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5월 26일 당시 이만수 수석코치가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팬티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돌았다. 이만수 수석코치는 ‘문학구장에 만원관중이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문학 구장을 돌겠다’고 약속했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삼성-장원삼, 미치 탈보트, 배영수, 브라이언 고든 4명의 10승 투수가 차례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장원삼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완봉승을 따내며 마침 경기를 지켜보던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스카우트의 관심을 끈다.
‘박석민-이승엽-최형우’는 한국시리즈에서 2번이나 세 타자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상대 마운드를 침몰시킨다.
선발진의 호투와 타선의 대량 득점 때문에 불펜진은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다. 무료한 불펜투수들은 ‘애니팡’에만 집중하고. 마무리 오승환은 ‘애니팡’ 80만 점을 기록하며 게임 종료 위기에 처한 동료 선수들에게 연방 하트를 보낸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SK-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으로 가뿐하게 한국시리즈에 오른 SK는 1차전 카드로 김광현을 내세운다. 김광현은 삼진 12개를 잡는 호투로 완투승을 거둔다. 2선발 마리오 산티아고 역시 대구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송은범과 윤희상도 만점 투구를 선보인다.
위기 때마다 등판한 박희수는 칼날같은 제구로 0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정우람은 3세이브를 따낸다.
타선에선 박재홍, 이호준, 박진만 노장 트리오가 연일 타점을 터트리고, 정근우는 2007년 한국시리즈 이후 두 번째 홈스틸로 3차전 승리를 이끈다.
한국시리즈 7차전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채병용은 삼진으로 이닝을 종료하며 2009년의 아픈 기억을 씻는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2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고, 신이 난 이만수 감독은 팬티만 입고 구장을 돈다.
두산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3승 무패로 가볍게 제친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강적 SK를 만난다. 그러나 1차전 선발 노경은이 완봉승을 거두고, 기대하지 않았던 김승회마저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두산은 예상보다 쉽게 SK를 제친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만난 두산은 ‘돌아온 에이스’ 김선우의 호투와 스캇 프록터의 확실한 마무리로 1차전을 승리하고서 2차전까지 거머쥔다.
3승3패로 동률을 이룬 한국시리즈 7차전. 두산은 ‘깜짝 선발’ 임태훈이 7회까지 2실점으로 역투하며 삼성을 추격한다. 9회 3대 4로 지던 두산은 2번 고영민의 출루에 이어 4번 김동주가 기적같은 2점 홈런을 치며 역전한다. 두산은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처럼 정규 시즌 1위 삼성을 무너트리고 ‘AGAIN 2001’에 성공한다.
롯데-롯데는 역시 분위기의 팀이었다. 정규 시즌 막판 연패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던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자 분위기를 잡는다. ‘손아섭-강민호-홍성흔’ 중심타선은 홈런포를 합작하고, 준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끝낸다.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롯데는 거칠 줄 몰랐다. 박종윤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고, 황재균은 호수비로 내야진을 이끈다. 위기 때마다 등판한 철벽 불펜진의 활약과 마무리 김사율의 완벽투로 롯데는 SK를 3승1패로 제친다.
한국시리즈에선 올 시즌 삼성전 평균자책이 2.27로 좋았던 유먼이 선발 2승을 챙기고, 역시 삼성전 평균자책이 1.82로 뛰어났던 송승준이 호투하며 삼성에 승기를 잡는다. 롯데는 1992년 이후 20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쥔다. 부산 해운대엔 10만 명의 인파가 몰려 우승을 자축하는 불꽃쇼를 벌인다.
#최악의 시나리오
삼성-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온 장원삼은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된다. 장원삼의 호투에 반한 양키스 스카우트는 삼성 관계자에게 그가 누군지 묻는다. 삼성 관계자는 장원삼을 “한국의 이가와 게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양키스 스카우트는 조용히 구장을 떠난다.
탈보트, 고든을 비롯한 선발진은 극심한 부담감에 흔들리고, 연일 불펜 투수들이 5회부터 등판한다. 그러나 권혁은 예전의 권혁이었고, 오승환은 정규 시즌의 그 오승환이 아니었다.
최형우는 팀이 5점 이상 지고 있을 때만 솔로홈런을 치고, 박한이는 2번이나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된다. 3승4패로 아쉽게 패한 삼성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만족한다.
SK-플레이오프에서 SK는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2패로 간신히 승리한다. 이 가운데 2경기가 연장이었다. 혈전의 대가는 컸다. 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투수들이 총동원됐고, 특히나 엄정욱-박희수-정우람은 최소 3경기에 등판하며 체력 손실이 컸다.
박재홍, 이호준, 박진만 베테랑 타자들은 매 경기 접전을 치르는 통에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다. 여기다 김광현은 어깨, 마리오는 무릎 통증으로 SK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다. 결국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만, 삼성에 2승4패로 지고 만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념으로 ‘팬티 퍼포먼스’를 약속했던 이만수 감독은 깜박하고 러닝셔츠만 입고 구장을 돈다.
두산-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꺾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가까스로 부상을 딛고 출전을 강행했던 손시헌은 다시 부상을 당하고, 중견수 이종욱은 다이빙 캐치를 하다 역시 다치고 만다.
훌쭉해진 몸으로 나타난 김동주는 장타를 터트리지 못하며 고영민은 연신 실책을 범한다. 올 시즌 SK에 1패 3홀드 평균자책 4.11를 기록한 노경은과 대SK전 2승1패 평균자책 4.66으로 좋지 않았던 김선우는 ‘비룡 징크스’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결국 두산은 2007, 2008, 2009년 이후 2012년 포스트 시즌에서도 SK에 무릎을 꿇으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무산된다.
패배에 책임을 느낀 최준석은 해병대 입대를 선언한다.
롯데-롯데의 운은 준플레이오프까지였다. 에이스 유먼은 컨디션 난조로 5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고, 송승준은 5타자 연속 볼넷을 기록하며 자멸했다. 믿었던 불펜은 최악이었다. 김성배는 임경완의 재림이었고, 이승호는 이혜천의 쌍둥이였으며, 김사율은 2010년의 정재훈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3연패한 롯데는 또 다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다. 흥분한 롯데 관중은 서로에게 레이저 불빛을 쏘아대고, 양승호 감독은 부산에서 택시를 탔다가 쫓겨난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