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룹이 살아남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많은 걸그룹이 군부대 위문공연을 통해 ‘군통령’(군인들의 대통령)으로 입지를 다졌다. 요즘은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 대세다. 구매력을 갖춘 젊은 학부모들은 초통령이라 불리는 K-팝 그룹을 좋아하는 자녀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초등학생 팬들은 좋아하는 그룹과 함께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진성 팬덤으로 오랜 기간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관건이다.
캐릭터 시장과 유통업계 역시 이런 흐름을 잘 읽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유명 캐릭터를 보유한 업체들이 K-팝 그룹와의 접점을 넓히며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내놓는 게 유행이 됐다.

포켓몬은 이미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학교 앞 문구점을 비롯해 팬시점에는 포켓몬 카드를 사려는 아이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다른 카드보다 레벨이 높은 일명 ‘반짝이 카드’를 뽑기 위해 초등학생들은 기꺼이 쌈짓돈을 꺼낸다.
하지만 포켓몬 카드는 상대적으로 남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워너비 스타’인 아이브를 모델로 발탁한 것은 여학생들까지 포켓몬의 수요로 유입시키며 팬 층을 다변화시키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SM엔터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걸그룹 에스파의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름방학에 맞춰 2024년 8월 개봉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무려 124만 관객을 모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OST인 ‘처음 본 순간’은 에스파의 멤버 윈터가 불렀다. 영화 흥행 성공 이후 다섯 번째 TV시리즈인 ‘슈팅스타 캐치! 티니핑’이 10월 방송되면서 이 OST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노래를 즐겨듣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에스파의 인지도 역시 상승했다.

앞서 걸그룹 뉴진스도 활동 중단에 앞서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들은 2023년 2집 앨범 ‘Get Up’을 발매하며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카툰 네트워크의 캐릭터인 ‘파워퍼프걸’과 손을 잡았다. 당시 파워퍼프걸로 분한 뉴진스 멤버들의 캐릭터가 뮤직비디오와 앨범 커버 이미지에 쓰였다.
K-팝 그룹과 캐릭터의 만남은 지식재산권(IP)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윈윈(Win Win) 전략’이라 할 만하다. K-팝 그룹들이 자체적으로 캐릭터를 만든 적은 있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각 캐릭터에 충분한 스토리텔링이 이뤄지지 않았고, 실제 인물을 향한 관심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인기 캐릭터의 경우 독립된 서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원형을 유지하면서 인기 K-그룹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은다.
K-팝 그룹과 해당 캐릭터를 좋아하는 연령대가 비슷하다는 것도 호재다. K-팝 그룹의 팬층은 10∼20대에 집중돼 있다. 포켓몬, 티니핑, 파워퍼프걸 역시 주로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비슷한 나잇대 무리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쉽다. 이 덕분에 각기 다른 팬들이 선호하는 두 IP가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셈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