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이 고려대 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1억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야구인 대부분이 이 코치와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양 전 감독은 현재 배임수재혐의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감독이 존경받는 야구인이었다는 사실은 알지만, 혐의 내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양 전 감독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양 전 감독은 롯데 사령탑을 맡아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롯데 감독 시절 특유의 친화력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소속팀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다. 하지만, 지금은 ‘영어(囹圄)의 신세’다.
양 감독은 13일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서 일주일 뒤 구속 기소됐다. 당시 인천지검은 “양 전 감독이 고려대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던 2009년 ‘야구부 선수를 대학에 입학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서울 K 고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가 있다”는 말로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야구계의 충격은 대단했다. 현역 모 감독은 “양 전 감독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했다. 지방팀의 모 감독 역시 “양 전 감독의 구속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검찰에서 잘 조사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양 전 감독의 가족은 하루 한 번의 면회가 허용되는 인천구치소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고 있다. 양 전 감독의 동생 양 아무개 씨는 “형님이 면회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신다”며 “형님이 잘못 판단한 부분도 있지만, 세간에 알려진 내용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과 다르다”고 안타까워했다.
양 씨는 일단 “형님이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는 것부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 K 고 감독이 검찰수사를 받고서 검찰에서 형님에게 ‘조사할 게 있으니 오라’는 전갈이 왔다. 형님은 순순히 검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그런 마당에 ‘긴급체포’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
양 씨는 “몇몇 기사에서 나오듯 형님이 몇 억 원을 수뢰했다는 추측성 기사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과연 양 전 감독의 배임수재 혐의는 맞긴 맞는 것일까. 양 씨는 “형님이 K 고 감독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건 사실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형님이 1억 원을 자기를 위해 쓴 건 10원도 없다”며 “전액 야구부와 선수들을 위해 썼다”고 주장했다.
인천구치소와 인천문학구장의 거리는 3.38km. 차로 11분, 걸으면 30분 내로 갈 수 있는 거리다. 양 전 감독은 2011년 롯데 사령탑을 맡고서 자주 문학구장에서 원정경기를 치렀다. 그때는 아마 자신의 신세가 이렇게 뒤바뀔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사실 양 전 감독은 2012년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양 전 감독이 고려대 감독 재직 시 불순한 돈을 받았다’는 제보를 토대로 양 전 감독을 소환했다. 결과는 무혐의. 하지만, 지난 11월 K 고 감독이 검찰에 불려간 이후, 양 전 감독은 재차 조사를 받았고, 결국 구속됐다. 그러나 이번 건과 무혐의 결과가 나온 제보건은 별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감독은 “이유야 어쨌든 돈을 받은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고서 “하루아침에 이런 신세가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꿨다.
동생 양 씨는 “형님이 1억 원을 쓴 자료를 모두 구했다”며 “자료들만 보면 형님이 어떻게 돈을 쓴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씨가 내민 서류에는 국외전지훈련 당시 고려대 야구부가 지출한 세세한 내용이 명기돼 있었다.
“전지훈련 당시 선수들이 모은 돈이 8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일본 숙소에서 영수증을 떼보니 총 770만 엔(당시 환율 1억 1000만 원)이 지급됐다. 3000만 원이 초과한 셈이었다. 부족분을 어디서 메웠는지 봤더니 형님이 자비로 냈더라. 형님은 고려대 감독으로 있을 때 사업가인 친구들과 지인들을 통해 야구부 후원비를 받으면 이 돈을 전액 야구부에 투자했다. 3000만 원도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받은 돈으로 메운 것이었다.”
양 씨는 “전지훈련 때마다 부족한 돈을 형님이 메웠고, 1억 원 가운데 상당액도 이때 쓰여졌다”고 설명했다.
양 씨는 “사건이 터지고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감독님은 그런 분이 아니다’라는 전화가 쇄도해 안 사실”이라며 “형님이 자비를 들여 수술한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로부터 2007년 형님이 고려대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모 선수의 수술비로 1500만 원을 대신 내줬다는 일화를 들었다. 그밖에도 형님이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이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자비를 털어 도와주고, 배트와 글러브를 사줬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학부모는 ‘국외전지훈련 때 훈련지를 찾으면 양 감독님이 부모님들은 돈을 절대 써선 안 된다’며 ‘감독님 자비로 학부모들의 숙박비 등을 내줬다’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특히나 형님은 고려대 감독이 되자마자 회비를 없애며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 바 있었다.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탄원서를 작성하는 것도 당시의 고마움 때문인 것으로 안다.”
롯데 관계자들은 “양 전 감독이 우리 팀에 계실 때 전혀 아쉬운 소릴 하는 분이 아니었다”며 “감독 법인카드를 마다하고 자기 돈으로 선수들과 프런트 직원들에게 밥을 사주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최근 재판부가 구성되며 조만간 양 전 감독은 재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감독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착복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령 법원에서 정상을 참작한다 해도 양 전 감독의 실추된 명예는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