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아마농구에 이어 프로농구 심판도 유리한 판정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질타를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제공=KBL |
아마 및 프로농구 금품 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 수사2계는 KBL 심판 A 씨(44)가 시즌 직전인 2008년 10월 국내 한 프로농구단 지원과장 B 씨(42)로부터 소속팀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200만 원, 노트북 1대 등 3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심판 A 씨는 금품을 받은 뒤 1개월 뒤 돌려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간의 금품 수수는 1년 뒤 KBL에 적발돼 심판 신 씨는 연봉 삭감 1000만 원과 함께 3라운드 출전 정지를 당한 바 있다.
KBL은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KBL 소속 심판이 모 구단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로 많은 농구팬들을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KBL은 예민한 심판 비리 문제가 더 이상 확대 해석이 되지 않기 위해 내부 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KBL 관계자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중대 사건이지만 시즌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심판 문제가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은 옳지 않아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심판은 잘해야 본전이다’라는 말이 있다. 참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배나무 아래에선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KBL 심판은 시즌은 물론 비시즌에도 프로선수들과 전화통화도 금지돼 있다. 오해의 소지 자체를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번 사건은 명백한 금품 비리 사건이다. 설마 했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심판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KBL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4년 전 금품 수수 사건으로 코트에서 남모를 고충을 참고 휘슬을 불고 있는 나머지 심판들도 명예에 큰 타격을 입었다. KBL 심판부는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켰지만, 그들이 겪는 애환은 그 누구도 알아주기 힘들게 됐다.
심판은 영어로 레프리(Referee)라고 한다. 보통 판사에 비유된다. 손가락질 받을 수 없는 존엄한 위치다. 그러나 국내 프로농구 심판은 다르다. 하늘과 땅 차이다. 비난의 대상은 언제나 심판이다. 감독과 선수는 물론 관중과도 전쟁을 치러야 한다. KBL 심판들은 “우린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정말 오래 살 것”이라고 웃지 못할 농담을 던진다.
심판은 삶이 피곤하다. 주목받지 않는 그들의 삶이지만 바른생활은 기본이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다니기 일쑤다. 심판복을 입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뒤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매사가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
몸 관리도 프로선수 못지 않다. 심판은 식스맨이 없다. 40분 내내 풀타임으로 뛰어야 한다. 체력 훈련은 기본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실전 시뮬레이션 훈련도 실시한다. 비시즌에도 산악훈련을 강행할 정도로 체계적이다.
그러나 코트에 들어서면 이런 노고는 모두 허사다. 판정 하나 하나에 감독들의 얼굴이 달아오르더니 경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거센 항의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손가락질은 물론 욕설과 반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해당 심판이 다가가 직접 설명을 해도 좀처럼 인정하는 감독이 없다. 경기 내내 선수들과 함께 뛰며 땀에 흠뻑 젖은 심판은 쓸쓸이 코트를 빠져나간다.
KBL 소속의 베테랑 C 심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서 익숙하다. 심판은 사명감으로 해야 하지만 모욕적인 순간을 맞을 때도 많다. 서로 이해를 조금씩 하면 좋은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최근 불거진 사건에 대해서도 말을 아낀 D 심판도 “불신의 벽이 더 높아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결국 우리가 우리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기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최선을 다해 정확한 판정으로 재신임을 얻는 것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프로 감독들도 답답한 마음은 마찬가지다. 한 프로팀 감독은 “심판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눈에 보이는 오심이 나와 흥분을 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판정 기준으로 형평성 있는 판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BL 심판은 세계적 수준이다. 국제대회에 초청 받아 극찬을 받는 사례도 많다. 그러나 KBL로 돌아오면 다시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4년 전 금품 수수 사건으로 씻을 수 없는 오명도 남겼다. 방법은 없다. 오심을 최소화한 정확한 판정으로 실추된 신뢰를 다시 쌓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KBL 심판은 괴로운 직업이다.
서민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