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그 다음 주가 끝나는 20일까지 연예인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만큼 검찰의 연예인 프로포폴 투약 수사는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예계가 프로포폴 광풍에 긴장하기는커녕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소 여유 있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프로포폴을 매개로 한 검찰의 연예인 사정 드라이브 막후를 들여다봤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지난 9일 전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서울 강남 소재 병원 6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미 검찰은 지난 해 12월 관련 제보를 받아 은밀히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진료기록과 매출장부 등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해 11일 여자 연예인 세 명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이미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진료기록과 매출장부 등을 확보한 상태에서 연예인 소환이 임박했다고 밝힌 데다 검찰은 세 명의 여자 연예인의 신상을 다소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는 검찰이 이번 수사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이기도 했다.
검찰이 이번 프로포폴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브로커 검사 사건 때문이다. 지난 16일 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는 매형 근무 법무법인에 사건을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박 아무개 검사(39)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박 검사는 지난 201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피의자 A 씨에게 자신의 매형인 김 아무개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소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록 이번에 진행 중인 프로포폴 수사가 아닌 2010년에 진행된 프로포폴 수사지만 동일한 프로포폴 불법 투약 관련 사건인 데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소속 검사가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이번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밝힌 세 명의 혐의 연예인은 유명 여자 탤런트 A 씨, 신인 여자 탤런트 B 씨, 그리고 방송인 C 씨 등이다. 프로포폴의 경우 체내에 남아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아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 사실상 투약 현장을 잡거나 투약 직후에 검거해 검사를 해야 한다. 최소한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유죄를 받은 방송인 에이미의 경우처럼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만큼 수사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검찰이 서울 강남 소재 병원 6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고 이틀 정도 지난 시점에서 여자 연예인 3명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검찰 발표 후 일주일 넘도록 해당 연예인의 소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해당 병원 관계자들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많은 데다 진술을 번복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유명 연예인의 소환 조사는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 병원 관계자들의 진술에서 확실한 혐의점이 포착돼야 하는데 엇갈리는 진술과 진술 번복으로 수사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나름의 속사정을 털어놨다.
검찰의 이러한 수사 상황을 감안할 때 당장 해당 여자 연예인들을 소환 조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검찰의 수사 방향은 혐의를 받고 있는 여자 연예인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부르기에는 아직 혐의 입증이 덜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다른 수사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세 명의 여자 연예인 가운데 한두 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유명 탤런트 A 씨-신인 탤런트 B 씨- 방송인 C 씨 등의 순서로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참고인 조사인 만큼 매스컴의 눈을 피해 조용히 소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예 관계자들은 해당 연예인들이 실제로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만약 검찰이 참고인 자격으로 이들 연예인들을 조사할 경우 소환 조사보다는 방문 조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수사기관이 연예인 관련 수사를 ‘여론 환기’용으로 활용한 전례가 있는데 이는 그만큼 대중들에게 여파가 크기 때문”이라며 “수사기관 입장에선 그만큼 조심스러운 수사라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혐의 입증에 확신이 없는 경우에는 오히려 검찰이나 경찰 관계자가 연예인이 원하는 장소로 직접 가서 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연예인의 소속사들은 아예 연루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확인 결과 해당 이니셜의 주인공이 소속 연예인이 아니었다는 식이다.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한 연예인의 소속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번에 압수수색을 받은 병원이 강남에 있는 D 병원 같은데 거길 다니긴 했지만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합법적으로 투약을 받았을 뿐”이라며 “아마도 그 병원에 다닌 터라 해당 이니셜이 우리라고 오해를 받는 것 같은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연예계 주변에선 실명 거론된 연예인 중 한 명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예인은 평소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자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통증으로 인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다는 얘기가 1~2년 전부터 방송가 주변에서 나돌았기 때문이다.
의약계 관계자들은 수사 대상에 오른 연예인들을 검찰이 본격적으로 소환조사 한다고 해도 불법 투약 여부를 입증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체내에서 마약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한 연예관계자는 “대마초나 엑스터시 투약자도 체내에서 반응이 안 나오고 끝까지 버티면 무혐의가 된다”면서 “프로포폴은 체내에 남는 시간이 매우 짧아 검찰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고 변호사만 잘 쓰면 충분히 무혐의로 마무리 된다. 프로포폴 관련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변호사를 소개해줘 브로커 혐의를 받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