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희 감독. 사진제공=KBL |
# 서장훈의 명예회복 발언과 KT 고의 탈락설
KT를 둘러싼 오해가 증폭되고 있다. KCC전 패배 논란으로 더 가중된 두 가지 의문점이다. 첫째가 서장훈의 명예회복에 대한 과도한 초점이고, 두 번째가 내년 시즌 대어급 신인들을 선발하기 위한 리빌딩 의혹이다.
전 감독은 올해 서장훈 영입 이후 입에 달고 다닌 말이 있다. “한국농구의 전설적인 선수 서장훈의 마지막 농구인생을 명예롭게 만들고 싶다.”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철저하게 말을 아낀 뒤 같은 말만 남겼다. 농구계에서는 “전창진 감독이 서장훈의 명예회복을 앞에 걸고 올 시즌을 접으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그러나 전 감독은 서장훈을 지극히 챙긴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감독을 떠나 농구인으로 갖고있는 한국농구 최고의 센터에 대한 존경심이다. 서장훈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프로농구의 명예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장훈의 명예 발언 이후 시즌 초반 KT의 성적이 좋지 않자 모 프로 구단관계자는 “KT 윗선에서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 탈락하고 내년에 좋은 신인들을 뽑으라는 오더가 내려왔다고 하더라. 내부적으로 이미 정해진 것 같다”는 소문도 있었다. 실제로 경희대 3인방인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 나오는 내년 신인 드래프트를 노리는 구단들도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이 얘기를 전해들은 전창진 감독은 펄쩍 뛰었다. 전 감독은 “구단 내부적으로 그런 얘기가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용납할 수 없다. 난 지금까지 감독을 하면서 딱 한 번 플레이오프에 떨어진 적이 있다. 내 자존심과 감독으로서 명예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다. 구단에서도 내 의지를 확실히 알고 있어 올 시즌 성적에 절대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내년에 더 좋은 신인을 뽑지 않고서도 올해 뽑은 신인들과 지금 선수들로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 내년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 강동희 감독과 김주성(맨 왼쪽)의 불화설에 대해 강 감독은 오해라고 일축했다. 사진제공=KBL |
동부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라운드까지 성적이 4승14패로 9위다. 승률 0.222는 충격적이다. 지난 시즌 44승10패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 승률 0.815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걸은 동부의 추락에 선수들과의 불화설까지 나오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강동희 감독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결정적인 사건은 김주성과의 불화설이었다. 지난 14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역전패를 당한 뒤 논란이 불거졌다. 강 감독이 작전타임에서 리바운드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을 질책하는 도중 김주성을 향해 “네가 문제다”라고 한 발언 때문. 김주성은 이날 리바운드를 한 개도 잡지 못했다. 김주성이기 때문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였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엇박자를 냈다. 팀 내 주축인 김주성을 향해 돌직구를 날린 강 감독의 발언만 놓고 불화설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강 감독은 “모두 팀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아마 성적이 좋았으면 이런 모습도 긍정적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동부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뛰어준 김주성과 불화설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강 감독은 순하기로 소문난 사령탑이다. 선수들에게도 싫은 소리를 못한다. 오히려 너무 순한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받기도 한다. 오프시즌 이승준의 불성실한 팀 훈련 논란 이후에도 강 감독은 “이승준은 수비를 정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호흡이 잘 맞지 않고 길을 모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고, 또 올 시즌 하락세를 보인 김주성에 대해서도 “원래 김주성은 득점을 하는 선수가 아니라 팀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선수”라며 선수를 감싸기 바빴다.
강 감독이 선수들과의 불화설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성적과 순한 카리스마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 D3 폐지 따른 선수 경기력
▲ 문태영 |
함지훈과 문태영은 공통적인 오해가 있었다. 올 시즌부터 폐지된 수비자 3초룰(D3)의 직격탄을 맞을 선수들이라는 것. 페인트 존에 수비자가 몰리면서 함지훈의 골밑 영역과 습관적으로 페인트 존 공격을 즐기는 문태영이 적응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시즌 초반 함지훈과 문태영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함지훈과 문태영의 개인 능력은 룰 변화를 극복하고 있다. 어린 시절 포인트가드 경험이 있는 함지훈은 시야가 좋고 패스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된 뒤 외곽슛과 어시스트가 수직 상승했다. 함지훈은 올 시즌 평균 5.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내 어시스트 부문 1위, 전체 3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농구의 제한된 룰에서 혜택을 누린 선수라는 평가를 없앤 잠재력의 폭발이다.
문태영도 마찬가지다. 문태영은 득점 욕심이 많고 개인 플레이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한 선수로 치부됐다. 또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을 저평가받던 선수다. 그러나 모비스에서 새로운 선수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기존의 습관을 버리는 데 걸린 시간은 1라운드면 충분했다. 문태영은 2라운드부터 모비스의 패턴 농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유재학 감독도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문태영은 열심히 노력하면서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했다. 득점보다 보이지 않는 역할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문태영은 올 시즌 평균 16.2점으로 전체 득점 랭킹 5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 창원 LG에서 기록한 평균 18.0점보다 낮아진 수치지만, 최근 모비스의 7연승 행진에는 승부처에서 빛난 문태영의 집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함지훈과 문태영은 현재의 경기력만 유지하더라도 더 이상 수비자 3초룰 폐지에 따른 논란은 사라질 전망이다.
서민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