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바둑인의 밤’에서 수상자들과 바둑협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0일 오후 6시,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 3층에서 대한바둑협회의 ‘2012 바둑인의 밤’이 열렸다. 대한바둑협회의 조건호 회장, 덕영치과 원장으로 더 유명한 이재윤 수석부회장, 김종택 상임이사,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 회장, 서효원 성남바둑협회 회장, 한국기원의 양재호 사무총장, 최규병 기사회장 등과 프로-아마 선수, 관계자, 기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것인데, 이름이 ‘아마 바둑인의 밤’에서 ‘바둑인의 밤’으로 바뀌었다. 잘된 일이다. 지난해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행사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바둑인이면 다 같은 바둑인이지, 프로 바둑인 따로 있고 아마 바둑인 따로 있느냐”고들 저마다 한 마디씩 했었다.
‘바둑인의 밤’은 바둑계의 송년행사다. 1년 동안 활약이 많았고 좋은 성적을 낸 아마추어 선수, 관계자들을 시상하는 자리다. 올해 아마추어 MVP는 최우수 선수(23). ‘이창호배 전국아마최강전’에서 우승했고 내셔널리그에서 9승2패라는 발군의 전적을 기록했다. 사회자가 재치가 있었다. “올해 MVP는 최우수 선수”라고 하지 않고, “올해 최우수 선수는 최우수 선수”라고 소개한 것.
우수 선수는 남녀 2개 부문. 남자는 내셔널리그 충남 서해바둑단의 박성균 7단(55), 여자도 충남 팀의 김수영 7단(22)이 수상했다. 박성균은 ‘하나은행 2012 내셔널리그’ 챔피언시리즈 최종국에서 충남 팀의 우승을 결정지은 그 한 방이 컸고, 김수영은 내셔널리그 성적뿐 아니라 현재 여자 아마추어 랭킹 1위.
학생부에서는 홍무진 7단(21)과 한승주 7단(17)이 우수상을 받았다. 홍무진은 ‘문경새재배’에서 우승했고 다른 대회에서도 고른 활약을 보여, 올해 성적만 갖고 본다면 체감상으로는 남자 아마추어 랭킹 1위인 느낌. 한승주는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국무총리배 세계 아마추어 선수권전’에서 우승한 기대주. 한·중·일은 물론 동남아 유럽 미주 등지의 바둑 사이트에도 대서특필된 소년이다.
단체 부문에서는 대구바둑협회가 최우수상, 공주바둑협회와 순천바둑협회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구바둑협회는 올해 체육회 정가맹단체가 되었고, 제93회 전국체전 바둑 종목 경기를 유치한 공로가 큰 점수를 받았다. 공주협회는 세계 청소년 바둑대회를 개최했고, 순천은 바둑 특성화 고등학교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쪽에 방과 후 특기적성 바둑, 바둑 특성화 학교 등이 있고 명지대학교와 대불대학교에 바둑 전공이 있지만, 바둑 전문 고등학교는 세계 최초다. 향후가 주목받고 있다.
공로상 부문에서는 한국기원 압구정지원 장시영 원장, 광주바둑협회 정찬근 전무, 대전바둑협회 김용수 전무, 광명북초등학교 나병권 교장, 함양군 바둑선수단이 수상자가 되었다. 압구정지원은 압구정리그로 명성을 굳힌 기원. 시니어 전국구 아마7단급 거의 전부와 주니어 남녀 강자 일부가 참가하고 있어 국내 최고 수준의 대회로 공인받고 있다. 프로에서 은퇴한 김희중 9단, 홍태선 8단의 모습도 보인다.
광주바둑협회는 지난해 광주시장배를 창설했고, 올해는 국무총리배를 유치, ‘바둑의 고장’다운 면모를 세우며 바둑의 지방문화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김용수 전무는 직책을 맡은 지 올해로 10년, 바둑협회 전무 중 최장수를 기록 중이다. 대전 바둑계의 대소 행사가 모두 그의 손을 거치고 있다. 광명북초등학교는 바둑 특성화학교로서는 후발주자이나 열정이 대단해 바둑교육의 질과 양에서 조만간 선두그룹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함양군 바둑선수단은 내셔널리그 참가 팀 중 유일하게 군 단위 팀. 이런 저런 조건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데도 2011년 12월 내셔널리그 출범 기념 오픈전을 유치했고 올해 내셔널리그 첫 시즌에서도 복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2개 팀 중에서 8위, 애초 목표였던 ‘홑자리 순위 턱걸이’를 초과달성했다.
마지막으로 홍보상은 유서 깊은 기전, 한국일보 명인전의 관전기자이기도 한 백전노장 박영철 기자와 사이버오로의 젊고 씩씩한 최병준 기자가 동시에 수상했다.
연말께는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송년의 밤 행사가 있을 예정인데, 내년부터는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함께 준비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양재호 사무총장과 최규병 기사회장의 참석이 그 예고편이라는 얘기다. 그것도 좋은 일이다. 바둑 관계자나 바둑팬들로서는 행사가 많은 것이 나쁠 이유도 없지만, 사실은 중복이니까. 바둑 두는 사람들, 특히 고수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중복 아닌가.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