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원형의 몸체에 날개가 없는 빈대는 낮에는 침대나 가구 틈새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을 시작하여 사람이 잠을 자면 살에 올라가 피를 빨아먹는다. 빈대한테 계속해서 물리면 가려움과 함께 피부습진이 나타난다.
최근 일본 전역에서는 난데없이 빈대가 창궐하여 지자체와 보건당국, 호텔업계 등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것도 살충제를 뿌리고 또 뿌려도 죽지 않는 소위 ‘슈퍼 빈대’다. 특히 온천 관광지역의 호텔, 숙박이 가능한 인터넷 카페(일본식 PC방)는 피해가 심각하다. 빈대가 떼로 나타나면 전문업자를 불러 없애고는 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퇴치약 냄새가 너무 고약해 1주일간은 거의 영업을 하지 못할 정도다.
원래 빈대는 2차 세계대전 후 널리 쓰인 살충제 DDT에 의해 박멸돼 왔다. DDT는 값이 싸고 뛰어난 살충효과가 있지만 독성이 강해 인체에 매우 해롭다는 사실이 드러나 1970년대부터는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이후 빈대 살충제는 국화과 식물에서 추출한 필레슬로이드와 화학물질을 합성한 제제가 널리 쓰이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빈대가 대량으로 나타나자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에서는 빈대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런데 기존종과 신종을 비교 관찰하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신종의 신경세포 DNA가 기존 종의 것과 1개가 틀린 것. 빈대가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이미 획득한 것이다. 더욱이 번식력도 기존 종보다 좋았다.
이미 지난 2010년 미국에서는 뉴욕의 주택가, 사무실가를 중심으로 빈대가 대량 발생해 의류판매숍이 임시휴업을 하는 소동이 일어난 바 있다. 그런가하면 2011년에는 캐나다 밴쿠버 빈민가에서 빈대가 대량으로 채집되기도 했다. 빈대에서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이런 ‘슈퍼 빈대’ 때문에 북미지역에서는 살충제가 아닌 관리대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를테면 열에 약한 빈대의 특징을 이용하여 드라이기를 쬐어 없애는 방식이다. 여행을 하다가 빈대를 옮기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전력을 사용하여 60℃까지 내부온도를 올릴 수 있게끔 한 여행용 가방도 출시됐다. 또 빈대는 번식력이 워낙 왕성하므로 손전등을 들고 구석구석 눈에 띄지 않는 빈대 알을 찾아내 진공흡입기로 제거하는 법도 등장하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