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는 불공정 편성 논란을 빚는 2013년 정규리그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작은 사진은 만원을 이룬 잠실 구장. 일요신문 DB |
KBO는 11월 30일 2013시즌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발표했다. 야구계는 과연 내년 시즌 스케줄이 어떻게 짜였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일정표를 들여다봤다. 내년부터 신생구단 NC가 1군에 진입하는 까닭으로 시즌 일정이 뒤죽박죽 엉키지 않았을까 우려하는 야구인이 많았다. 실제로 4경기가 열리면 한 팀은 무조건 쉬어야 하기 때문에 진작부터 경기 일정이 기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KBO의 내년 시즌 일정표를 보면 4팀이 3연전을 펼칠 때 한 팀은 3일을 쉬도록 돼 있다. 월요일 휴식일까지 물리면 꼼짝 없이 4일을 쉬어야 한다. 심지어는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로 경기가 없는 KIA와 LG는 무려 8일 동안 휴식이다. 8일이면 선수들의 경기감각이 무뎌질 만한 시간이다. 그래도 긴 휴식일은 9구단 체제의 프로야구가 감수해야 할 아픔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참을 만하다. 문제는 3일을 쉰 팀과 맞붙는 팀이다.
KBO 경기 일정에 따르면 내년 시즌 롯데는 3연전을 쉰 팀과 12번을 맞붙는다. 그 가운데 4번이 NC, 3번이 삼성, KIA와 LG가 각각 2번, 넥센이 1번이다. NC는 창단 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롯데를 라이벌 이상으로 생각한다. 롯데전이라면 총력을 다해 싸울 기세다. 가뜩이나 NC는 외국인 선수 3명을 선발투수로 영입할 예정이다.
만약 NC가 3일을 쉰 상태에서 롯데와 맞붙는다면 3일 동안 휴식을 취한 1, 2, 3선발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롯데는 2, 3연전을 치르고 NC와 상대하는 만큼 1, 2선발을 투입할 수 없다. 마운드에서 절대적으로 롯데가 불리한 구조다. 여기다 3일을 쉰 삼성과 3번을 맞붙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공교롭게 3번의 만남 모두 3연전이라, 롯데는 불리한 상황에서 ‘강호’ 삼성과 9경기를 치러야 한다.
롯데는 “다른 팀도 3일을 쉰 팀과 12번씩 맞붙는다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며 “그러나 3일을 쉰 팀과 1번만 붙는 팀도 있는 등 KBO의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 이동거리 논란
롯데의 주장은 사실이다. 삼성은 3일을 쉰 팀과 딱 1번 붙는다. 넥센과 LG도 4번에 불과하다. KIA, SK도 5번으로 큰 차이가 없다. NC가 7번, 한화와 두산이 8번으로 뒤를 잇는다. 롯데 관계자는 “12번과 1번이 말이 되느냐”며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이건 분명한 KBO의 특정팀 감싸기와 죽이기”라고 목소릴 높였다.
불만으로 따지자면 두산도 만만치 않다. 두산은 롯데 다음으로 3일을 쉰 팀과 가장 많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팀이다. 여기다 3일을 쉬게 될 팀과도 가장 많이 상대하는 팀이다. 두산은 내년 시즌 무려 12번이나 3일을 쉬게 될 팀과 상대한다.
두산 측은 “어차피 3일을 쉰다 가정할 때 그 팀들은 1, 2, 3선발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대팀의 투수 총력전에 애꿎은 우리만 당할 확률이 높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롯데의 불만은 이뿐이 아니다. 이동거리도 불만이다. 내년 시즌 일정대로라면 롯데는 무려 9770km를 이동해야 한다. 올 시즌의 9204km보다 565km를 더 이동할 처지다. KBO는 “지리적 여건상 부산이 가장 남단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하지만, 롯데는 “KBO의 궤변”이라고 일축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 관계자는 “삼성의 이동거리를 보면 안다”고 했다. 올 시즌 삼성의 이동거리는 9086km였다. 롯데 다음으로 이동거리가 길었다. 하지만, 내년엔 8134km로 오히려 952km나 준다. 롯데는 “같은 경상도 팀인데 어째서 우리는 늘고, 삼성은 주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며 “KBO가 작정하고 특정팀을 밀어주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KBO의 입장은 단호하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9개 구단의 이동거리와 흥행요소 등 11가지 조건을 고려해 경기 일정을 짰다”며 “주말 홈경기를 따지자면 롯데가 다른 팀보다 월등히 많다”고 강조했다.
양 총장은 “롯데의 승부조작 운운 발언은 매우 지나친 표현”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내고서 “만약 9개 구단이 합의해 경기 일정 재조정을 요구한다면 이를 수용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12월 6일 KBO는 9개 구단 단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기일정을 새로 짜기로 했다. 단서는 ‘더는 KBO의 경기 일정에 대해 가타부타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 이득 본 팀과 손해 본 팀
야구계 일부에서 KBO의 경기 일정을 ‘롯데 손보기’로 본 게 사실이다. 10구단 창단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롯데를 겨냥해 ‘9구단 체제의 파행을 직접 느껴보라’는 메시지를 경기 일정을 통해 전달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째서 10구단 창단 반대의 또 다른 중심축인 삼성에 대해선 이토록 호의적인 경기 일정을 짠 것일까. 모 야구인은 이를 ‘삼성 회유’로 설명했다.
“KBO 입장에서 ‘롯데는 독불장군’으로 보였을 것이다. 사실 롯데는 우호구단도 없다. 하지만, 삼성은 다르다. 10구단 반대를 주도하는 것도 삼성이고, 일시에 찬성 기류를 만들 수 있는 팀도 삼성뿐이다. 삼성을 따르는 구단도 많다. 따라서 KBO에선 어떻게 해서든 삼성의 마음을 ‘10구단 찬성’으로 돌려야 했고, 그런 의미에서 경기 일정에 호의를 베풀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야구인은 “이번 경기 일정을 보면 대표적 10구단 찬성 구단인 LG, 넥센은 이득을 봤다”며 “SK, KIA 등 다소 중립적인 구단들도 경기 일정에서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 NC와 한화는 어째서 손해를 본 것일까. 모 구단 운영팀장은 “KBO 입장에선 어차피 하위팀이자 비인기 구단인 두 팀에 대한 배려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며 “두산은 어쩌다 경기 일정을 짜다보니 의도하지 않은 희생자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KBO는 조만간 경기 일정을 재조정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KBO 관계자는 “홀수 구단 체제에선 일정을 다시 짜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며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경기 일정이 나오려면 짝수 구단 체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강민 스포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