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협회 보조금 횡령 드러났지만 ‘고발’ 아닌 ‘진정’…‘횡령한 자들, 협회 회장에게 무릎 꿇고 빌었다’ 녹취도
진주시태권도협회 세금횡령 사건은 지역 일간지가 지난해 9월 7일 ‘진주시태권도협회 횡령사건 자체 무마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하면서 지역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관련 보도 등에 따르면 진주시태권도협회 임원 A 씨가 2021년부터 2023년 2월까지 임원으로 재직하며 진주시체육회 보조금과 협회 자립기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소속 회원들이 협회와 시체육회에서 민원을 제기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A 씨는 2023년 2월 13일 사임했다.
논란은 A 씨의 사임 이후 더욱 커졌다. 나흘 뒤인 2월 17일 열린 진주시태권도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회장 등을 비롯해 집행부가 사퇴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추후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약속한다’는 확인서에 위원들이 서명을 하면서 이번 횡령사건이 덮인 것이다.
이후 진주시와 진주시체육회는 자체조사를 거친 후 진주경찰서에 고발장이 아닌 진정서를 올해 1월경에 제출했다. ‘고발’은 고소와 마찬가지로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범인의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이며,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의 의무가 있다. ‘진정’은 조사를 한 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비로소 입건되는 것으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제출하면 바로 입건이 되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진주시체육회는 “몇 달 동안 카드깡으로 의심되는 식당과 선수 인터뷰 등 진상파악에 나섰지만 비협조로 범죄행위를 발견하지 못해 진주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진주경찰서는 해당 진정과 관련해 “고소·고발인 측에 통지를 진행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본지는 최근 해당 사건의 전말을 잘 아는 태권도협회 내부 관계자 B 씨가 단독으로 제보한 육성파일을 입수했다. 본지가 입수한 육성파일에는 세금을 횡령한 자는 당초 알려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당시 태권도협회 회장에게 무릎 꿇고 빌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육성파일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보조금을 횡령하는 것은 범죄다”라고 말한 대목이다. 범죄인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보조금을 횡령한 셈이다. 진주시태권도협회 관계자 B 씨는 “진주경찰서와 전화로 상담한 후 육성파일을 메일로 보냈다”며 “파일을 열어보면 보조금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횡령했는지 모두 드러난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진주시태권도협회가 횡령한 금액이 7000만~8000만 원에 이른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확인을 요청하니 진주시체육회 측은 “확인된 사실은 없지만 의혹으로 제기된 금액을 들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진주시체육회 한 관계자는 이처럼 보조금 횡령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회계장부와 관련해 사인만 하면 끝나는 협회 자체 감사의 구조적 문제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했다. 이어 “이를 근절하기 위해 외부 전문 회계사를 통해 감사를 받으면 세금 횡령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진주시체육회는 이러한 내부 지적에 대해 “필요시 체육회가 감사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도 외부 회계사에 감사를 요청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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