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부모 측 “처음부터 저희들이 문제 삼은 것” vs 하이브 “민희진이 부모들 핑계로 조종”
5월 13일 일간스포츠는 지난 4월 3일 뉴진스 멤버(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들의 부모님이 어도어를 통해 하이브와 빌리프랩에 보낸 메일을 공개했다. 이 메일에 따르면 부모들은 빌리프랩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 스타일링, 안무를 차용하고, 이 과정에서 다른 아이돌 작업 경력이 없이 뉴진스만을 담당했던 데뷔 시절 스태프를 고용한 점을 지적했다.
뉴진스가 데뷔한 지 고작 1년 8개월 만에 같은 모회사를 둔 다른 레이블에서 대중들마저 "뉴진스의 카피같다"고 받아들일 정도의 팀을 의도적으로 기획했다는 게 부모들의 주장이다. 부모들은 이 같은 기획에 어도어가 관여하거나 협조한 내용이 없는 것을 확인한 만큼, 하이브와 빌리프랩이 뉴진스와 각 멤버들의 브랜드 가치를 보호할 생각이 없다는 것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직접적인 무시도 이번 메일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부모들은 "(하이브의 뉴진스 홀대가) 기우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잦았기 때문"이라며 "뉴진스 멤버들이 사내에서 방시혁 의장님과 마주쳤을 때마다 방 의장님께서 왜 멤버들을 모른척 하시고 인사를 외면한 것인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멤버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같은 일이 수차례 반복됐고, 심지어 방 의장과 단둘이 마주쳤을 때조차 무시가 이뤄졌다는 게 부모들의 주장이다.
부모들은 "설사 뉴진스 멤버들이라는 것을 모르셨다 하더라도 누군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면 받아주는 것이 기본일 텐데 사내에서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라며 "무시당한 것이 무안해 엘리베이터 안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거나 못 본 척 하는 느낌을 감지했다거나 일부러 피해가는 느낌을 받았던 멤버 등 한두 번이 아닌 사례들을 듣고 나니 부모로서 이 유치하고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놀랐고 아이들에게 차마 해 줄 말이 없어서 난감했다. 고작 중학생, 고등학생 나이의 멤버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메일을 통해 앞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 타이틀 무산 사실도 뉴진스 멤버의 부모들에 의해서 먼저 문제시 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부모들은 "뉴진스 멤버들은 과거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이란 제안과 약속을 듣고 쏘스뮤직에서 연습생 계약을 한 뒤 프로젝트가 지체되는 동안 쏘스뮤직으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막연히 기다려야만 했다"라며 "그러다 결국 계약 당시 저희에게 했던 약속과는 달리 다른 팀(르세라핌)이 첫 번째 팀으로 데뷔했다. 과거 하이브가 어긴 첫 번째 걸그룹에 대한 약속과 쏘스뮤직 연습생 시절의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무한 대기, 방치 상태는 잊을 수 없는 악몽"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데뷔를 포기하려던 멤버도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뉴진스 멤버의 부모들마저 하이브의 이 같은 차별 행위에 꾸준히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다 아일릿의 카피 사태가 터지면서 폭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모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또 이번 서신에 담지 못하는 내용들까지 뉴진스 법정 대리인으로서 하이브에 대한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하이브가 뉴진스를 존중하고 있지 않다는 정황이 여러 사건들로 분명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하이브가 뉴진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뉴진스의 무엇을 또 모방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지난 4월 3일 해당 메일을 받고 4월 16일에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이 아니라는 점 등을 이미 회신했다"라며 "어도어 사태의 시작이 '인사를 받지 않는 등 홀대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은 일방적인 주장이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메일 수신을 기점으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려 하는 것을 확신했다는 취지로도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 측은 "당사는 하이브를 공격하는 메일을 보내자는 것 자체가 경영권 탈취 및 사익 추구를 위한 계획의 하나로 시작된 점, 민 대표가 본인이 문제제기하면 주주간계약 위반이 되니 부모님을 앞세우자고 이야기한 점, 부모님이 보내왔다는 이메일 자체가 부모님이 아닌 A 부대표와 민 대표가 작성한 점 등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며 "이를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부터 일관되게 "뉴진스 홀대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하이브지만 이들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이번 이메일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방 의장의 노골적인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무시가 결국 하이브의 레이블 '적서차별'에서 불거진 것으로 파악돼서다. 방 의장이 직접 프로듀싱하거나 관여한 르세라핌, 아일릿 등 이른바 '적자'로 알려진 그룹에겐 애정과 관심을 몰아주는 반면, '서자'로 지목되는 뉴진스 등 그룹에게는 K팝 팬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가 될만큼 무시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뉴진스 멤버의 부모님 중 한 명이 밝힌 추가 인터뷰를 통해 하이브 측이 이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방시혁 의장님이 안면인식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하이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더욱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하이브 측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이 아끼는 '적자 그룹'에는 발현되지 않는 안면인식장애가 '서자 그룹' 앞에서만 생겼다는 말이 된다. 터무니없는 해명을 위해 실제 장애를 가볍게 여겼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멤버들의 부모까지 나서면서 하이브-어도어 간 분쟁의 스포트라이트가 뉴진스에게도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주장이 단순히 "우리 아이들만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는 '헬리콥터 부모'의 투정이 아니라 하이브 레이블 내에서 그간 문제시 돼온 '적서차별'이 그 밑바탕이 된 만큼,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플랫폼'이란 명성에 크게 먹칠을 한 셈이 된다.
이번 폭로 이후 국내외 K팝 커뮤니티는 물론, '일반 대중'에 해당하는 하이브 주주들이 모인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도 하이브와 방 의장의 행태를 성토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어도어 스타일 디렉팅 팀장 횡령 및 배임' 사건 이후 나빠졌던 민 대표에 대한 여론도 이번 폭로로 다시 옹호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실제로 민 대표를 비판하는 성향이 강했던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민 대표를 내보낸 뒤 뉴진스에게 새 프로듀서를 붙여주는 과정에서 약 1년 6개월 정도 휴식기를 주겠다고 말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공분이 일고 있다. 주주들은 "현재 레이블 내 가장 가치가 높은데다 데뷔 3년도 채 되지 않아 쉴 시간 없이 꾸준히 활동해야 하는 걸그룹에게 '군백기(군입대 공백기)' 수준의 휴식을 강제로 주려는 게 하이브의 배임이 아니면 뭐냐"며 반발했다. 하이브 측은 이 기간 동안 뉴진스를 각별히 케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아일릿 등 뉴진스를 대체할 걸그룹을 포진해놓은 상태에서 이 기간이 '휴식기'가 될지 '수납기'가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지난 5월 7일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은 오는 5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문기일을 연다. 어도어는 하이브가 요청한 민 대표의 해임안을 안건으로 한 임시주총을 오는 5월 31일 열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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