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여왕’ 박지은, ‘믿보배’ 김수현 김지원, 넷플릭스 통큰 투자까지 ‘삼박자’ 딱딱!
OTT 대중화의 기폭제가 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청률 20% 장벽을 넘긴 드라마는 네 편에 불과하다. 2020년 JTBC ‘부부의 세계’(28.3%), 2021년 SBS ‘펜트하우스 2’(29.2%), 2022년 JTBC ‘재벌집 막내아들’(26.9%) 등 1년에 1편 정도 나오다 2023년 그 명맥이 끊어졌는데 ‘눈물의 여왕’이 다시 그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tvN 금토 드라마의 부활 견인
2021년 ‘빈센조’ ‘갯마을 차차차’, 2022년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리들의 블루스’ ‘슈룹’ 등 tvN 금토 드라마는 매년 여러 편의 흥행작을 만들어 냈다. 이런 흐름은 2023년 가장 먼저 방송된 ‘일타스캔들’로 이어졌지만 이후 암흑기가 도래했다. 김순옥 사단의 ‘판도라: 조작된 낙원’을 시작으로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박은빈의 ‘무인도의 디바’ 이영애의 ‘마에스트라’까지 모두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처럼 보일 정도였다.
올해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조정석을 기용한 ‘세작 매혹된 자들’로 시작했지만 이번에도 흥행이 불발되며 tvN 금토 드라마는 1년 넘게 두 자릿수 시청률 드라마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물론 방영 전부터 박지은 작가와 김수현, 김지원이 가세한 ‘눈물의 여왕’은 확실한 카드로 분류됐지만 드라마 시장에서 100%란 없다. 김은희 작가에 전지현, 주지훈이 가세한 ‘지리산’의 흥행 실패 아픔을 갖고 있는 tvN이기 때문이다.
5.9%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로 시작된 ‘눈물의 여왕’은 3월 17일 방송된 4회에서 13%를 기록하며 2023년 3월 5일 ‘일타스캔들’의 17% 종영 이후 1년여 만에 tvN 금토 드라마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선물했다. 12회에서 20.7%를 기록하며 20% 장벽까지 뛰어 넘더니 14회에선 21.6%까지 올라갔다.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 드라마가 ‘사랑의 불시착’(21.7%)에서 ‘눈물의 여왕’으로 곧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제작비 투자하고 역대급 수익 올려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쓰고 김수현, 김지원 등 톱 A급 배우들이 총출동하면 어느 정도 시청률이 보장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 업계에선 땅 짚고 헤엄치기 정도로 보이는 조합인데 아무나 이런 시도를 하지 못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바로 어마어마한 제작비 때문이다.
‘눈물의 여왕’의 총 제작비는 애초 400여 억 원으로 알려졌다. 회당 제작비는 25억 원 수준이다. 그런데 뉴시스는 여기에 160여 억 원이 더 투입돼 총 제작비 규모가 560억 원이라고 보도했다. 역대 최고 수준인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650여 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회당 제작비로는 역대 최고다. ‘무빙’은 20부작(회당 32억 5000여 만 원)인 데 반해 ‘눈물의 여왕’은 16부작(회당 35여 억 원)이기 때문이다.
‘눈물의 여왕’에서 김수현이 회당 8억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는데 그렇다면 전체 출연료는 128억 원으로 총 제작비의 23%가 배우 한 명의 출연료인 셈이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제작사 측은 이를 즉각 부인했는데 드라마 업계에 알려진 김수현의 실제 출연료는 회당 3억 원 수준이다. ‘별에서 온 그대’와 ‘프로듀사’로 호흡을 맞춘 박지은 작가와의 인연으로 본인의 평균치보다 출연료를 낮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의 합류는 ‘눈물의 여왕’ 제작진에 큰 힘이 됐다. 비교적 낮게 책정된 출연료 자체도 수익률 개선에 큰 힘이 됐지만 더 큰 부분은 김수현의 존재감에서 비롯된 투자다. 뉴시스는 ‘눈물의 여왕’이 tvN에 편성비와 넷플릭스 판매비만으로 최소 650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이미 90여 억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제작비에 제작사의 수익(제작비의 20%가량)을 더한 금액을 제작사에 제공한다. 제작비 대비 120% 수준을 보장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제작사 입장에선 수익을 보장받아 안전한 방식이지만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해도 그 수익은 넷플릭스의 몫이 된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 이후 넷플릭스가 엄청난 수익을 누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눈물의 여왕’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님에도 제작비의 80%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IP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단연 박지은 작가와 김수현의 조합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눈물의 여왕’은 역대급 제작비를 투자하고 역대급 수익을 가져가게 됐다.
#표절 논란 사라졌지만 완성도는 아쉬워
누가 뭐라 해도 ‘눈물의 여왕’의 중심에는 박지은 작가가 있다.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순위를 보면 5위 ‘미스터 선샤인’(18.1%)과 3위 ‘도깨비’(20.5%)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고, 4위는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주축인 신원호 사단의 ‘응답하라 1988’(18.8%)이다. 그리고 1위와 2위가 박지은 작가의 ‘사랑의 불시착’과 ‘눈물의 여왕’이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역대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박지은 작가가 차기작 ‘눈물의 여왕’으로 다시 한 번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다만 박지은 작가는 히트작이 많은 만큼 표절 시비에도 자주 휘말리곤 했다. 어느 작가나 한 번 정도는 표절 시비에 휘말릴 수 있지만 박 작가는 이미 여러 번 표절 논란이 불거지곤 했다. 그렇지만 결국 표절로 드러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심지어 저작권 침해 혐의(표절)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지만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눈물의 여왕’은 표절 시비가 전혀 불거지지 않았다. 재벌가를 다뤘다는 점을 비롯해 신데렐라 스토리, 불치병 등 비교적 흔한 소재가 주로 활용됐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틀이나 캐릭터 설정 등을 두고는 표절 시비가 불거지지 않았다.
다만 완성도를 두고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앞서 언급했듯 다소 식상한 소재들이 대거 등장하는 데다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허술한 구석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자주 본 장면을 모아 놓은 ‘클리셰 덩어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런 지적들을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시청자들이 가볍게 다가가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는 드라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완성도에 대한 지적과는 별개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부분은 박지은 작가의 ‘눈물의 여왕’에 시청자들이 확실한 지지를 보내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수현 김지원에게도 최고의 선택
김수현은 현재 톱스타급으로 분류되는 남자 배우 가운데 한 명이지만 최근 들어 위상이 다소 흔들리고 있었다. 2012년~2015년이 김수현이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로 볼 수 있는데 2016년 이후에는 별다른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서서히 잊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수현은 ‘눈물의 여왕’을 만나 확실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2012년 김수현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42.2%의 기록적인 시청률을 달성했으며 영화 ‘도둑들’로 1298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2013년에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시청률 28.1%)로 큰 사랑을 받았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출연해 695만 관객을 동원했다. 2015년에 출연한 KBS 드라마 ‘프로듀사’는 시청률 17.7%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2017년 개봉한 영화 ‘리얼’은 4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2020년 출연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7.3%의 시청률에 만족해야 했다. 2021년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도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톱스타의 위상이 흔들릴 만큼 오랜 기간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한 김수현의 선택은 ‘별에서 온 그대’와 ‘프로듀사’로 함께 성공을 거뒀던 박지은 작가와의 재회였고, 그 선택은 대성공으로 연결됐다.
반면 김지원은 상승세를 이어온 톱스타급 여배우다. 2013년 SBS ‘상속자들’ 2016년 KBS ‘태양의 후예’ 2017년 KBS ‘쌈, 마이웨이’ 2022년 JTBC ‘나의 해방일지’ 등으로 꾸준히 히트작에 출연해왔고 이런 흐름이 ‘눈물의 여왕’으로 이어졌다. 다소 반항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주로 소화해온 김지원은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미정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으로 각광을 받았다. 무표정한 표정의 염미정은 사회생활에 적응된 인간이지만 주위에 진정으로는 스며들지 못하는 캐릭터로 김지원이 기존에 소화했던 역할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후속작 ‘눈물의 여왕’에서 김지원은 그 누구보다 도도한 재벌가의 일원인 홍해인 역할로 돌아왔다. 어찌 보면 홍해인 역할은 ‘나의 해방일지’의 염미정 이전에 김지원이 주로 소화했던 캐릭터들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더 익숙한 김지원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염미정 역할을 소화하며 쌓인 내공이 홍해인 캐릭터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김지원의 연기에 더욱 깊이감이 더해졌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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