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금융지주 지분 절반 이상 차지…“보유량 제한해야” VS “거대 자본 유입 호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한국‧BNK‧JB‧DGB‧메리츠 등 9개 금융지주사 중 외국인 지분 보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KB금융으로, 76.39%를 외국인이 갖고 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69.8%, 신한지주 60.51%, DGB금융지주 44.34%, 우리금융지주 42.85%, 한국금융지주 41.51%, BNK금융지주 39.71%, JB금융지주 37.51% 순으로 나타났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6.93%다.
금융지주들의 외국인 보유량은 연초 대비 대체로 증가했다. 지난 1월 2일 외국인 보유량을 기준으로 우리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가 각각 4.89%포인트(p), 4.88%p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어 KB금융 4.37%p, JB금융지주 3.26%p, 한국금융지주 1.24%p, 하나금융지주 1.23%p 증가했다. 신한지주(+0.27%p), 메리츠금융지주(-0.3%p)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DGB금융지주는 2.18%p 감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금융지주사 지분 증가는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저평가된 국내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발표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보다 낮은 기업들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PBR이 1 미만이면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낮아 기업이 저평가됐다고 해석된다.
금융지주사들은 대부분 PBR이 1 미만이다. 9개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지난 16일 기준 종가를 지난 1월 2일 종가와 비교했을 때 평균 29.7% 상승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KB금융으로 약 58% 상승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약 46% 상승했다. 메리츠금융지주 약 38%, 신한지주 약 34%, JB금융지주 약 31%, 한국금융지주 약 23%, 우리금융지주 약 15%로 대부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외국인 지분율이 감소한 DGB금융지주만 유일하게 주가가 6%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금융지주사 주가가 외국인들의 손에 좌우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한지주는 외국인 보유량이 지난해 5월 2일 62.39%에서 같은 해 6월 30일 59.07%로 약 3.32%p 감소한 적이 있다. 당시 주가는 3만 5450원에서 3만 4000원으로 약 4.0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보유량이 70.81%에서 68.55%로 감소한 하나금융지주 주가도 4만 2400원에서 3만 9200원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보유량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금융지주사의 경영을 간섭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현재 우리금융지주 6.07%, KB금융 6.02%, 신한지주 5.67%, 하나금융지주 6.27%를 보유하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투자 중인 기업들에 해마다 주주서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에는 기후 및 탈탄소화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이에 대한 대응이 부족한 기업에는 압력을 가해 변화를 촉진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이 늘어나면 외국인 투자자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1분기 784원의 배당금을 결정했다. 총액 약 3000억 원이다. 20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급한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 등까지 포함한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1분기 외국인 투자자 배당금액은 약 5500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유로 금융지주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보유량을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통신·항공·방송 등 기간산업 33개 업종의 외국인 지분 취득 한도를 규제하고 있다. 공통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며 회사·업종마다 기준이 다르다. SK텔레콤, KT, LGU+ 등 통신사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전체 지분의 49%까지만 살 수 있다.
국민연금의 보유 한도를 높여 외국인 투자자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본인 및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동일인이 은행지주회사 주식 10%를 초과해(지방은행지주 15%) 보유해선 안 된다. 2011년 금융위원회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을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으로 해석하면서 금융지주와 동일인으로 분류해 국민연금은 금융지주 지분을 10%까지만 확보할 수 있다. 이 기준을 초과하려면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 8.49%, 한국금융지주 8.39%, KB금융 8.23%, BNK금융지주 8.13%, 신한지주 8.04%, DGB금융지주 7.78%, 메리츠금융지주 6.70%, JB금융지주 6.37%, 우리금융지주 6.31%를 보유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지주사 배당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제도 개선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 쏠림 현상을 순차적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을 좌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의 보유량 한도를 풀어 방패 역할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를 규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증권학회 회장인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것 중 하나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 꼽힌다. 저평가된 국내 주식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해외 거대 자금의 유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해외 자금 유입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활기를 찾는다면 미국 주식시장으로 떠나간 국내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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