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러한 피해 원인이 가평군 예·경보 시스템 때문이라며 ‘인재(人災)’ 주장을 한다. 피해 주민들은 “하천이 범람하고 토사가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까지 아무런 경고 방송은 없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새벽, 가평군 조종면 일대에 시간당 최대 76㎜의 폭우가 쏟아졌다. 가평군 자체 측정치에 따르면 당시 시간당 강우량은 무려 110㎜, 누적 강수량은 322㎜를 기록했다.

그날 방송을 듣지 못했다는 증언은 여러 곳에서 확인 가능했다. 산사태 피해가 극심했던 마일리 주민 B 씨도 경고 방송이 없었음을 확인해 줬다. 그는 새벽 3시 10분경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피해 마을회관으로 피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장치 근처에 살고 있다. 그날 전기도 나가지 않았는데 경고 방송은 없었다.”며 피해를 겪은 것에 울분을 토했다.

덕현리 주민 D 씨는 경고 방송을 들었냐는 본지 질문에 “잠을 자다가 3시가 넘어 급히 대피했는데 다급한 나머지 차량을 이동시키지도 못했다.”며 차가 침수된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도 가평군에서 아무런 대피 방송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민들 주장에 대해 군 관계자는 “경고 방송은 예·경보 시스템에 따라 자동 송출되며, 20일 새벽에도 강우계와 수위계가 위험 수준에 도달해서 자동으로 방송됐을 것이다.”고 해명했다.

가평군은 자연재해를 대비해 지난 2008년부터 재난 예·경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가평군은 산간 계곡(자동우량) 경보시설 85곳과 음성경보시설 81곳 등 총 166개소에 경보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경보시설은 강우량 계(6개소)와 수위계(32개소)에 따라 자동으로 안내 방송이 송출된다.
하지만 물푹탄이 쏟아진 날, 가평군 경보시스템은 정상 작동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새벽 3시 무렵, 주민들이 위험을 느끼고 대피하는 시간까지 경고 방송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평군 관계자는 그날 상황이 위급했으나 시스템 작동 매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동경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것이라는 판단에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보교 수위 파악을 위해 02시 30분경 조종면과 상면 직원들에게 확인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위 파악에 나선 직원들이 “약 1m 정도의 여유가 있으나, 급격하게 차오르고 있다.”며 위급한 상황을 전달했고, 이후 채 30분도 되지 않아 하천이 범람한 사실을 보았을 때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설명은 납득하기 힘들어 보인다. 또한, 자동경보시스템을 믿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홍수·산사태 피해가 불가피했더라도 조기 경보가 있었다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가평군의 재난 대응 부실을 지적한다. 실제로 일부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자력으로 대피하거나 이웃의 연락에 의존해 위기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주민들은 “경고 방송 한번 없었던 가평군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보시스템 관리 부실, 재난 대응 메뉴얼 미이행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가평군 책임론이 정치권과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