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허웅(오른쪽)이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SK 나이츠 골밑을 드리블 돌파하는 모습. 작은 사진은 농구대통령으로 불린 허재 감독의 선수 시절 모습. 사진제공=KBL |
# 농구대통령의 두 아들, 허웅-훈
허재 감독의 두 아들 허웅과 훈(용산고 2년)은 어려서부터 유명세를 탔다. 농구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걸음마를 뗀 다음부터였다. 두 아들은 나란히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용산중·고에 진학하면서 허재의 농구 유전자에 대한 대물림을 직감하게 만들었다.
사실 두 아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첫째 허웅보다 둘째 허훈의 평가가 후했다. 허웅은 노력형, 허훈은 천재형이었다. 신장이 작은 허훈은 타고난 농구 센스와 장난기 넘치면서도 당돌한 성격까지 아버지를 빼닮아 가드 유망주로 꼽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허웅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단지 근성과 성실함을 갖춘 선수였다. 허재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으로 느껴질 정도로 아픔이 많았다.
▲ 연세대 허웅과 KCC 허재 감독. |
허웅은 유명한 아버지 탓에 언론의 집중조명에도 익숙한 듯했다. 허웅은 “아버지에 대한 부담으로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내가 이겨내야 하는 일”이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와의 비교 질문에는 “내가 아버지보다 나은 것은 조금 더 잘생긴 것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내 마음 속 롤모델이고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며 아버지를 향한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동생 허훈에 대해서도 “우리는 서로 배우고 도와가며 경쟁하는 사이”라고 경쟁보다는 형제애를 강조했다.
허재 감독이 느끼는 두 아들에 대한 마음은 어떨까. 최근 첫째 아들의 맹활약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 허 감독은 “생긴 것은 당연히 아들이 낫다”고 인정하면서도 감독으로서 냉철한 판단을 했다. 허 감독은 “사실 농구를 제대로 시작한 지 7년째이지만 베스트로 뛴 것은 중3, 고3 때뿐이다. 운 좋게 대학 1학년이 주전으로 뛸 기회를 얻었는데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있게 한 점이 마음에 든다”면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선수다. 하지만 웅이의 장점이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모두 귀담아 듣고 고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웨이트가 늘고 여유가 생기면 지금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아들을 비교해달라는 난처한 질문에도 거리낌 없이 한마디로 일축했다. 허 감독은 “훈이는 아직 어리다. 당연히 형인 웅이가 더 잘한다. 형보다 나은 아우가 있겠나?”라며 허웅을 치켜세웠다.
허 감독은 소속팀 지도를 하느라 두 아들에게 개인적인 지도를 거의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두 아들도 아버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몇 배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전창진 부산 KT 감독도 절친한 사이인 허 감독을 향해 “넌 확실히 복을 타고난 사람이야”라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두 아들을 에둘러 평가했다.
▲ 한국농구 최고의 센터로 활약했던 김유택 중앙대 감독(작은 사진)의 아들 최진수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고양 오리온스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
농구인 2세 성공기의 선두주자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미 프로농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고양 오리온스 최진수도 김유택 중앙대 감독의 아들로 유명하다. 부자지간에서 사제지간으로 프로농구에서 한솥밥을 먹은 역대 두 번째 사례다. 김 감독이 오리온스 코치 시절 최진수가 소속팀으로 지명되면서 함께 한 시즌을 보냈다. 김동광 서울 삼성 감독이 과거 KT&G(현 KGC인삼공사) 사령탑을 맡았을 때 아들 김지훈이 신인으로 뛰었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둘 사이는 부자지간이지만 ‘성씨’부터 다를 정도로 사연이 많다. 김 감독은 최진수가 어릴 적 이혼했다. 최진수의 어머니는 재혼을 했고, 최진수는 극진하게 자신을 보살핀 양아버지의 성을 따라 최씨로 바꿨다. 김유택 감독과 최진수는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해주길 당부한다. 각자 새로운 인생을 걷고 있기 때문. 하지만 둘의 사이는 살갑다. 김 감독은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며 조언을 해주고 안부를 묻는 사이다. 어색하고 불편할 것은 없다”라고 말하고, 최진수도 “어머니와 지금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내키지 않을 뿐이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사이”라고 말한다.
최진수는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홀로서기에 성공한 사례다. 한국 최초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 1 소속인 농구명문 메릴랜드대학에 진학했던 선수다. 비록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의 꿈을 잠시 접고 한국으로 유턴했지만, 프로농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최진수는 한국농구 최고의 포워드 겸 센터로 활약했던 아버지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아 업그레이드시켰다. 뛰어난 운동능력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갖춰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로 주목되고 있다. 이미 국가대표와 프로를 오가며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최근 어깨 부상으로 재활에 전념하고 있지만, 3라운드 이후부터 복귀할 예정이다. 오리온스는 최진수의 부상 여파로 크게 흔들리면서 성적도 곤두박질쳐 그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 눈에띄는 농구인 2세들
▲ 고려대 이동엽(왼쪽)과 이종현. |
고려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이동엽과 이승현, 입학 예정자인 이종현(경복고 3년)이 그 주인공이다. 이동엽은 이호근 용인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이다. 고교 시절부터 최고의 가드로 평가받은 유망주다. 허웅과 동갑내기로 팽팽한 라이벌 구도도 형성하고 있다. 공교롭게 대학 라이벌인 고려대와 연세대에 나란히 진학해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호근 감독은 허재 감독과 달리 이동엽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낀다. 농구를 시킨 이후 줄곧 지켜온 철학이다. 이 감독은 최근 열린 프로-아마 최강전도 보지 못하고 얘기로만 전해 들었다.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부러 관심을 끊고 현재 아들의 지도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이 감독은 “내가 신경을 쓰면 오히려 더 불편해질 수 있다. 지금 동엽이를 가르치고 있는 지도자가 나보다 더 잘 가르칠 것이다. 가끔 아들과 통화를 하더라도 농구에 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동엽은 고려대 진학 후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고려대의 트윈타워 이승현과 이종현도 농구인 2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승현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농구선수 출신이다. 덕분에 196cm의 신장에 탄탄한 체격을 갖췄다. 어려서 살을 빼려고 유도를 한 덕에 힘에 있어서는 오세근(KGC인삼공사)한테도 밀리지 않는다. 프로농구 관계자들은 이미 이승현을 낙점하고 “당장 프로에서도 통할 선수”로 꼽고 있다. 워낙 승부욕과 근성이 뛰어나 연습벌레로 알려진 이승현은 센터에서 포워드로 변신을 꾀하며 프로를 겨냥해 3점슛 훈련까지 돌입한 상태다. 용산고 시절부터 전국구 스타로 성장한 이승현은 고려대의 4년을 책임질 든든한 유망주다.
고려대는 이동엽과 이승현을 선발한 뒤 곧바로 고교생 이종현 영입에 성공했다. 이종현의 아버지 이준호 씨도 농구선수 출신이다. 중앙대를 거쳐 1997년 프로 출범 직전 실업팀 기아에서 센터로 활약했다. 이종현도 아버지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206cm의 장신 센터로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대들보다. 이미 지난해 최연소 국가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아버지 이 씨는 “대학 농구에서도 스타가 나와야 한다. 지금 이종현은 배우고 성장하는 단계인데 주변의 관심이 부담이 많이 되는 것 같다. 평상시처럼 기본에 충실한 농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씨는 평소 아들을 따라다니며 각별한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대학 데뷔전을 치른 이종현은 첫 성인 무대 이후 느낀 점이 많았다. 고교생들만 상대하다 신장과 힘, 기술, 체력이 모두 갖춰진 프로 선수들과 맞붙었기 때문. 이종현은 “너무 못했다. 자리싸움조차 제대로 못했다. 개인적으로 반성을 많이 했다. 체력과 웨이트를 충분히 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기본적인 것부터 착실하게 하면서 더 자신있게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내가 있는 4년 동안 대학 무대를 평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려대의 전승을 이끌겠다”고 패기 넘치게 공언했다.
# 여자농구 유망주들
▲ 하은주(왼쪽)와 하승진 남매. |
국가대표 출신의 센터 하동기는 유명한 남매를 두고 있다. 바로 남녀 프로농구를 평정하고 있는 하은주(신한은행)-하승진(KCC, 공익근무)이다. ‘부전자전’이라는 옛말이 어색하지 않게 들리는 요즘이다.
서민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