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예사 빛낸 거장 작품 30여 점 엄선…한글 중심의 서예로 관람객 이해 도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한글 서예를 주제로 하는 ‘봄이 되는 글’ 전시가 열린다. 예술의전당은 1988년 개관 이후 지속적으로 수집해 온 서예 작품들 가운데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선보이기 위해 30여 점을 엄선했다.
한글을 가장 아름다운 글씨로 남긴 우리나라 대표 서예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서예계의 대들보로 손꼽히는 원곡 김기승과 일중 김충현·여초 김응현 형제, 궁체의 미를 계승한 갈물 이철경·꽃뜰 이미경 자매, 한글 서예의 새로운 지평을 연 평보 서희환 등 20세기 한국 서예사를 빛낸 거장들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김기승(1909~2000)과 김충현(1921~2006)은 한문은 물론 한글 서예에서도 20세기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가들이다. 성경책과 찬송가 표지, 심지어는 길거리 노포의 간판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김기승의 원곡체는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대표적인 한글 서체라 할 수 있다. 일중 김충현은 독립기념관, 유관순 기념비 등을 비롯해 전국에 가장 많은 현판 글씨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며 한글 고체를 창안하기도 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서체를 만들어 낸 이들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을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철경(1914~1989)과 이미경(1918~2022) 자매는 한글 궁체의 대모(代母)로, 이철경과 쌍둥이 자매인 봄뫼 이각경(월북)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 서예를 대표하는 여성 서예가들이다. 특히 이철경이 창설한 ‘(사)갈물한글서회’는 한글 궁체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한글 서예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의 맥을 잇는 늘샘 권오실, 난정 이지연, 산돌 조용선 등의 아름다운 궁체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한문 중심의 서예를 한글 중심으로 구성하여 관람객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유지원 글문화연구소 소장과 황정수 미술사가가 전시의 감상 포인트를 안내하는 특별 전시 가이드를 마련하며 쉬운 이해를 돕는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3전시실(3층)에서 4월 13일(토)부터 6월 9일(일)까지 50일간 열리며 별도의 예약이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그 밖의 전시 관련 자세한 사항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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