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패배의 후폭풍이 무척이나 매섭다. 특히 대선 당시 문재인 전 후보를 맹렬히 지지했던 야권 유명 인사들도 ‘질 수 없는 싸움’의 패배에 대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소리 소문 없이 종적을 감추는가 하면 어떤 인사들은 대선 패배의 ‘분풀이’라도 하듯 여전한 입심을 자랑하고 있다. 또는 후일을 기약하며 ‘절차탁마’에 돌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선 정국에서 이른바 ‘문빠’로 불리며 야권 선거를 이끌었던 유명인사들의 근황을 따라가 봤다.
#“까라면 까봐!”-마이웨이형
▲ 이외수 작가는 대선 이후 각종 논란에 시달리고 있지만 피하지 않고 SNS를 통해 맞대응하고 있다. |
김여진 씨는 지난 1월 6일 트위터를 통해 “각 방송사가 문재인 캠프와 관련 있다는 이유로 이미 결정된 본인의 섭외를 취소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여기에 보수논객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당연한 결과”라는 반박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는 김 씨와 집적 접촉을 시도했지만 소속사는 이를 거절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현재 김 씨는 일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를 위해 본인 스스로 당분간 언론 접촉을 피하겠다는 뜻을 회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고 불필요한 오해가 잇따르자 일단 한발 물러서 잠행에 들어갔지만 김 씨의 방송섭외 취소 논란은 향후에도 갈등소지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소설가 공지영, 이외수 작가 역시 잠수보다는 적극적으로 상황에 맞서고 있는 인사들이다. 특히 앞서의 김여진 씨와 함께 문 전 후보 캠프 멘토단에 합류했던 공 작가는 문 전 후보 패배 직후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당선인을 ‘나치’에 비유하며 “나치 시대 지식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키웠다. 이후에도 공 작가는 주위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윗을 이어가고 있다.
문 전 후보를 직접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야권 성향과 가까운 이외수 작가 역시 대선 패배 이후 각종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 작가의 대응 방식은 위의 공 작가와 마찬가지로 ‘정면 돌파’. 보수 논객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으로부터 “소설이나 쓰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이 작가는 “네가 뭔데”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아방궁 사저’ 논란에 대해서도 도리어 “아방궁으로 놀러오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치곤 했다. 대선 패배 이후 거친 폭풍우가 몰아치는 상황 속에서도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인사들이다.
#“일보후퇴?”-잠수형
대선 패배 이후 소리 소문 없이 잠수를 탄 인사들도 꽤 있다. 문재인 전 후보의 찬조연설자로 나섰던 서울대 조국 교수는 대선 패배 직후 트위터를 통해 “당분간 SNS와 언론 접촉을 하지 않겠다”며 ‘묵언안거’ 소식을 알렸다. 현재 조 교수는 꾸준히 학교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로스쿨의 한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조 교수가 감기에 걸린 탓에 출근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꾸준히 출근하면서 본인의 연구 작업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사)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대표 변희재)는 지난해 대선 직후,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관련해 조 교수의 트위터 글을 문제 삼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로 이관됐고 고발인 조사가 이뤄진 상태다. 만약 경찰이 피고발인 조사에 나선다면, 조 교수가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본인의 ‘묵언안거’ 의도와 별개로 대선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MB정권 임기 내내 숱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 모았던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대선 직후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급작스런 유럽행을 두고 “도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을 경유해 범죄인인도조약미체결국인 싱가포르로 향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현재 한국에 남아있는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트위터를 통해 “그들은 계획했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며 도피설을 일축했지만 도피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주진우 기자가 마지막 방송을 통해 밝힌 고소·고발 건만 7건(박근혜 1건, 국정원 1건, 선관위 1건, 박지만 4건)에 달한다. 그 중 대선을 전후해 가장 논란이 됐던 건은 국정원 고소 건이다. 김어준 대표는 지난해 12월 16일 방송을 통해 박근혜 캠프 SNS 미디어단장을 맡았던 윤정훈 목사 배후에 국정원의 지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를 문제 삼아 지난해 12월 17일 김 대표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0일,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에 착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관련 고소 고발 건이 워낙 많아 아직까지 그들에 대한 출두계획은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일도 해는 뜬다”-절차탁마형
지난해 12월 25일 만기 출소한 정봉주 전 의원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여러 가지 ‘정치적’ 활동을 전개한다.
정 전 의원은 “한 1년간 경북 봉화에 내려가 삼봉 정도전 선생에 대해 공부할 생각이다. 내가 원래 ‘봉화 정씨’, 삼봉 선생 후예 아니냐. 현재 그곳에서 머물 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그 중간 중간 대중과 소통하는 ‘토크 콘서트’는 계속할 생각이다. 오는 1월 27일 부산에서 한진중공업 노조 후원 콘서트가 있고, 다음 달에는 쌍용차 노조 후원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또 1월 20일에는 <대한민국 진화론>의 제목으로 책도 나온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아방궁 논란 틈 타 ‘러브콜’
그런데 이러한 혼란을 틈 타, 타 지자체에서 이 씨를 모셔가기 위한 시도가 감지되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 경제성 탓에 러브콜이 오가고 있는 것.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기 성남시다. 평소 이 씨와 친분이 깊은 정봉주 전 의원은 “내가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외수 선생을 연결시켜줬다. 이 시장은 ‘만약 화천에서 나오시면 우리가 모시겠다’는 뜻을 이 선생께 전달했다. 아마 이 선생이 나오게 되면 성남시 말고도 여러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모시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