단체뿐”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국가기록원이 힘 있는 중앙부처 앞에서는 얼마나 나약한 존재로 전락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며, 고작 18건의 사례를 보고한 것은 생색내기 수준에서 국회와 국민을 기만한 허위보고”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미 널리 알려진 기록물 무단폐기 사례마저 누락하고 허위로 자료를 제출해 이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록원이 임수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2008년 감사원의 쌀직불금 부정수급 의심자 명단 무단폐기, 2010년 경찰청의 교육감 후보 성향조사 기록 무단폐기,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상지대 비리재단 복귀관련 속기록 무단폐기 등의 사례가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임 의원은 “국가기록원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의 규정에 따른 ‘중앙 기록물 관리기관’으로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국가기관의 기록물 관리 상황을 감독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널리 알려진 중앙부처의 무단폐기 사례들을 누락한 것은 의도적인 허위보고로써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가기록의 무단폐기를 통한 국기문란은 이명박 정부가 투명하고 공정한 기록관리 행정을 내팽개친 채 국가기록원을 일개 행정부서로 전락시킨 때부터 예고된 재앙”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또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7조는 ‘공공기관이 기록물을 폐기하려는 경우에는 기록물 관리 전문요원의 심사와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기록원이 중앙 기록물 관리기관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기록물 무단폐기를 통한 밀실행정 시도를 철저하게 밝혀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