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류현진(왼쪽)과 추신수. 추 선수는 류 선수의 ML진출에도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 류현진과의 첫 만남
▲ 류현진 소속사인 보라스 코퍼레이션 한국 담당 에이전트 전승환 씨. |
“현진이는 야구장에서도 자주 만났지만 그때는 가볍게 인사만 하는 정도였고, 광저우에선 추신수 덕분에 제대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 현진이한테 보라스 얘기를 꺼냈다. 미국에 있는 스캇 보라스가 한국의 류현진과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고 전했더니 현진이는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그래요?’하고 반응하더라. 그렇게 시작한 만남이 계약에까지 이르게 된 건 2011년 11월 초였다. 윤석민은 만난 지 3개월 만에 계약을 맺은 반면 현진이는 1년이나 걸린 것이다. 현진이는 1년 동안 내 속을 많이 끓게 했다. 막판에 계약서에 사인을 했을 때는 허탈하기까지 했을 정도다. 내가 만약 추신수와 인연이 없었더라면 현진이의 미국 진출은 좀 더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 한화의 배려와 양보
류현진과 계약에 성공한 전 씨는 이후 구단에서 자신을 향하는 차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또 한 차례 마음 고생을 했다.
“현진이가 스캇 보라스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화 측에선 무척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아무래도 구단 입장에선 자신의 선수를 미국 에이전트사에서 빼가려고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날 경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올해 초 한화의 스프링캠프장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한화 정승진 사장을 만나게 됐고 그 자리에서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드렸더니 정 사장도 나한테 ‘우리가 잘 부탁드려야 한다’며 거부감 없이 받아주셨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김응용 감독이 오면서부터다. 구단에선 현진이를 (미국으로) 보내주려 했지만 새로운 감독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김 감독의 의중을 파악하려 애썼고,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현진이를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구단이 정말 어렵게 최종 선택을 한 것이다.”
# 포스팅 입찰 금액 1000만 달러의 비밀
류현진과 한화는 포스팅 진출을 놓고 ‘마지노선’을 정했었다. 류현진이 1000만 달러를 넘지 않을 경우 포스팅 진출을 포기하겠다고 말했고, 구단도 이 부분을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한때 500만 달러의 입찰액을 받아내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의 의견과 달리 1000만 달러란 액수를 먼저 제시한 이유가 궁금했다.
“미국이나 한국의 기자들이 누구의 얘기를 듣고 그런 액수를 기사화했는지는 몰라도 난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터들 중 A급에 해당하는 스타우터들과 직접 통화하고 그들의 반응을 보면서 현진이의 몸값이 꽤 높게 책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언론에선 현진이의 포스팅 입찰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스캇 보라스나 우린 그런 기사들에 신경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화에서 포스팅을 허용하기 직전까지 2500만 달러를 제시하겠다는 구단이 있었고, 이런 뜨거운 반응을 보며 1000만 달러의 한계액은 가뿐히 넘을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한화의 허락을 받기까지가 어려웠지, 그 다음부터는 별다른 걱정 없이 일이 풀렸다.”
# 이젠 연봉 협상이 중요
류현진은 지난 14일, 에이전트 전승환 씨와 함께 미국 LA로 출국했다. 스캇 보라스를 만나 연봉과 관련된 구체적인 협상 방법과 가이드라인을 전해 듣고 올 예정이다. 이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의 연봉과 관련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후문이다.
“스캇 보라스는 헐값에 선수를 넘기지 않는 에이전트다. 현진이가 FA 신분이 됐을 때, 그리고 포스팅으로 가게 될 때의 몸값 차이를 과학적인 데이터로 만들어 제시해 줄 것이다. 그 선택은 현진이의 몫이다. 만약 선수가 이 안을 거절한다면 현진이는 다시 한화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 부분 또한 우린 선수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현진이의 연봉액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데 스캇 보라스는 3선발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몸값을 받아낼 것이다.”
전승환 씨는 류현진을 대만 천웨이인의 성공 사례와 비교했다. “올해 볼티모어에 입단,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대만의 천웨이인에 대해 현진이한테 자주 얘기해줬다. 천웨이인은 내가 주니치에서 한국 담당 직원으로 일할 때 3년을 지켜봤다. 슬라이더, 직구 모두 좋은 선수인데 현진이와 닮은 점이 굉장히 많았다. 그 선수의 장점은 선수들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공부하는 걸 주저한다면 쉽게 도태될 수 있다. 지더라도 류현진답게 졌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멘탈도 강하고 공격적인 피칭을 하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런 부분만 보완된다면 현진이는 어렵지 않게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것이다.”
전 씨는 박찬호를 보고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선수들이 현재 프로야구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듯이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보고 한국에서 프로 생활한 다음 미국이나 일본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멋진 활약을 펼치고 싶어하는 유망주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전 씨는 류현진, 윤석민 외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하는 프로야구 선수 몇 명과 접촉 중인데, 아직은 협상 중이라 실명을 거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