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52대 회장 선거(대의원총회)가 1월 28일 펼쳐진다. 한국 축구계 대권에 도전할 후보들은 15일까지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후보 등록 기준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일단 후보군의 윤곽은 거의 드러났다. 지난달 <일요신문>이 축구계 대권 판도를 조명하는 기사를 다뤘을 때만 해도 3명이었지만 최근 기류가 다소 바뀌었다. 2명이 자천타천 회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쯤이면 대통령 선거 못지않은 분위기다.
축구협회를 이끌고 있는 조중연 회장(67)은 이번 달을 끝으로 4년 임기를 끝마친다. 차기 회장은 각 시도축구협회장 16명과 축구협회 산하 연맹 8명 등 모두 24명의 대의원 투표인단의 투표로 결정된다.
일단 범여권 진영에서는 2명의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장인 정몽규총재(51·현대산업개발 회장)가 유력 주자로 꼽히고 있고, 여기에 한국중등축구연맹 김석한 회장(59·인성하이텍 대표이사)이 있다. 여기에 유력 야권 후보로는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57)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김 회장만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천명했을 뿐, 정 총재와 허 회장은 아직(1월 3일 현재) “선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둘은 이미 선거 캠프를 꾸렸고, 측근들을 통해 활발하고 대의원들과 접촉하며 교감을 나누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총재는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62·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사촌 동생으로 ‘현대가’라는 큼직한 프리미엄이 있고, 허 회장은 조 회장과 51대 선거 때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 바 있어 축구 야인들 중에선 여전히 신망이 두텁다. 축구계도 마지막까지 (모두 도전장을 내미는 게 확정될 경우) 둘이 선거 판세를 주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 다만 두 후보들이 확실하게 대권 도전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이유는 ‘먼저 선거 도전을 선언하면 불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흥미로운 건 제3의 주자로 꼽히는 김 회장이 작년 11월 축구계 대권 도전 선언을 하면서 예정한 출마 기자회견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룬 것. 그것도 회견 예정일 이틀 전인 12월 3일이었다. 당시 축구 담당 기자들에게 단체 문자가 돌았는데 ‘대선이 끝난 12월 20일 이후로 기자회견을 연기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선과 축구협회장 선거가 어떤 연관이 있기에 그런 결정을 했을까.
인간관계부터 먼저 짚어야 한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김 회장은 철저히 조 회장의 지원을 받고 있다. 작년 초부터 계속된 실정으로 조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이미 등을 돌렸다. 정 명예회장의 기본 입장은 여권 단일화였다. 그런데 조 회장은 자신의 전임자의 뜻을 거스르고 별도 후보를 내세웠다. 당연히 정 명예회장 측에서 김 회장의 선거 출마를 반길 리 없었다. 여기서 변수가 등장했다. 새누리당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 여부였다. 사실 현 정치권 핵심 인사인 정 명예회장은 박 후보의 당선이 절실했다. 반면 조 회장은 대선 야당 인사였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는 쪽이 좀 더 유리했다. 그렇게 되면 정 총재라는 가장 큰 후보가 회장 선거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대선 결과는 김 회장한테 불리하게 나타났다. 김 회장은 “대선 이후에 출마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약속을 해를 넘겨서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일단 여권 단일화까지 여지가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물밑에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유력 주자들과는 달리, 하마평만 무성했던 인사들이 최근 등장해 눈길을 끈다. 정 반대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57)과 윤상현 새누리당 국회의원(51)이 주인공이다. 안 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윤 의원은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앞서 거론된 3명 후보들이 모두 나설 경우, 회장 경선에서는 전후무후한 5파전이 이뤄진다. 지금껏 축구협회장 선거는 단일 후보 혹은 2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여왔을 뿐이다.
둘 모두 정치권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당연히 새누리당 쪽이다.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와 인천 유나이티드 수장 역할을 한 축구계 대표 마당발인 안 회장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의 체육특보로 활동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 당선자와도 굉장히 가까운 사이다. 작년에는 홍 당선인을 도와 문화관광체육정책 특보를 맡았다. 도민구단 경남FC 대표이사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나 일단 축구계 대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거취를 결정했다.
인천 지역 국회의원이자 국민생활체육 인천시 축구협회장을 맡은 윤상현 의원도 새누리당 유력 인사. 범위는 단순히 인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박근혜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고, 앞서 새누리당 대변인과 경선캠프 공보단장 등을 두루 거친 윤 의원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사위로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러브콜을 보냈지만 역시 진로를 축구계 대권 도전으로 확정했다.
그렇다면 둘의 회장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당장 후보 등록부터 의문이다. 일단 회장 선거에 나서려면 대의원 3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안 회장과 윤 의원 측은 모두 3장은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다른 3명의 후보들 역시 무난하게 추천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일단 각각의 대의원들이 서로 다른 후보들한테 추천장을 내줄 것이란 걸 전제하면 대의원 24명 중 15명의 표가 여러 방향으로 갈린다. 남은 9표가 회장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도 없다. 회장이 되려면 무조건 과반수 이상 득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5명 모두 끝까지 경선에 나설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아울러 모두 후보로 나선다고 할 때 최다득표자 2명 간의 결선 투표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저런 변수가 많은 축구계 대권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