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컵 레시피와 인증샷 유행처럼 번져…위생상태 우려·위장질환 유발 등 목소리도
대학생들로 북적이는 베이징의 한 거리. 이곳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를 꼽으라면 단연 얼음 컵이다. 얼음 컵에 커피 또는 음료 등을 넣어서 마시며 걸어 다니는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대학생은 “따뜻한 커피를 얼음 컵에 넣으면 콜드브루가 된다”면서 “더위를 식히는 데 이만한 게 없다”며 웃었다.
얼음 컵은 공짜가 아니다. 보통 3~4위안(570~760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젊은이들은 커피, 차 등을 주문할 때 얼음 컵을 추가로 구매한다. 그동안 중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얼음 컵에 담긴 음료를 소셜미디어(SNS) 상에 인증하는 것도 유행이다.
편의점에서도 얼음 컵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편의점은 일회용 밀폐 플라스틱 컵에 얼음을 잔뜩 넣어 팔고 있는데, 수요가 많아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 곳이 대부분이다. 얼음 컵은 160g과 220g 두 종류가 있고, 편의점에 따라 가격은 3~9위안(570~1700원) 정도다.
베이징 한 편의점 직원은 “얼음 컵은 찾는 손님이 많아 종종 품절이 된다. 주로 젊은층이 탄산수, 커피와 함께 산다. 매장에서 직접 제조를 한 뒤 가지고 나가 마시면서 더위를 해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인터넷 상에선 얼음 컵에 어떤 음료를 넣어야 맛있는지, 각종 레시피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기를 반영하듯 SNS와 인터넷 등에선 얼음 컵 연관 키워드가 검색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가 7월 첫째 주 조회수를 집계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얼음 컵이 2493만 건으로 1위에 올랐다.
젊은이들이 유독 얼음 컵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한 대학교수는 단지 더위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얼음을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점 등 밖에서 구하긴 어려웠다. 주로 집에서 얼린 뒤 먹곤 했다”면서 “하지만 얼음 컵은 편의점, 카페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말이다.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음료를 만들어 먹는 것도 얼음 컵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중요한 이유로 조사됐다. 얼음 컵을 손에 들고 다니는 일, 또 이것을 사진으로 찍어 개인 SNS에 올리는 일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갈증 해소를 넘어, 젊은이들의 심리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한 푸런병원 영양과 의사 주펑은 “얼음을 자주 섭취하면 위장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복통,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치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얼음을 먹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많이 먹으면 두통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얼음과 컵의 위생 상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현재 이와 관련된 유통과 생산 등에 대해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태다. 실제 얼음 컵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얼음 컵이 박테리아 등 기타 유해 미생물에 취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한병원의 주펑은 “특히 어린이와 노인은 얼음 컵을 될 수 있으면 먹지 않는 게 좋다. 얼음 컵을 먹은 후 위장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어린이와 노인이다. 이들은 위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고혈압, 심장 질환 환자들 역시 얼음 컵을 주의해서 마셔야 한다. 얼음이 들어간 찬 음료는 혈관 수축을 일으켜 심장에 부담을 준다. 이는 협심증과 기타 심혈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상해의 한 의사는 “노인들에게 얼음 컵은 백해무익하다.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운동을 한 뒤에도 얼음 컵은 몸에 좋지 않다고 한다. 주펑은 “갑작스러운 체온 조절로 신진대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격렬하게 운동을 하고 난 후 얼음이 든 음료를 먹었다가 위장 장애, 두통 등으로 치료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펑은 얼음 컵에 든 음료를 마실 때는 너무 급하게 삼키지 말라고 조언했다. 차가운 음료에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마시라는 뜻이다. 주펑은 “얼음 컵 음료는 갈증 해소에도 좋고 맛도 좋지만 절대 많이 마셔서는 안 된다. 또한 공복에 마시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식후 적당량을 권장한다”고 했다.
당국 관계자는 소비자가 얼음 컵을 구입할 때 꼼꼼히 따져볼 것을 당부했다. 지나치게 저렴한 얼음 컵은 피하고, 위생상태가 좋은 점포나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 유관 부처들은 얼음 컵의 위생 등 유통 전반에 대한 감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관련 법규와 규제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당국 관계자는 “차가운 음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스스로 마시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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