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주장한 ‘뉴진스 부당 대우’ 근거로 주목…하이브 ‘신뢰관계 파탄’ 뒷받침될 수도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파묘’된 연예기획사 하이브의 이 내부 문서를 두고 대중은 먼저 하이브-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 법적 분쟁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특히 이후 10월 25~28일, 11월 1일 각각 언론과 하이브 내부 고발인을 통해 추가로 공개된 문서 내용을 종합하면 민 전 대표가 주장해 온 하이브의 어도어 및 뉴진스에 대한 부당 대우가 실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주목을 받았다.
국정감사와 언론을 통해 밝혀진 문제의 보고서에는 거론된 그룹들의 이름이 전부 비공개 처리됐으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그대로 올라왔다. 타사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적나라한 비난과 모욕성 문장도 팬덤의 많은 분노를 불러일으켰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뉴진스에 대해서만 유독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는 데 이목이 집중됐다.
11월 8일 기준 하이브의 보고서에 뉴진스가 직접적으로 거론된 것 가운데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뉴진스 데뷔 전인 2022년 2월 23일, 데뷔 직후인 2022년 7월 27일, 그리고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는 것까지 총 세 번의 언급이었다. 데뷔 전인 2022년 2월 23일자에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타 걸그룹이 뉴진스로부터 시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문구가 적혔고, 데뷔 직후인 7월 27일에도 해당 걸그룹이 뉴진스의 성공과 반대의 영향을 받아 영역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들어갔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2023년 초 하이브 측에 “(뉴진스의) 콘텐츠에 대한 리뷰(평가)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아예 뉴진스에 대한 내용을 완전히 빼달라고 요청했다. 보고서에 뉴진스 내용이 모두 빠지고 어도어에 보고서 발송이 중단된 시점도 이때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후다. 민 전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하이브 측 주장과 달리 보고서에 다시 뉴진스의 이름이 등장했는데, 그 뉘앙스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10월 25~28일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하이브 보고서에는 “뉴진스-아일릿-르세라핌으로 ‘하이브의 뉴아르’라는 워딩이 커뮤니티에 등장하면서 아일릿의 언급이 늘어난 부분이 있었음” “걸그룹 초동 100만장 시대로 블랙핑크-르세라핌-에스파-아이브를 묶으면서 아예 카테고라이징을 4세대론과 달리 가져가거나 하는 움직임이 좀 필요하지 않겠나 싶음. ‘뉴아르’ 워딩으로 며칠을 시달렸는데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이 문구도 처음 공개된 때는 그룹명이 가려져 있었으나 수정되지 않은 보고서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됐다. ‘뉴아르’(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스파를 제외한 4세대 최상위권 걸그룹을 가리키는 용어인데 여기서 ‘뉴진스’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문구가 포함된 보고서가 언제 작성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두 개의 시점이 지목된다. 하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에서 ‘뉴아르’라는 용어가 대두되면서 이를 달가워하지 않은 K-팝 팬덤의 거센 비판을 맞닥뜨려야 했던 2023년 5월, 그리고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소속 신인 걸그룹인 아일릿이 정식 데뷔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이브를 빼고 아일릿을 넣은 ‘하이브의 뉴아르’ 가 언급되기 시작한 2024년 3월 25일 이후다.
뉴진스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문구인 만큼 해당 보고서가 작성되고 발송된 시점은 어도어가 뉴진스 언급 중단을 두 차례에 걸쳐 요구하고 보고서 수신을 완전히 거부한 뒤인 후자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님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를 문제 삼으며 하이브에 항의했던 때와 맞물린다. 심각한 갈등이 불거진 시기에 ‘뉴진스를 버리고 새로 판을 짜면 된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만한 문구가 들어간 문서를, 수신을 거부한 어도어를 제외하고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하이브 전 경영진이 확인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곧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민희진 분쟁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이전부터 하이브 내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분위기를 감지해 왔다는 주장의 근거로도 작용될 수 있다.
앞선 10월 29일 하이브 측은 문제의 보고서에 대해 이재상 하이브 CEO의 이름으로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보고서에 ‘비난 대상으로 거론된 타 엔터사 소속 아티스트’와 ‘역바이럴 무고를 당한 자사 소속 아티스트’에 한한 면피용 사과라는 지적이 일었다. ‘자사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데다 ‘버린다’는 말까지 쓰인 뉴진스에 대해서는 문구의 진위 여부와 작성 의도에 대해 하이브 관계자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고서 작성을 진두지휘했다고 지목된 방시혁 의장은 논란에 대해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아 대중의 비난을 맞닥뜨리고 있다.
하이브와 하이브 측 인사로 구성된 어도어의 새 경영진은 민 전 대표와 벌어진 어도어 경영권 분쟁에서 "뉴진스에 대한 아낌 없는 지원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는 반대로 뉴진스 견제 및 배제를 의심케 할 만한 대목이 들어간 문건이 보고서라는 명목으로 사내에서 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그간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주장해 온 '뉴진스에 대한 하이브의 부당 대우'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결국에는 하이브와 뉴진스 간의 ‘신뢰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어도어 새 경영진에 반기를 든 뉴진스가 이를 근거로 전속계약해지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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