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손쉽게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급부상한 곳은 단연 해운대 포장마차촌이다.
개그우먼에서 영화 배우로의 변신을 선언한 곽현화는 지난 7일 자신의 미투데이에 “해운대 포차에서 소주한잔(?) 술이 막 저절로 들어가. 분위기 너무 좋아요. 신명나는구나”라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출처 : 곽현화 미투데이 |
중국 배우 탕웨이는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함께 나타났고 이병헌·배수진·이제훈 등도 포장마차촌을 찾았다.
해운대 포장마차촌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장동건·이병헌 등 한류 스타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일본 관광객부터 술자리를 찾기 위해 포장마차촌을 오가는 시민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자리를 잡기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었다.
손님이 하나도 없는 포장마차도 눈에 띄었지만 자리를 문의하면 “예약돼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연예인과 영화관계자들이 대거 예약을 걸어 놓아 시민들은 자리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게다가 경호원을 대동하고 포장마차촌에 나타나 스타들의 사진을 촬영하려는 시민들을 막아서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정취도 있고 시민들에게 소탈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어 영화제 기간에 스타들이 포장마차촌을 많이 찾는데 같은 포차에서 직접 시민들과 어울리는 것은 꺼리는 편이라 매니저들이 포차 하나를 통째로 예약하고 경호원을 부르는 것”이라 설명한다.
당시 포장마차촌에서 만난 시민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포장마차촌까지 경호원을 데려온 모습을 보며 “연예인들 술자리도 쇼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 시민이 있는가 하면 “처음엔 영화제 기간에 스타들을 보는 게 신기했지만 이젠 지겹다. 우리 같은 시민들을 위한 포장마차촌인데 우린 30분 넘게 자리를 찾아다니다 그냥 발길을 돌리려 한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해운대 일대는 영화제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영화제 피크 기간인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해운대 인근 모텔 하루 숙박비가 10만 원을 넘을 정도다. 이런 급등한 물가는 영화제를 위해 부산을 찾은 외지인은 물론 부산 시민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뛰어 넘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지만 정작 부산 시민들 사이에선 심각한 민심 이반 현상이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