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완벽한 5세대’로 이름을 올린 두 신인 그룹이 2월 24일 동시 출격해 K-팝 신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전통의 아이돌 산실’ SM엔터가 약 5년 만에 선보인 걸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와 4세대 톱 아이돌 아이브(IVE)의 뒤를 이을 스타쉽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의 걸그룹 키키(KiiiKiii)의 이야기다. 데뷔 전부터 라이벌 관계성을 형성하고 있는 이 두 그룹은 뚜렷이 대비되는 컬러로 눈길을 끌고 있다.

S.E.S, 소녀시대, f(x), 레드벨벳, 그리고 에스파(aespa)의 뒤를 이을 하츠투하츠(지우, 카르멘, 유하, 스텔라, 주은, 에이나, 이안, 예온)는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고 ‘SM 3.0 체제’를 선포한 후 처음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이제까지 SM엔터 소속 걸그룹이 모두 거쳐 갔던 이수만 전 대표 프로듀서의 손길 없이 제작된 신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기존의 ‘SM엔터 표 걸그룹’의 아이코닉한 명성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새 시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됐던 2월 24일, SM엔터가 야심차게 공개한 하츠투하츠는 후자를 택하면서도 ‘복고’의 향기를 가미했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정도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f(x)와 레드벨벳, 이른바 ‘쇠맛 K-팝’이라는 개성을 데뷔 이래로 쭉 유지해 온 에스파와 달리 하츠투하츠는 2007년 소녀시대의 데뷔를 떠올리게 하는 10대 소녀의 풋풋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쇼케이스에 등장한 하츠투하츠는 교복을 연상케 하는 스커트와 카디건을 매치한 스타일로 평균 나이 16세의 말 그대로 ‘소녀 그룹’ 다운 모습을 보였다.
데뷔곡인 ‘더 체이스’(The Chase) 역시 큰 고저 없이 평이한 멜로디와 가사로 기존 SM엔터 걸그룹 컬러에 익숙한 이들에겐 밋밋하고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S.E.S나 소녀시대를 통해 보여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SM엔터가 가졌던 ‘기본’을 되새기게도 한다. 이 같은 기본 토대와 신인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청춘 소년소녀의 콘셉트 조합이 이제까지 실패한 적이 없는 만큼 SM엔터로서는 새로운 체제와 함께 연 새로운 시대를 향해 100% 완전한 도전과 모험보단 안전한 길을 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국내 4대 대형 엔터사(SM, JYP, YG, HYBE)에서 인도네시아인 멤버가 데뷔하는 것은 카르멘이 최초로, 이미 데뷔 전 멤버가 공개되자마자 인도네시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1월 12일 멤버 공개 당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 1위(인도네시아 기준)로 카르멘의 이름이 올랐고, 2월 24일 데뷔 쇼케이스 역시 현지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23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는 일본과 미국을 이어 세계 K-팝 시장의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간 블랙핑크의 리사나 NCT의 텐, (여자)아이들의 민니 등 태국 출신 아이돌이 정상의 자리에서 동남아시아 K-팝 팬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것처럼 카르멘이 그 뒤를 이을 첫 인도네시안 아이돌이 될 것이라는 데 자국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그런 만큼 하츠투하츠의 국내 활동 이상으로 해외 시장을 무대로 한 활동과 그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SM엔터의 하츠투하츠가 2000년대 K-팝 신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했다면 스타쉽엔터가 4년 만에 선보인 걸그룹 키키(지유, 이솔, 수이, 하음, 키야)는 ‘젠지’(Gen-Z‧Z세대)가 가진 모든 개성을 한데 몰아넣는 패기를 보여줬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 세대들을 겨냥한 맞춤형 프로모션으로 화제성을 선점하며 입소문을 타고 꾸준한 인기 상승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먼저 빠른 변화에 쉽게 적응하면서도 자유로움과 독특함, 다양성에 주목하는 젠지 성향에 맞춘 프로모션용 웹사이트 ‘키키.kr'(kiiikiii.kr)가 대중들의 큰 호평을 얻었다. ‘잼 공장’을 콘셉트 테마로 그룹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소개한 이 홈페이지에는 잼이 담긴 병 그림들이 게시돼 있다. 각각 클릭하면 멤버들의 개별 콘셉트 포토가 펼쳐지거나 키키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들으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등 참여형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로 꾸며진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프로모션이 이뤄지기도 전인 2월 16일에 프리 데뷔곡 ‘아이 두 미’(I DO ME)의 뮤직비디오를 깜짝 공개한 것도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공개 12시간 만에 한국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른 것 역시 이 같은 놀라움이 긍정적인 화제성으로 이어진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숏폼을 포함한 다양한 영상 콘텐츠나 소셜미디어에 익숙하고 실시간 트렌드를 곧바로 좇는 젠지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인답게 패기 넘치는 프로모션으로 데뷔 전 화제성을 선점한 키키는 같은 날 동시 출격한 하츠투하츠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두 소속사 모두 ‘걸그룹 명가’로 평가되긴 하지만 아이돌의 산실로 여겨져 왔던 ‘전통의 SM엔터’와 비교했을 때 중소기획사인 스타쉽엔터가 다소 뒤처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세대 최상위권 아이돌로 꼽히는 아이브(IVE)의 성공에 이어 키키 역시 정식 데뷔 전부터 순항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쉽엔터의 ‘급부상’ 이상의 ‘비상’도 기대할 법하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