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한국시리즈 직행 시 우승 확률 100%더라…선수들과 잘 준비할 것”
“우승 직후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 내가 감독이 되고 나서 어떤 야구를 펼칠까 하고 궁금증을 갖고 시작했던 게 어느새 리그 1등이라는 꿈만 같은 일이 현실로 펼쳐졌다. 그래서 기쁨과 환희의 감격보다 정말 잘 견뎌냈다, 잘 버텼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감독은 매일 경기를 치르는 스케줄 속에서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시즌을 감당했다고 말한다.
“한 경기 치르면 내일 경기 준비하고,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를 놓고 고민하며 새벽을 보냈다. 그렇게 반복된 고단한 일정 속에서 선수들이 잘 버텨준 덕분에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성적표를 안을 수 있었다.”
2군 총괄로, 그리고 1군 타격코치로 감독을 지켜본 시선에서 직접 감독이 돼 팀을 운영하는 것과의 차이가 궁금했다. 이 감독은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운을 뗐다.
“감독은 모든 상황을 2, 3초 안에 판단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 선수 기용을 어떻게 할지, 주자가 1, 2루에 있을 때 어떻게 사인을 내야 할지를 한 타자 전에 미리 생각해 놔야 한다. 투수를 바꾸는 타이밍도 볼넷을 내줬을 때 누구를 준비시켜야 할지, 수비 위치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고민한다. 물론 많은 역할을 코치들이 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감독의 몫이라 매 순간마다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마주친다. 코치는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내지만 감독은 모든 코치들 의견과 내 생각을 대입해 판단한다. 그래서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부은 후에는 방전된 듯 가라앉곤 했다.”
이 감독은 좋지 않은 경기 결과로 인해 팬들에게 비난을 받는 점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다가갔다. 그런 그에게 가장 위기를 느꼈을 때가 언제인지 물었다.
“올해는 매 순간, 매 경기, 달마다 위기였다. 조금 해보려고 하면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부상 선수가 복귀하면 또 다른 부상자가 나타났다. 외국인 투수(윌 크로우)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고, 이의리, 윤영철에다 후반에는 제임스 네일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불펜으로 메꾸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황동하, 김도현 등 어린 선수들이 선발로 힘을 보탠 게 큰 도움이 됐다.”
이 감독은 두산전에서 30실점으로 패했던 7월 31일 경기도 회상했다.
“당시에는 팬들한테 혼나도 내가 혼나야 하고, 내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은 오늘 경기, 내일 경기에서 이기는 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아픔을 겪으며 나도, 선수들도 성숙해진 건지 모른다. 매를 맞아야 한다면 감독인 내가 맞는 거다. 그래서 당시 선수들에게 별다른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실점 속에 선수들이 어떤 아픔을 느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6경기를 치르면 KIA는 약 3주가량의 여유 시간을 두고 한국시리즈 준비에 돌입한다. 시즌 막판 KIA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최지민, 윤영철, 제임스 네일 등 마운드의 핵심 선수들이 차례대로 복귀했거나 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윤영철도 곧 마운드에 오를 것이고, 제임스 네일은 정규리그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한국시리즈에서 건강한 모습의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KIA는 한국시리즈 직행할 경우 우승 확률이 100%더라. 한편으로는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KIA의 힘과 기세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높은 우승 확률로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함께 잘 준비해서 한국시리즈에 임하겠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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