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해당 지시는 지난 2월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는 발언 직후 나온 것이라 “말로만 약자와의 동행 아닌가”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임차인 대표회의 회장 명의의 호소문에는 ‘현행법상 모든 주민은 관리비 및 잡수입에 대한 내용을 열람할 수 있지만 이 아파트에서는 주민이 열람할 수 있는 장부가 마련돼 있지 않고 동대표들도 해당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더해 ‘현재 주택관리업자에 대한 수의계약을 반대하고 공공입찰로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통상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입주자대표회의 및 임차인대표회의의 의결을 집행한다. 하지만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임차인대표회의의 의결을 집행하지 않았다.
임차인대표회의 의결을 관리사무소장이 무시하고 집행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임차인들은 물론 관계자들도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른 단지에 근무하는 관리사무소장은 “아무리 임차인이라 해도 대표회의 의결을 관리소장이 무시하는 건 본 적이 없다. 임차인들이 내는 관리비로 급여를 받으면서 업무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는 이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에 “법적다툼을 유념하라”라는 공문을 보냈다가 임차인들에게 “SH가 주택관리업자를 대변해 협박성 공문을 보내는 거냐”라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한술 더 떠 임차인대표회의 의결을 따르지 말라는 지시까지 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임차인들은 분노를 넘어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대체 이 업체에 계약을 몰아주려는 이유가 뭔지나 들어보고 싶다”, “SH와 주택관리업체 양쪽 모두에 소속된 직원이 있는 건가”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실제로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25년 주거복지직 신입사원 채용 자격요건에도 주택관리사보, 사회복지사, 주거복지사 중 1개를 필수 자격요건으로 공고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사 주거복지직의 경우 근무하면서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득하는 직원이 더러 있다. 자기 계발의 일환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는 건 문제 될 게 없지만 공사에서 근무하며 맺게 된 인연을 통해 편의를 봐주고 향후 주택관리업체에 입사하거나 업체를 통해 관리사무소에 취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만약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직 직원이 임대주택을 담당하면서 주택관리업자에게 금품을 받거나 퇴임 또는 사직 후를 대비해 편의를 봐준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주택관리업자 입장에서도 공사 담당 직원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해당 아파트 재계약은 물론 각종 공사 용역 계약을 통해 이권에 개입하기 용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관리소장에게 임차인대표회의 의결 사항을 집행하지 말 것을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장에게 취재를 요청했으나 센터장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