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 KCC 감독이 경기 중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
# 불성실 경기 운영 논란
▲ 전창진 KT 감독. 사진제공=KBL |
이번 논란에 앞서 전창진 감독의 스타일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 감독은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하다. 넘치는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통솔하는 리더십을 유지해온 감독이다. 이번 사례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채찍으로 사용했던 지도 방법이다. 이날도 전 감독은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문제는 상대 팀이 올 시즌 최약체로 꼽힌 KCC라는 점이다. 또 평소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낸 허재 KCC 감독과의 친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KCC는 KT전에 앞서 3연패에 빠져 있었다. 여기서 두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최약체 팀을 상대로 최악의 경기를 펼친 KT 선수들에 대한 화가 비뚤어진 경기 운영으로 번진 것이냐, 고의 패배를 조장한 것이냐는 유권 해석이다. 사실 전 감독의 그동안 스타일을 감안하면 전자에 무게가 실린다.
KBL의 이번 중징계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감독의 고유 권한을 침범한 사례로 기억될 수 있다. 명확한 고의 패배 근거가 없는데도 500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전 감독이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벤치에서 보여준 행동 때문이다. 가족 단위의 팬들부터 청소년들이 즐겨 보는 프로농구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도 넘은 행동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전 감독은 KBL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이후 가진 24일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선수들의 경기력에 화를 참지 못하고 벤치 앞 광고판을 발로 걷어차는 등 지켜보는 팬과 선수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번 KBL의 중징계 역시 꼴불견에 가까운 감독들의 벤치 작태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볼 수 있다.
# 감독의 벤치 플레이에 코트가 멍든다
프로농구의 주인공은 선수다. 팬들은 스타선수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그런데 국내 프로농구를 보면 주인공은 감독이 되고 있다. 선수들은 감독들의 질타에 경기 중에도 주눅 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지기수. 팬들의 영웅들이 순식간에 ‘죄인’으로 돌변하는 장면이다. 선수들에 대한 신비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
KCC 허재 감독은 농구계의 유명한 ‘열혈남아’다. 선수들을 가르치는 데 대한 열정도 높지만 선수들의 실책이나 실수를 다그칠 때는 공포의 ‘저승사자’로 돌변한다. 애매한 판정이 나왔을 때는 가차없이 심판들을 향해 반말과 욕설을 내뱉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벤치에서 ‘다혈질’로 변한다. 관중의 응원 목소리보다 감독의 고함소리가 더 크게 울린다. 코트로 뛰어 나오는 웃지 못할 풍경도 흔하다. 심판들은 감독들을 자제시키느라 경기에 집중하기조차 힘들다.
프로에서 활약 중인 한 베테랑 선수는 “선수들은 항상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선다. 못하고 싶은 선수는 없다. 그런데 감독들이 너무 질책을 하게 되면 주눅이 들거나 소심해져 자신의 플레이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적응이 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그렇다. 그래도 프로 선수들인데 좀 심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심판을 향한 행동은 가관이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감독들은 벤치 앞에서 펄펄 날뛴다. 심판을 잡아먹을 기세다. 정확한 심판 판정이 중요한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그러나 감독들의 심판에 대한 불신은 오심이 아닌 상황에서도 벌어진다. 감독의 눈도 항상 정확하지 않다. 언제나 판정은 불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오심의 여지가 있다면 적절한 수위에서 판정에 대한 항의를 한 뒤 경기가 끝난 이후 KBL 심판설명회를 통해 불만을 제기하면 된다. 그러라고 만들어놓은 장치다.
KBL 소속의 한 심판은 “오심 없이 판정을 잘해야 하는 것이 심판으로서 첫째 임무다. 그런데 심판도 완벽할 순 없다. 최대한 정확하게 심판을 보면서 오심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라면서 “일부 감독들이 도를 넘어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자제해줬으면 한다. 반말과 욕설을 심하게 할 때는 자괴감이 느껴질 정도다. 집에서 가족들이 TV를 통해 날 보고 있을 걸 생각하면 정말 난감해진다”라고 하소연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KBL의 기준점이 된다. NBA에서도 간혹 거친 항의를 하는 감독도 있지만, 언제나 주인공은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선수나 심판을 향해 던지는 질책이나 항의는 도를 넘지 않는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의 경기를 즐기는 데 방해 요소가 되는 것은 철저히 줄인다.
KBL은 NBA의 기본틀을 그대로 옮겨 적용하는 프로리그다. 고칠 것은 고치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감독들한테 만연돼 있는 벤치 행태는 주먹을 사용하지 않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최근 젊은 감독들은 선수들과 소통을 중시한다.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심판을 향한 벤치의 행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서민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