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다저스와 계약을 체결한 류현진이 지난 12월 13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새해 인사를 나누던 한화 모 코치는 갑자기 ‘류현진’이란 단어가 나오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게 한화는 1월 5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내 한밭체육관에서 ‘류현진 메이저리그 진출 환송식’ 행사를 열었다. 인기 개그맨 남희석이 사회를 본 이 행사에서 한화는 류현진의 국내 프로야구 활약상을 동영상으로 소개하며 기념패 전달, 팬 클럽의 감사 퍼포먼스, 대전광역시 명예시민증 전달식 등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류현진은 팬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화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론 최초로 다른 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성공을 기원하고, 그동안 보내준 한화 팬들의 사랑과 응원에 보답하는 의미를 담아 환송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송식을 접하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표정은 덤덤했다. 이들은 류현진의 미국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구단의 태도에 섭섭한 눈치였다. 모 선참 선수는 “구단이 류현진의 포스팅 비용을 과감하게 전력강화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FA(자유계약선수) 누구도 붙잡지 못했다”며 “팬들의 사랑과 응원에 보답하는 길이 도대체 뭔지나 아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실제로 한화는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사상 네 번째로 많은 2573만 7737달러 33센트(약 280억 원)를 입찰액으로 받고도 올 시즌 전력보강에 실패했다. FA 획득은 고사하고, 박찬호(은퇴), 양훈(입대), 장성호(트레이드) 등 기존 선수들이 빠지며 전력누수가 심각하다.
한화도 이를 인정한다. 한화 관계자는 “전력보강에 실패해 팬들의 실망이 크다는 걸 잘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구장에 천연잔디를 설치하는 등 구장 환경 개선과 팬서비스 개선에 류현진 입찰액 가운데 상당액을 사용할 계획”이라며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선수들은 꼭 놓치지 않고 잡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