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 이종욱이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막상막하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준플레이오프 승자를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 위원은 “두산과 롯데의 전력이 얼추 비슷하다”며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일치해 어느 팀이 승자가 될지 예상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MBC SPORTS+ 손혁 해설위원도 “정규 시즌에서도 두 팀은 승차가 거의 나지 않은 3, 4위였다. 두산이 가진 장점이 롯데엔 없지만, 반대로 롯데의 장점이 두산엔 없다”며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도대체 두 팀의 전력이 어떻기에 야구해설가들이 자신 있게 승리팀을 예상하지 못하는 것일까. 먼저 마운드다.
올 시즌 두산은 선발야구를 펼쳤다. 더스틴 니퍼트, 이용찬, 노경은 등 10승 투수를 3명이나 배출했다. 두산 선발진 평균자책은 3.60(이하 10월 5일 기준)이다. KIA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다. 선발진이 거둔 승수도 45승으로 역시 KIA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는 80회로 리그에서 가장 많고, 퀄리티 스타트+(7이닝 3실점 이하) 역시 50회로 리그 톱이다.
불펜 소모가 큰 포스트 시즌에선 선발이 6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규 시즌에서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낮은 평균자책을 기록한 두산 선발진은 그래서 승리의 긍정 포인트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선 니퍼트와 노경은, 이용찬을 선발로 투입할 예정이다. 세 선수는 올 시즌 ‘롯데 킬러’로 유명했다.
니퍼트는 롯데와의 5경기에 선발등판해 3승1패 평균자책 2.13을 기록했고, 노경은은 6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 1.90을 거뒀다. 이용찬 역시 3경기에 나와 1승1패 평균자책 1.07로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하지만, 불펜진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정은 다르다. 두산 불펜진은 22승15패 44홀드 37세이브 평균자책 3.68을 기록했다. 불펜진 평균자책과 세이브는 공히 리그 4위다. 언뜻 괜찮아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앞선 투수가 주자를 남겨두고 강판했을 때 다음 투수가 이 주자들을 얼마나 잘 막아냈는가를 증명하는 ‘기출루자 득점허용률’에서 두산은 3할8푼4리를 기록했다. 리그 최하위다.
마무리 투수 프록터의 기출루자 득점허용율은 무려 5할2푼9리나 돼 유주자 시 등판은 ‘독’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두산 불펜 가운데 코칭스태프를 안심시킬 투수는 홍상삼, 김강률 정도다.
롯데는 반대다. 두산보다 선발진이 약하다. 선발진 평균자책은 3.60으로 동일하나 퀄리티스타트와 퀄리더스타트+는 각각 57, 25회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선발진 평균이닝도 5⅓이닝으로 두산보다 ⅔이나 적었다. 10승 투수도 13승을 거둔 쉐인 유먼밖엔 없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내심 유먼, 라이언 사도스키, 송승준이 선발을 맡아주길 바란다. 올 시즌 유먼은 대두산전에 3번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 4.12, 송승준은 5경기에 나와 1승1패 평균자책 2.90, 사도스키는 3경기에 출전해 1승 평균자책 2.18을 기록했다.
문제는 유먼의 상태다. 유먼은 9월 20일 왼 발가락 부상을 당하고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불펜 투구 한 번이 고작이었다. 여기다 숙부 장례식에 참가하러 미국을 다녀온 터라,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선발과 달리 불펜은 롯데가 좋다. 올 시즌 롯데는 구단 사상 최고의 불펜진을 형성했다. 우완엔 김사율과 최대성, 좌완엔 이승호와 이명우 그리고 강영식, 사이드암엔 김성배와 정대현이 버티며 ‘맞춤형 불펜’을 구축했다. 이들은 올 시즌 평균자책 3.30으로 삼성에 이어 가장 낮은 불펜진 평균자책을 기록했고, 팀이 7회 이후 가장 많은 역전승을 거두는 데 일조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 가정할 때 두 팀의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 싸움에서 결정 날 전망이다.
두 팀의 성격이 마운드에서 명확히 갈린다 치면 타격에선 별 차이가 없다. 두 팀 공히 팀 타율은 2할6푼대, 팀 홈런은 60, 70개대 그리고 팀 도루는 110개대다. 타격 정확성, 장타력, 기동력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타선의 무게감도 비슷했다.
먼저 1, 2번 테이블 세터진이다. 두산의 1, 2번은 타율 2할6푼4리를 기록해 롯데의 2할6푼과 엇비슷했다. 3, 4, 5번 중심타선 역시 두산은 2할7푼9리, 롯데는 2할7푼4리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두 팀의 고민도 같다. 두산은 김동주, 고영민의 가세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두 선수의 컨디션이 바닥이라는 게 문제다.
두산 아무개 코치는 “김동주와 고영민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 코치는 “김동주가 가세하지 못하면 윤석민이 4번을 맡아야 하는데, 과연 약점 많은 윤석민이 실투가 거의 나오지 않는 포스트 시즌에서 얼마나 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시헌, 정수빈의 부상도 악재다. 김진욱 감독은 “코뼈 골절로 수술대에 오른 정수빈은 준플레이오프 출전이 불가능하다”며 “오른 검지 미세골절로 고생 중인 손시헌도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만약 김동주, 고영민, 손시헌, 정수빈이 한꺼번에 빠진다면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두산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롯데라고 부상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광대뼈 수술을 받은 박종윤과 무릎이 좋지 않은 김주찬은 컨디션이 최악이다. 후반기 이후 목과 허리부상으로 고생한 강민호도 몸이 정상적이지 않다. 조성환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도 9월 중순 이후 각종 부상과 체력저하로 힘겨워한다. 그러나 호재라면 주축선수들의 부상이 두산보다 치명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두 팀의 야수 싸움은 부상자 복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
최근 10경기에서 두산은 5승 5패로 선전했다. 반면 롯데는 2승8패로 죽을 쒔다. 이 기록을 토대로 다수의 전문가는 최근 흐름이 좋은 두산의 승리를 예상한다. 반면 “야구는 사이클이다. 정규 시즌 말미에 철저하게 흐름이 떨어졌던 롯데의 사이클이 오를 때가 됐다”며 롯데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도 많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