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최근 상황이 일변하고 있다. 일본 대기업들이 줄줄이 초봉을 인상하고 나선 것.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내년 신입사원 월급을 현행 25만 5000엔에서 30만 엔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도쿄해상일동은 “내년부터 신입사원 월급을 28만 엔에서 최대 41만 엔으로 올리겠다”라는 방침을 굳혔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다이와하우스공업도 ‘초봉 10만 엔 인상’을 내세웠다. 올해 입사자부터 대졸 신입사원 월급이 25만 엔에서 35만 엔으로 오르게 된다. 이러한 신입사원 처우 개선에 대해 중장년 직원들의 불만은 없을까. 40대 남성 직원은 “솔직히 초봉만 오르면 의욕이 저하됐을 텐데 전체적으로 월급이 인상돼 불만스럽진 않다”고 말했다. 간사이TV 방송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신입 초봉 인상을 발표하기 전, 기존 사원의 월급을 평균 10% 인상했다”고 한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종신 고용과 연공서열을 중시했다. 신입사원의 연봉을 낮게 책정해 입사시킨 후 재직기간에 맞춰 임금 인상을 거듭함으로써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오랜 기간 근무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제는 신입사원부터 파격적인 대우로 유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이와하우스공업의 인사 담당자는 “업계 내 인재 영입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우수한 인재 획득과 젊은 사원의 이직 방지를 위해 초임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부과학성에 의하면, 2024년 5월 1일 기준 4년제 일본 대학에 다니는 학생 수는 262만 9000명으로 전년도 대비 약 4200명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2050년대에는 대졸 신입사원이 현재보다 약 20%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젊은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 부르는 게 값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눈치를 볼 일이지만, 트러스트링은 그렇지 않다. 사무실에는 생맥주 서버가 놓여 있을 뿐 아니라 사장이 직접 맥주를 들고 와 직원들과 함께 즐겁게 건배한다. 혹시라도 직원이 과음했다면 ‘숙취 휴가’를 이용하여 늦게 출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 여성 직원은 “숙취 휴가제를 이용해 12시에 출근했다”면서 “2~3시간 더 자고 맑은 정신으로 올 수 있어 업무 효율도 오른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숙취 휴가 외에도 최애(최고로 좋아하는 가수나 연예인)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쉴 수 있는 ‘최애 로스 휴가’ 등 독특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시마다 다이가쿠 트러스트링 사장은 “연봉으로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패배의 싸움이므로 직원들에게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틀을 깨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쪽이 이직률도 적고 일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이직률이 제로(0)에 가깝고 실적도 호조라고 한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하마다 게이코는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신규졸업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입사원을 ‘황금알’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현황을 알렸다. 가령 채용 면접에서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지’ ‘입사 1년째부터 부업도 가능한지’ 등을 도리어 면접관에게 묻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인기 있는 해외 대학은 인도에서 이과 최고봉으로 꼽히는 인도공과대(IIT) 하이데라바드가 대표적이다. 2008년 설립된 이 학교는 인공지능(AI)과 컴퓨터 과학 인재 육성에 특화돼 있다. 구글 등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취업도 많이 한다. 나고야시에 위치한 다카사고전기공업은 최근 이 대학의 졸업생 4명을 신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처는 NASA(미 항공우주국), 최첨단을 논의할 수 있다”라는 히라타니 하루유키 사장의 호소가 채용 설명회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잡았다.
노동력 부족은 일시적인 고갈 현상이 아니다. 일본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약 7400만 명으로, 정점이었던 1995년보다 15% 감소했다. 2050년에는 1800만 명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구 감소 시대에 글로벌 인재를 끌어모으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의 기업문화나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이탈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제조업이나 농어업을 지탱하는 외국인 기능실습생들은 직장에 불만을 품고 연간 1만여 명이 실종된다고 한다. 아시아대학의 구몬 다카시 교수는 “외국인에게 일본인과 같은 행동이나 일하는 방법을 요구한다면 생산성 향상과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기업 측도 바뀔 각오로 다른 가치관, 발상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