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진출은 기쁘지만… 류현진(사진), 추신수, 정대현의 WBC 참가 여부가 불투명해 야구계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WBC대표팀의 코칭스태프 인선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11월 6일 류중일 WBC 대표팀 감독은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과 부산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류 감독은 수석 겸 투수 코치로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을, 양 수석을 도와 마운드를 지휘할 또 다른 투수코치로 한용덕 전 한화 감독대행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타격 파트는 김한수 삼성 코치와 박정태 롯데 코치를, 주루와 수비 파트는 유지현 LG 코치를, 포수 파트는 김동수 넥센 코치에게 맡기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에서 거론되는 28명의 최종 엔트리 후보는 다음과 같다. 먼저 투수는 류현진(한화), 장원삼, 윤성환, 안지만, 오승환(이상 삼성), 윤석민, 서재응(이상 KIA), 노경은, 이용찬, 홍상삼(이상 두산), 정대현, 송승준, 최대성(이상 롯데), 박희수, 정우람(이상 SK), 손승락(넥센), 봉중근(LG)이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포수는 강민호(롯데), 양의지(두산) 발탁이 확정적인 가운데 포수진을 3명으로 확장할 시 정상호(SK) 승선이 유력하다.
내야수는 1루수론 이대호(오릭스),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박병호(넥센), 2루수엔 정근우(SK), 조동찬(삼성), 안치홍(KIA), 3루수는 박석민(삼성), 최정(SK), 마지막으로 유격수엔 강정호(넥센), 박진만(SK), 김상수(삼성)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외야수는 손아섭(롯데), 이진영(LG), 이용규(KIA), 김현수(두산), 최형우(삼성), 김강민(SK)이 포지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가 참가를 확정하면 무혈입성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지명타자엔 이호준(SK), 홍성흔(롯데)의 이름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1루수에 좋은 야수들이 많아 지명타자 요원을 따로 뽑지 말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거론된 선수 가운데 다수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것”이라며 “만약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구성된다면 역대 어느 대표팀보다 전력에서 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들 선수 가운데 몇몇 선수의 참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류현진과 추신수다.
김 위원장은 이번 WBC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이 뭐냐는 질문에 대뜸 “선발진”이라고 대답했다. “선발투수가 너무 없다. 김광현은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고, 윤석민은 시즌 내내 구위가 썩 좋지 못했다. 장원삼은 올 시즌 잘 던졌지만, 국제대회에서 어떤 투구를 할지 미지수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선발진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하지만, 류현진 미국 진출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상황이 난감해졌다. 소속 구단(LA 다저스 유력)이 WBC 참가를 반대한다면 류현진으로서도 달리 극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류현진이 참가하지 못한다면 일본, 쿠바전에 등판할 선발자원이 절대 부족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미국야구를 잘 아는 경험 많은 선수도 꼭 필요하다”고 목소릴 높였다. “만약 4강이 겨루는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다면 상대는 메이저리거가 다수 포함된 미국,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캐나다 등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야구를 가장 잘 아는 베테랑 추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추신수 역시 소속팀 클리블랜드가 반대하면 출전이 무산될 수 있어 걱정이 많다.”
류현진은 빅리그 진출 시 WBC에 불참할 확률이 높다. 데뷔 첫 해이기 때문에 구단에서 그의 대표팀행을 만류할 게 자명하다. 실제로 미국야구계엔 “WBC에 참가하면 그해 리그 성적을 망친다”는 이른바 ‘WBC 징크스’가 공공연하게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 추신수.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가뜩이나 클리블랜드는 매니 악타 감독이 떠나고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오면서 어수선한 상황이다. 여기다 최근 추신수는 이적설에 휘말려 언제 클리블랜드를 떠날지 모른다. 만약 비시즌 기간 중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추신수의 대표팀 참가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의 예만 보자면 류현진, 추신수의 WBC 참가는 더 어려워 보인다. 다르빗슈 유(텍사스),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등 특급 일본인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죄다 구단 반대로 WBC 불참을 결정했다. 이치로 스즈키(양키스) 역시 참가가 불투명하다. 김 위원장은 “류현진과 추신수 모두 꼭 필요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며 “만약 이 선수들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불참한다고 해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정대현.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야구계는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국내 리그 흥행이 좌지우지되는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자칫 WBC가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류현진, 추신수, 정대현의 참가 여부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