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받아놓고 ‘뒤통수’?…하이브, 이번엔 어도어 여직원 심야 감사 논란

어도어 “정당한 대가를 불법 수취로 둔갑” vs 하이브 “어도어 대표가 수년간 불법 용인해”

[일요신문]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의 경영권을 두고 경영진과 연일 갈등을 빚고 있는 연예기획사 하이브(HYBE)가 이번엔 어도어 소속 여성 스타일리스트를 심야에 불법 감사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하이브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당한 감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도어 측은 "이미 하이브에 소명을 마친 업계 관행을 마치 불법 행위인 것처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의 경영권을 두고 경영진과 연일 갈등을 빚고 있는 연예기획사 하이브(HYBE)가 이번엔 어도어 소속 여성 직원을 심야에 불법 감사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사진=최준필 기자

5월 10일 오전 어도어는 입장문을 내고 "하이브 감사팀이 일과시간이 끝난 5월 9일 오후 7시께 어도어의 스타일 디렉팅 팀장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며 "해당 감사는 5시간 넘게, 10일 0시(자정)를 넘는 시각까지 계속됐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팀이) 해당 구성원의 집까지 따라가 노트북은 물론, 회사 소유도 아닌 개인 휴대전화까지 요구하는 등 업무 범위를 넘어선 감사를 진행했다"며 "'협조하지 않으면 경찰서에 가야 한다'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협박을 하는 등 감사의 권한을 남용해 우리 구성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어도어 측에 따르면 하이브의 이날 감사 이유는 해당 디렉팅 팀장이 어도어로부터 인센티브를 수령하지 않고 광고주가 지급한 금액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어도어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외부를 통해 돈을 지급 받았다면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하이브 측의 주장인 반면, 어도어 측은 금전적 피해를 회사에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어도어 측은 "이런 계약 관계는 업계의 통상적인 관례"라며 "이 내용은 이미 지난 2월 하이브의 HR(인사) 부서 및 ER(노사) 부서에 공유된 사안"이라고도 덧붙였다. 적어도 두 달 전부터 문제 사안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던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시작되면서 이를 '공격 거리'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간의 내홍이 계속되는 가운데 방탄소년단 팬(아미)들은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거짓 뉴스와 루머에도 하이브 소속사가 방관하고 있다는 항의의 의미로 하이브 본사 앞에 트럭시위도 하고 근조화환을 보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어도어 측은 이어 "하이브가 문제를 제기한 해당 비용은 회사 매출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가 외주 스타일리스트를 사용하는 경우 지출하는 비용으로 광고주가 해당 업무를 수행한 스타일리스트에게 지급한 것"이라며 "정당하게 수령한 대가를 하이브는 불법 수취 금액으로 둔갑 시켜 어제의 불미스러운 사건(심야 감사)을 덮으려 한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광고주가 외주 스타일리스트를 사용하는 대신 어도어 소속 스타일리스트에게 일을 맡겼고, 이에 따른 비용을 해당 스타일리스트에게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이 돈이 어도어의 매출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수입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광고 스타일링 업무를 외주가 아니라 내부에서 쭉 맡아왔기에 해당 업무를 수행해 온 내부 구성원이 광고주가 지급한 금액을 받은 것에 문제가 없었고, 이후 뉴진스의 광고가 늘어난 뒤 올해부터는 광고 스타일링 업무를 외주 인력을 통해 진행하는 것으로 하이브 측과도 협의를 모두 마친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하이브 측은 "해당 팀장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승인 아래 외주업체로부터 수년 간 수억원 대의 금품을 수취했음을 인정했다"라며 "회사의 정직원이 광고주로부터 직접적으로 수억 원 대의 이익을 취하는 관행이란 없다. 회사의 매출로 인식돼야 할 금액이 사적으로 건네지고, 이를 대표이사가 알면서 수년간 용인해 온 것은 관행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표이사로서 민 대표는 불법 수취 금액에 대한 회수나 처벌 등 후속 조치에 전혀 착수하지 않고 있다"며 "당사는 팀장이 수취한 수억 원 대의 부당이익이 어디로 흘러 갔는지도 추후 조사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해당 건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민 대표가 측근들에게 "이건 사실 내부적으로 큰 문제라 하이브에 책잡히기 전에 우리가 먼저 처리해야 할 과제이기도 함. 감사 이슈가 생길 수도 있잖아, 사실"이라고 전달한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이브가 감사를 통해 문제 삼은 '횡령' 의혹 사안에 대해 어도어 측은 "업계의 관행이며 이미 지난 2월 하이브 측에 보고를 마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불법 심야 감사'에 대해서는 "피감사인의 동의를 받고 모든 절차가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적법하게 진행된 것"이라며 "당시 해당 팀장이 본인의 노트북을 회사에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본인 동의 하에 여성 직원만 함께 팀장의 자택 안으로 동행해 들어갔고 노트북을 반납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의 입장이 나오자 어도어 측은 "본 사안은 스타일리스트 업무와 처우에 대한 하이브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재반박에 나섰다. 어도어 측은 "디자인, 안무, 스타일링과 같은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핵심 인재들은 역량에 따라 회사에 소속돼 근무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할 경우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곤 한다. 때문에 실제 레이블 비즈니스에서는 이러한 역량을 유지하기 위한 유연한 보상 체제가 필요하다"며 "어도어 또한 성과를 만들어낸 인재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철학에 기반해 본 스타일리스트 뿐만 아니라 역량이 높은 인재에게 성과에 맞는 높은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브가 '횡령'이라고 짚은 비용 수령에 대해 어도어 대표, 부대표, 스타일리스트가 논의를 거쳐 효율성과 퀄리티 면에서 외주가 아닌 내부 스타일리스트가 작업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대가를 광고주로부터 정당하게 지급받도록 한 것이라고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제 밤 상황은 하이브가 여성만이 집에 간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남성과 여성이 집 앞까지 동행하고, 남성이 집 앞을 지키는 상태에서 여성은 심지어 집 안까지 들어와 휴대폰 등의 제공을 요청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어도어는 5월 9일 부로 정보제공 및 이용동의 철회 통지서를 통해 철회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허위사실은 물론 개인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언론에 무단 배포할 시 하이브 해당 관련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어도어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해 이번 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