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대표 “뉴진스랑 위로받는 사이” 강조…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소송까지 갈지 주목
하이브(HYBE)가 어도어(ADOR)를 향해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며 감사권을 발동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초기 한 원로 연예관계자가 들려준 얘기다. 이는 연예계의 대체적인 반응이기도 하다.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터라 경영권 찬탈, 내부 고발, 감사, 기타 주주 간 계약 등 복잡한 개념이 거듭 등장했지만 결국 핵심은 뉴진스의 선택이라는 의미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는 계획을 수립해 어도어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하이브는 감사 대상자들이 ‘어도어를 빈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고 하는 등 뉴진스 계약 해지까지 논의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4월 25일 공개한 감사 중간 결과 가운데 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에서 4월 4일 오간 대화가 눈길을 끈다. ‘이런 방법도 있어요’라고 시작된 대화에는 △2025년 1월 2일에 풋옵션 행사 엑시트(Exit) △어도어는 빈껍데기 됨 △재무적 투자자를 구함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적당한 가격에 매각 △민 대표님은 어도어 대표이사 + 캐시 아웃(Cash Out) 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 등으로 이어지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이 방안은 민희진 대표가 지난 2월 어도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단독으로 ‘뉴진스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2023년 연말 ‘풋백옵션 배수 30배’와 ‘추가 지분 5%에 대한 풋백옵션 적용’ 등을 두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 뒤 민 대표 측 법무법인이 ‘주주 간 계약서 수정안’을 하이브 측에 보냈는데 여기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대개의 경우 소속 연예인의 전속계약권은 이사회 동의를 거쳐 이뤄진다. 그런데 민 대표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는 이사회 승인 없이 민 대표 전권으로 이뤄지게 된다. 당연히 하이브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하는 회신을 보냈다.
물론 지금도 어도어 이사회는 민 대표가 장악하고 있다. 의결권을 가진 이사회 구성원 3명이 모두 민 대표 측 인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 대표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뉴진스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면 하이브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어도어 이사진을 교체할 수 있다.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민 대표가 단독으로 전속계약 해지 권한을 갖는다면 하이브가 이를 제지할 방법이 사라지게 된다. 어도어 소속 가수는 뉴진스뿐이라 뉴진스의 전속계약이 해지되면 어도어는 말 그대로 빈껍데기가 되고 만다. 하이브가 이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바로 여기게 있다.
민 대표 측은 1월 25일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와의 대면 미팅에서 외부용역사 선정, 전속계약 등을 포함한 중요 체결에 관한 사항을 대표이사 권한으로 할 것을 요구했으며 2월 16일 이런 요청 사항을 담은 ‘주주 간 계약서 수정본’을 하이브에 보낸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뉴진스 데뷔 과정에서 나온 불합리한 간섭을 해결하고, 독립적인 레이블 운영을 위한 요청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하이브 측이 주장하고 있는 ‘경영권 탈취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의미다.
민 대표는 ‘어도어는 빈껍데기 됨’ 등의 내용이 오간 메시지 대화 내용에 대해 ‘사담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권한 조정’ 등이 담긴 ‘주주 간 계약서 수정본’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 대표 측은 “해당 대화는 4월 4일에 이뤄진 것으로 하이브 주장과 달리 시기도 맞지 않고 관련도 없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권한 조정’ 등의 논의가 이뤄지고 ‘주주 간 계약서 수정본’이 전달된 시점은 1, 2월이기 때문이다.
이제 하이브와 어도어는 치열한 법정 공방에 돌입한다. 물론 극적으로 하이브와 민 대표가 합의하면서 계약관계가 유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어도어 측은 5월 2일 공식입장을 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앞으로도 어도어는 뉴진스의 활동 지원에 여력을 다할 것”이라며 “하이브가 스스로 주장한 바와 같이 IP를 보호하고 싶다면, 그리고 진정 주주들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흑색선전을 멈추고, 어도어가 온전히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식적인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법정 공방을 거쳐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 대표에서 해임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되면 뉴진스가 움직일 수 있다. 만약 뉴진스가 하이브가 아닌 민 대표의 손을 잡으면 하이브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속계약 해지가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처럼 전속 기간이나 수익 분배 등에서 아티스트가 매우 불리한 전속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경우 하이브가 연예계 활동 전반에서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느냐가 관건이다. 게다가 행여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밝혀질지라도 전속계약을 파기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어야 한다.
이미 이런 부분은 민 대표가 꾸준히 주장해왔다. 뉴진스를 하이브의 첫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해준다는 약속을 하이브가 어겼으며, 하이브가 뉴진스가 데뷔하는 과정에서 홍보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한 하이브의 새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카피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관건은 뉴진스가 실제로 전속계약 해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민 대표와 함께 움직일지 여부다. 민희진 대표는 4월 25일 기자회견에서 “뉴진스랑 나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서로 너무 위로받는 사이”라고 밝혔다. 민 대표가 해임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연출되자 멤버들과 눈물을 흘리며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는데 팬들에게 직접 말하겠다는 멤버도 있어 겨우 말렸다고 말했다. 또한 뉴진스 멤버들 부모들도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예 관계자들은 결국 뉴진스 멤버들과 그 부모들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 가처분 소송까지 불사하며 민 대표와 함께한다면 하이브는 법정 공방에서 승리해도 뉴진스가 없는 빈껍데기 회사만 가져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을 통해 가처분 인용을 받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지만 하이브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민 대표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수도 있다.
물론 뉴진스 멤버들과 부모의 입장은 민 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됐을 뿐이라 정확한 입장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민 대표의 주장과 달리 하이브 측의 손을 잡을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뉴진스는 5월 24일 컴백할 예정이다. 컴백 이후에는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며 매스컴 접촉도 잦아진다. 또한 팬들과의 소통도 많아진다. 당연히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쏟아질 텐데 이 과정에서 뉴진스 멤버들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가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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