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도 중심에 두고 빌런으로 차별화’ 한계…같은 원톱 형사물 ‘다이하드’ 5편까지만 개봉
‘범죄도시’는 형사물이다. ‘마석도’라는 전무후무한 형사 캐릭터를 중심으로 매번 새로운 빌런이 등장하는 형태다. 물론 아무리 악랄한 빌런일지라도 결국 마석도가 이긴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시리즈 형사물로는 1980~1990년대에 인기를 끈 ‘리썰 웨폰’ 시리즈가 있다. ‘범죄도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원톱 형사물이 아닌 버디 형사물이라는 점이다.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가 주연을 맡은 ‘리썰 웨폰’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버디물 영화로도 유명하다. 비슷한 형사 버디물로는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도 있다. 1995년과 2003년에 1, 2편이 개봉한 뒤 2020년 17년여의 공백을 딛고 3편이 개봉했고 2024년에는 4편이 개봉할 예정이다.
형사물은 형사인 주인공이 힘겹게 악당들을 체포해 범죄를 해결한다는 큰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두 시리즈 모두 수년에서 수십 년 간격으로 어렵게 시리즈를 이어와 겨우 4편에 이르렀다. 반면 ‘범죄도시’는 매년 한 편씩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범죄도시’와 같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원톱 형사물은 ‘다이하드’ 시리즈가 있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캐릭터 ‘존 맥클레인’을 만들어 냈다. 1988년 1편이 개봉해 큰 사랑을 받으며 1990년 2편, 1995년 3편이 연이어 개봉했다. 이후 명맥이 끊기나 했지만 2007년 4편이 개봉했으며 2013년에는 5편까지 개봉했다.
원톱 형사물은 버디물에 비해 한계가 더 명확하다. 버디물은 다소 단순한 형사물의 한계를 두 주인공의 티키타카로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다이하드’ 역시 3편부터는 버디물의 형태로 변신했다. ‘범죄도시’ 역시 2편에선 전일만 반장(최규화 분)이 마석도와 호흡을 맞추며 일정 부분 버디물 형태를 갖췄지만 3편부터 최규화가 하차하면서 다시 원톱 형사물로 돌아갔다.
주인공이 악당들과 싸워 이긴다는 공식은 반드시 형사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25년 11편이 개봉 예정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01년 1편이 개봉한 이후 22년 동안 꾸준히 10편이 개봉했으며 11편 개봉까지 임박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8편까지 기획된 ‘범죄도시’ 시리즈가 본보기로 삼기 가장 좋은 시리즈 영화다. 고인이 된 폴 워커가 맡은 브라이언 오코너를 중심으로 보면 형사물이기도 하지만 누가 뭐가해도 ‘분노의 질주’의 중심점은 빈 디젤이 연기한 도미닉 토레토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은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자동차 액션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을 가진 시리즈 영화다. 또한 도미닉 토레토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그의 패밀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캐릭터가 각각의 매력을 뽐낸다. 갑작스런 폴 워커의 사망으로 위기에 내몰렸음에도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석도를 중심으로 매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빌런을 통해 차별점을 만드는 영화다. 이런 부분에서 가장 비슷한 형태의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는 007 시리즈다. 1962년 1편 ‘007 살인번호’로 시작해 2021년 ‘007 노 타임 투 다이’까지 무려 60여 년 동안 25편이나 나온 대표적인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다.
‘제임스 본드’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매번 다른 빌런들이 등장하는 첩보물이라는 부분에서 원톱 주연 중심인 ‘범죄도시’와 유사점이 많다. 다만 60여 년 동안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가 꾸준히 변화해왔다. 만약 ‘범죄도시’도 60여 년 동안 이어진다면 마동석을 대신할 마석도 캐릭터의 배우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매번 새로운 빌런과 함께 새로운 본드걸이 등장해 다채로움을 더한다는 부분은 철저한 원톱 주연에 주요 캐릭터 가운데 여배우가 거의 없는 ‘범죄도시’와 크게 다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대표적인 할리우드 첩보물로 7편까지 개봉했으며 2025년 8편이 개봉할 예정이다. 1996년 1편이 개봉한 뒤 3~6년 간격으로 30여 년 동안 꾸준히 제작됐지만 주인공 이단 헌트 역할은 톰 크루즈가 계속 맡아왔다. 주인공 이단 헌트가 이끌어 가는 영화지만 팀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원톱 주연 영화로만 보기는 힘들다. ‘범죄도시’의 마석도 역시 팀으로 움직이기는 한다. 금천서 강력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1계 등 소속팀과 함께 움직이지만 포커스가 지나치게 마석도 한 명에 집중돼 있다.
킬러들의 세계를 그린 ‘존 윅’ 시리즈는 액션 장르 영화로 형사물, 첩보물과 비슷한 성향을 띠지만 사실 판타지에 가깝다. 컨티넨탈 호텔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금화와 최고 회의 등 상상으로 만들어낸 킬러들의 세계가 판타지적인 요소를 잔뜩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존 윅 캐릭터 중심의 원톱 영화지만 판타지 영화의 요소가 강해 ‘범죄도시’와의 직접 비교는 어렵다. 오히려 ‘스타워즈’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에 더 가깝다.
매번 달라지는 빌런과 싸우는 원톱 주연이라는 점에선 ‘배트맨’ 시리즈, ‘슈퍼맨’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도 ‘범죄도시’와 비슷하지만 역시 장르가 전혀 다르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파워를 갖춘 형사 마석도라지만 그를 히어로로 분류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할리우드 인기 시리즈 영화들과 비교해 봐도 ‘범죄도시’ 시리즈는 상당한 차별점을 갖는다. 이 차별점은 명확한 한계가 될 수도 있다. 우선 매년 한 편씩 개봉하는 제작 일정이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버디’도 없고, ‘팀’의 존재감도 약하고, ‘본드걸’과 같은 여배우도 없다는 부분이 영화를 다채롭지 못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매번 더 강력해지는 빌런만으로 기존 편들과 차별화하는 데는 부족함이 분명 존재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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