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녹나무의 여신’(소미미디어)이 일본과 동시 출간됐다. 이 작품은 작가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2020년 전 세계 동시 출간된 ‘녹나무의 파수꾼’ 속편이다.
전편에선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절도범이 된 레이토가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며 녹나무의 신비한 기념 의식에 관해 알게 되면서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다뤘다. “500쪽이 넘는 긴 분량임에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을 만큼 흡인력이 대단하다”는 독자들 호평을 받은 베스트셀러였다.
이번에 출간된 ‘녹나무의 여신’에선 레이토가 여러 사람을 만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적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간다. 이 작품 역시 감동과 반전으로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어 단숨에 읽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를 집중력 잃지 않게 하면서 마지막 책장까지 끌고 가는 스토리 힘이 강하다.
이 작품을 통해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한 만남’과 ‘별 것도 아닌 호의’로 인해 우리가 함께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됐을 때 느꼈던 감정도 소환된다.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듯 자연스럽게 장면이 바뀐다. 여기에 명쾌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이 더해진다. 어느새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선 반전과 감동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추리와 판타지가 녹아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표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선(善)하다고 해서 지루하고 뻔하지만은 않다. 선을 악보다 재미있게 묘사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레이토가 녹나무를 이용해 복잡하게 뒤얽힌 사건을 풀어 나가는 모습은 흥미롭게 관전해볼 만하다.
“그런 건 아무 상관없어. 중요한 건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지. 동전 던지기 따위에 기대지 말고”라고 이와모토 변호사가 조언하듯이, 레이토는 제 마음이 끌리는 대로 눈앞의 사람을 선뜻 돕기를 선택한다. 레이토를 따라 몰입하다 보면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조금씩 때론 많이 부족하고 어긋나 있다. 하지만 서로 모서리를 비스듬히 이어 맞추며 살아갈 때 그 순간이 얼마나 눈부시고 가슴 벅찬지 느낄 수 있다.
인간은 본래 추악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 우연히 호의를 건넸는데, 그 호의가 그 사람 구성 요소 중 하나라 생각한다면, 인생은 한번 살아 볼 만하지 않을까.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누구?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다. 1958년 오사카 출생. 오사카 부립 대학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했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1999년 ‘비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나오키상 및 본격미스터리대상 소설부문상,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중앙공론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시바타렌자부로상,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각각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론 ‘동급생’ ‘라플라스의 마녀’ ‘가면산장 살인사건’ ‘위험한 비너스’ ‘눈보라 체이스’ ‘연애의 행방’ ‘녹나무의 파수꾼’ ‘숙명’ 등이 있다. 이외에도 동화 ‘마더 크리스마스’, 에세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을 출간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