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탁상공론 행정·무책임한 민원인 응대 ‘백태’
- 잘못된 행정 절차 해결은 뒷전…"억울하면 민원인이 직접 경찰에 고소 하시지요" 황당
- 마늘 수확 다 끝났는데…"현재 작물이 밭에 심어진 상태 아냐 '농업 경영체' 등록 안돼요"
- 농지 주인 "해마다 농사 지으며 찍은 사진, 영상 등 직접 재배한 증거들 있어" 항변
- 취재 시작되자…"농사 지은 것 확인돼 '농업경영체' 등록 가능 합니다"
- 기초단체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들 대부분 300평 되야 '경영체' 등록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어
[일요신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한 공무원의 탁상공론적 행정과 무책임한 민원인 응대가 지역민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농업 경영체' 등록 절차에 대한 민원인의 물음에 담당 공무원의 상식에 어긋나고 몰상식한 답변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 "'농업 경영체 등록'…1000㎡ 이하는 불가합니다"
상황은 이렇다.
경북 고령군 쌍림면에서 853㎡의 밭에서 마늘 농사를 수 년 간 지어온 A씨(77). 올해 초 A씨는 딸인 B(54)씨에게 마늘 농사를 짓고 있던 밭을 양도했다.
B씨는 그동안 부모님을 도와 마늘 농사를 수 년 간 지어오다 올해는 본인 명의로 직접 농사를 짓는 상황.
이에 따라 농사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 그에 맞는 교육 이수 등 진정한 농부로의 자격을 갖추어갔으며, 특히, 직불금, 농자재 비용 등을 보전 받기 위한 필수 사항인 '농업 경영체' 등록을 백방으로 알아 봤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쌍림면 주민센터에 문의를 했고, 본인의 밭 면적과 마늘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상담을 했다.
하지만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은 '1000㎡ 이하라 불가능하다'라는 기존 땅 주인이었던 B씨의 어머니 A씨가 수없이 상담한 대답과 다르지 않았던 것.
이에 B씨는 인터넷, 지인 등 여러 곳에서 자문을 받아 '농업경영체' 등록은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담당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에, B씨의 귀가 번쩍 뜨인 것은 '1000㎡ 이상의 농지가 아니더라도 채소·과실·화훼작물(임업용 제외) 재배의 경우 660㎡ 이상이면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는 곧바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고령사무소(소장 노미숙)에 등록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
- "억울하면 경찰서에 본인이 직접 고소하시지요"
B씨는 농업경영체 등록에 대한 본격적인 상담에 앞서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들었는데, B씨의 마늘밭이 이미 "'농업경영체' 등록이 돼 있다"라는 사실이다.
사실 관계를 따져보니, B씨의 어머니 A씨가 농지(마늘밭)을 구입 이전 농지 주인이 C씨가 '농업경영체' 등록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행정적인 절차가 해결 되지 않아, 이로 인해 최근 까지도 문제의 농지(마늘밭)에 대한 직불금 등이 전 농지 주인 계좌로 들어가고 있었다라는 것이 담당 공무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공무원은 "기존에 농업 경영체 등록을 한 분이 사실관계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농산물 품질관리원)들은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억울하면 농지 전 주인을 직접 부정 수령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라"며, 무책임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 공무원은 "(전 주인)현재 등록된 사실관계를 삭제하는 방법 외에는 어떤 법적인 행정 조치(부정수급 환수 등)도 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황당한 말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는데, 이 공무원은 B씨의 농지가 면적과 마늘 재배 등 조건은 갖추었으나 현재 작물이 밭에 심어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농업 경영체' 등록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이어졌다.
이에 B씨는 "지난주에 수확한 밭에 농사를 지었다는 흔적들도 있고, 수확한 마늘은 건조 중에 있으며, 그동안 해마다 농사를 지으며 찍은 사진, 영상 등 직접 재배한 증거들이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공무원은 한결같이 '농업 경영체' 등록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늘어 놓았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어떻게 하면 해결을 하고 잘 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해줄(등록을) 방법을 찾는 것 같다"며, "분명 수년간 남의 땅에서 부정하게 혜택을 본 사람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고, 잘못이 적발이 되면 행정에서 조치를 취해 줘야 마땅한 것이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수년간 나와 가족이 공무원의 잘못된 행정 안내로 피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거기에 대한 피해를 행정기관이 아닌 민원인에게 경찰서에 고소를 하라는 황당한 답을 줄 수 있는지 이것이 진정한 공무원이 갖는 자세인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고령사무소 노미숙 소장은 "3년마다 농업 경영체 등록 갱신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본인들이 거짓으로 신고를 하면 사실상 전수조사는 어렵다. 이번 사안의 경우는 명확한 사실 관계가 확인 됐으니 기존에 등록돼 있던 분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농업경영체 등록을 취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억울하면 본인이 직접 경찰에 고소하시지요"라는 담당 직원의 민원 응대에 대해 노 소장은 "민원인에게 억울하면 직접 고소하라고 한 사항은 몰랐다. 이 같은 대응은 분명 잘못된 민원 응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부족한 인력으로 많은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정 수급을 받는 분들이 있어, 올해 2월 17일 이후 신규로 등록하는 분들 중 거짓 부정 등록 적발시 500만원 이하 벌금과 1년간 경영체 등록이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 기초단체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들 대부분 …'1000㎡ 이하' 경영체 등록 불가로 알고 있어
'일요신문'이 고령군 8개 주민센터에 동일한 조건(800㎡의 농지에 마늘농사를 짓는다)으로 문의 한 결과 대가야읍, 덕곡면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주민센터는 1000㎡ 이하라 불가능 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더욱이 이번 문제의 발단이 된 쌍림면 주민센터의 경우는 아직도 '1000㎡ 이상'을 고수하며 "300평(1000㎡)이 되야 경영체 등록이 가능하고 농지가 부족한 부분은 임차도 가능하다"며, 부족한 부분(농지)을 채우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고령군 만의 문제가 아닌 듯 하다.
청도에 귀농을 준비했던 D씨의 경우도 "지난해 농업경영체 등록이 4번의 신청끝에 됐다"며, "신청이 안된 이유가 일바지(몸빼바지)를 안입어서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라고 안해주고, 청도에서 감, 복숭아 농사 안짓는다고 안해주는 등 갖가지 말도 안되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직불금 지급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 주민센터에 이 업무의 필수 조건인 '농업 경영체' 등록의 정확한 안내를 위해 올바른 지침 등이 조속하게 내려 줘야 할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대부분인 군 단위에서는 가장 먼저 궁금한 사항에 대한 문의를 하고 답을 얻는 곳이 바로 지역 주민센터이다.
특히, 직불금은 주민센터 담당이고 '농업경영체' 등록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담당이긴 하지만 두 업무간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기관 간 최소한의 업무내용 공유와 유기적인 협조가 이루어 진다면 최소한 잘못 된 정보 전달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민원인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농업경영체' 등록은 농업 종사자가 국가에 농업 경영 정보를 등록해 농업 및 농촌과 관련된 융자, 보조금 등을 지원 받기 위해 지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신청하는 제도이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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